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12일부터 액셀러레이터도 벤처펀드를 설립할 수 있다. 액셀러레이터 투자에 실리콘밸리식 투자방식인 '세이프(SAFE,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도 이날부터 시행된다.
또 벤처기업 확인을 공공이 아닌 민간위원회가 하는 제도가 내년 2월부터 시행되고, 오는 5월부터 지자체 출연연 연구원과 공공기관 직원도 창업을 위해 휴직을 할 수 있다.
벤처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 넣을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법)'과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법)' 개정안이 11일 공포, 시행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벤처 투자가 사상 최대치인 4조원을 넘었는데, 제 2벤처 붐 조성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벤처투자법(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주요 내용
이날 공포된 '벤처투자법'은 중소벤처기업부 출범 이후 발의한 1호 제정 법안이다. 기존 '중소기업창업지원법'과 '벤처기업법'에 흩어져 있는 투자제도를 통합, 독자 법안화한 것이다. 오는 8월 12일부터 시행된다.
벤처캐피털과 엔젤 투자자를 벤처 생태계를 구성하는 핵심 주체로 인정하고 육성하려는 의지가 담긴 법안으로, 새로운 투자제도 도입과 운용사에 우선손실충당 요구 금지 등을 담았다. 이를 통해 국내 벤처투자 수준이 스탠더드에 맞춰 한층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벤처투자법' 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기업가치 측정이 어려운 초기 창업기업에 널리 사용하는 계약 방식인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을 국내 법으로 처음 규정했다. 'SAFE'는 투자 지분율 산정을 후속 투자자가 평가한 기업가치에 연동한다. 자금을 우선 지급하고, 투자에 따른 지분율은 후속 투자자의 기업가치 산정에 따라 결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A투자사가 B사에 최초 8억원을 투자하면서 후속 투자가치의 80%로 지분을 배분받는 방식으로 계약을 하면, 이후 B사가 100억원 기업가치로 추가투자를 유치하면, 80% 가치(80억 원)로 인정받아 10%(80억의 8억원)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A투자사 입장에서는 원 투자액 지분보다 2% 더 많은 지분을 받게 된다.
둘째, 유망 초기기업 등을 발굴해 초기 투자금을 공급하고 보육하는 창업 기획자(액셀러레이터)도 전문인력, 자본금 등 일정 자격을 갖추면 벤처투자조합(투자펀드)을 조성할 수 있다. 자격을 갖춘 창업기획자가 대규모 자금조달이 가능, 창업초기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그동안 창업자와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의무비율(40% 이상)을 개별 벤처펀드에 적용하던 방식에서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등 특정 벤처캐피탈이 운용하는 총자산에 적용한다. 벤처펀드들이 창업초기펀드, 후속성장펀드 등으로 전문화하고 대형화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넷째, 중기부 고시로 운영하던 전문엔젤투자자 확인제도를 전문개인투자자제도로 개편해 '벤처투자법'으로 상향 입법했다.
다섯째, 선진적인 벤처투자 제도 확립을 위해 운용사가 벤처펀드 손실을 우선적으로 충당하는 일부 잘못된 관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그동안 연기금, 은행 등 기관투자자들이 운용사에 우선적으로 손실보전을 부당하게 요구해왔다. 이번 '벤처투자법'은 하위법령 제정 작업을 거쳐 6개월 후 본격 시행한다.
■벤처기업법(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 주요 내용
'벤처기업법' 개정안은 민간 주도의 활력있는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한 것이다.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벤처기업확인제도를 그간의 정부 주도 방식에서 민간이 벤처기업을 평가하고 확인하는 방식으로 전면 개편했다. 내년 2월 12일부터 시행한다.
또 벤처창업 휴직 제도 적용 대상을 지자체의 출연연구기관 연구원과 공공기관 직원으로 확대, 오는 5월 12일부터 시행한다.
벤처기업확인제도를 보면, 그동안은 기보와 중진공 등 공공기관이 기업의 기술성과 사업성을 평가하고 보증과 대출 실적을 고려해 벤처기업 여부를 결정했다. 이를 폐지 하고 내년 2월부터 민간으로 구성한 '벤처기업확인위원회'가 벤처기업의 혁신성과 성장성 등을 중점 심의 및 확인한다.
또 과학기술분야 지방자치단체 출연연구기관 연구원과 공공기관 직원도 벤처창업을 위한 휴직이 가능하도록 했다. 공공분야 인재들이 쉽게 벤처창업에 도전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현재의 '벤처창업 휴직 제도'는 대학 교원 등이 벤처기업이나 창업기업 대표 및 임원으로 근무하기 위해 최대 5년(1년 연장 가능)간 휴직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대상은 ▲대학 교원 ▲국공립연구기관 연구원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기관 연구원 ▲전문생산기술연구소 연구원 ▲공공기관 연구원 등 5개 직종이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 출연연구기관 연구원과 공공기관 직원 등 2개 직종을 추가했다.
'벤처기업법' 개정안 중 벤처기업 확인제도 관련 규정은 공포 1년 후(2012년 2월 1일)부터, 벤처 창업 휴직제도 대상 확대 규정은 3개월 후(올 5월 12일)부터 시행된다.
■양대 법안 시행에 따른 기대효과
지난해 신규 벤처투자는 4조3000억원으로 처음으로 4조원을 돌파,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다. 엔젤투자도 2018년 이래 역대 최대치를 돌파하는 등 제2의 벤처붐이 조성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벤처투자와 엔젤투자 실적은 2017년 모태펀드 대규모 추경 편성(8000억원)과 2018년 개인투자 소득공제 확대, 인공지능(AI)과 헬스케어 등 4차산업혁명 분야에 대한 민간 투자 유입 등에 따른 것이다.
AI와 헬스케어 등 4차 산업혁명분야 투자는 2018년 1조3000억원에서 2019년 1조7000억원으로 전년대비 27%나 상승했다. 또 엔젤투자액도 1차 벤처붐이였던 2000년 5493억 원으로 피크를 보였다가 2010년 342억 원으로 뚝 떨어졌지만 다시 2018년에 5538억 원으로 급상승, 1차 벤처 붐때보다 많은 엔젤투자액을 기록했다.
이번 '벤처투자법' 제정은 민간의 자발적 투자를 자극할 전망이다. 현재 벤처기업의 총 매출액은 192조원이다. 우리나라 재계 2위에 해당한다. '벤처기업법' 개정으로 민간에서 검증받은 혁신성 있는 벤처기업 유입이 보다 강화할 것으로 중기부는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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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는 "생태계 근간이 되는 양대 법안이 공포됨에 따라 제2 벤처붐이 더욱 확산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면서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가 실리콘밸리와 같이 민간 중심으로 전환하고,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도약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도개선 효과가 시장에서 작동 되고 체감할 수 있게 하위법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벤처와 관련한 각계각층 의견을 수렴하겠다"면서 "법안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팁스 운영사인 씨앤티테크 전화성 대표는 "매우 반가운 초치들"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 유연한 투자가 가능해졌다"며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