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객 비번 무단변경 '우리은행'에 내 돈 맡겨도 되나?

'신뢰를 근간으로 하는 업' 본질 잊어선 안 돼

기자수첩입력 :2020/02/07 15:13

우리은행 직원이 2018년 5~7월 동안 인터넷 뱅킹 가입자의 비밀번호를 2만3천여 건 무단 변경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고객의 인터넷 뱅킹 비밀번호를 해커가 아닌 은행 직원이 마음대로 바꿨고, 개인 정보 유출이 추가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이 사건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일부 직원들의 일탈 행위'라고 해명했다. 직원들이 1년 여 사용하지 않은 인터넷 뱅킹 가입자의 비밀번호를 활성화해 성과를 올리려고 한 일이란 설명이다. 의욕 넘치는 철부지 자식의 일탈로 치부하는 듯 하다.

신뢰가 생명인 은행의 해명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다. 그래서 우리은행의 대응과 해명에 더 큰 아쉬움이 남는다.

은행 측은 '금전 피해가 없다', '로그인만 해서 비밀번호만 변경했고 다른 정보 유출은 없다'는 입장이다. 듣기에 따라선 "그래서 괜찮다"는 말로도 들린다. 그간 우리은행 고객들은 자신의 비밀번호가 은행 직원에 의해 변경된 사실도 모른 '눈 뜬 장님' 취급을 받았던 것 아닌가.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 고객센터에 문의해도 이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나 답변을 얻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확한 사고 경위와 진심어린 사과, 개인정보 무단 변경에 어떤 보상책도 들을 수 없다.

서울 남대문 우리은행 본사 사옥.(사진=지디넷코리아)

우리은행이 내놓은 발표를 보면 몇 명의 직원이 위법 행위에 가담했는지, 이로 인해 어떤 사적 이익을 취득했는지 알 길이 없다. 성과를 낸 대가로 승진이나 인센티브를 받았다면 이 이득이 정당한지 파악하고, 은행 측의 합당한 조치가 필요한데 이 역시 알기 어렵다.

접속하지 않은 인터넷 뱅킹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라 하더라도 명백한 고객의 개인정보다. 직원의 것이 아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우리은행의 시선 속엔 이런 문제의식은 희박해 보였다.

한편 우리은행의 비밀번호 무단 변경이 이뤄진 시점에는 75만건의 부정접속이 일어난 사건도 있었다.(관련기사☞우리은행 '보이스피싱'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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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누군가가 부정접속을 했고, 이 중 5만6천건이 정상 로그인됐다는 것이다. 한 달 여 뒤 3만건도 정상 로그인됐다는 사실도 나왔다. 부정접속과 비밀번호 무단 변경의 시기가 공교롭게 맞물리고 있어 더욱 비밀번호 무단 변경 건은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 혹시 직원이 부정접속 같은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은 없는지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은행에 돈을 맡기는 이유는 하나다. 내 돈을 안전하게 불리거나 지켜줄 것으로 믿고 있어서다. '신뢰를 근간으로 하는 업'이자 '본질'이라고 말만 하지 말자. 우리은행을 '너희은행'으로 생각하고 고객이 발길을 돌리기 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