PC·노트북용 DDR4 4GB 메모리 모듈 모자란다

생산량 감소-물량 확보 악순환.."듀얼 채널 선호도 원인"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0/03/03 07:34    수정: 2020/03/03 08:34

PC와 노트북 등 제품에 쓰이는 DDR4 4GB 메모리 모듈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나오고 있다.

PC 제조사 중심으로 4GB DDR4 D램 수급난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D램 단가 하락으로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메모리 모듈 생산량을 줄인데다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며 저용량 메모리 비중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4GB 메모리 모듈 부족 현상은 코로나19로 중국 춘절 연휴가 연장되고 봉쇄 조치로 물류와 생산이 마비되기 이전인 지난 해 말부터 두드러졌다는 것이 문제다. 주요 메모리 업체들도 당분간 기존 공정보다는 LPDDR5·DDR5 메모리 시설 투자에 나설 방침이라 수급난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

■ DDR4 4GB 메모리 모듈 부족 현상 대두

2일 국내외 PC 제조사에 따르면, 현재 데스크톱PC나 노트북 탑재용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DDR4 4GB 메모리 모듈이 일부 부족 현상을 빚고 있다. 한 글로벌 제조사 관계자는 "현재 2GB 미만 메모리 모듈은 거의 단종 수순이며 모듈 하나만 꽂아서 최소 용량을 구성한다 해도 4GB 모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슬림 노트북이나 투인원에 주로 쓰이는 LPDDR4 온보드 형식 메모리도 일부 부족 현상을 빚고 있다. 온보드 형식 메모리의 주 수요처가 이미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몰린 상황이며 한정된 생산량 안에서 노트북용 제품의 비중을 끌어 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올초 일부 업체가 LPDDR5 메모리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했지만 노트북 등 PC 제품은 인텔과 AMD 등 프로세서 업체가 새 프로세서를 내놓지 않는 한 여전히 LPDDR4 제품을 쓸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가격 하락-생산량 조정-재고 확보 '도미노 효과'

이런 4GB 미만 메모리 모듈의 부족 현상은 이미 지난 해 말부터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난 해 4분기부터 메모리 가격이 바닥을 치면서 주요 업체들이 D램 생산량을 조정했고 가격 상승을 예상한 수요처에서 메모리 재고 확보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생산 공정은 상당 부분 자동화되어 있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기 어렵다. (사진=삼성전자)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올 초 "PC 제조사가 가격 상승을 우려해 재고 확보에 나섰고 지난 4분기보다 같거나 조금 높은 수준의 가격이라도 기꺼이 받아들일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메모리 재고에 영향을 미친 것도 아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중국에 메모리 생산 시설을 둔 업체는 코로나19 유행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고 이는 모든 공정이 자동화 되었기 때문이며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소재를 미리 확보해 놓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는 오히려 중국 내 서버용 메모리 수요를 부채질했다. 자가격리 상태에 놓인 중국인들의 온라인 소비를 지탱하기 위해서다. 트렌드포스는 "원격 교육 수요가 증가하면서 텐센트의 서버 수요도 증가했고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 역시 스트리밍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서버를 늘렸다"고 지적했다.

■ "8GB 모듈 하나보다 4GB 모듈 두 개 선호"

IDC와 트렌드포스 등 시장조사업체는 지난 주 일제히 "2월 노트북 출하량이 20% 이상 줄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제조사 관계자들은 "노트북 출하량 감소와 관계 없이 4GB 모듈은 여전히 모자라다"고 지적했다.

데스크톱 PC의 듀얼 채널 메모리 구성도. (그림=인텔)

주요 제조사 입장에서는 4GB 메모리 모듈을 두 개 꽂는 것보다 8GB 메모리 모듈 하나만 쓰는 것이 재고 관리나 수급 면에서 효과적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메모리 모듈을 두 개 꽂는 '듀얼 채널'(Dual Channel) 방식을 더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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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채널 방식은 메모리 모듈을 두 개 꽂아 프로세서와 메모리 간 오가는 데이터 대역폭을 증가시킨다. 예를 들어 8GB는 4GB 모듈 두 개를, 16GB는 8GB 모듈 두 개를 꽂아 구성한다.

메모리 모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8GB 하나만 꽂아 '싱글 채널'로 출하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러나 이 경우 메모리 용량은 같아도 성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또 다른 제조사 관계자는 "B2B 시장 등 대량 납품이 필요한 고객사가 요구하면 이에 따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