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8월부터 추가로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5건 중 4건의 원인을 '배터리 이상'으로 결론 낸 가운데, 이를 두고 조사단과 배터리 업계의 해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배터리가 '발화원인'이라는 조사단의 주장과 화재와 배터리 사이의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다는 업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6일 ESS 화재사고 조사단은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5건의 ESS 화재 중 4건이 배터리 이상으로 인한 화재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 삼성SDI "왜 배터리를 모든 화재의 원인이라고 보나"
충전부에 외부로부터 이물이 접촉해 화재가 발생한 경남 하동 사고를 제외한 ▲충남 예산 ▲강원 평창 ▲경북 군위 ▲경남 김해 등 4개 사업장의 ESS에서 배터리 결함이 포착됐다는 게 조사단의 결론이다.
배터리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4개 ESS에는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예산·군위), 삼성SDI(평창·김해)의 제품이 각각 탑재됐다. 양사는 이날 조사위의 발표 직후 설명자료를 통해 조사단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삼성SDI는 조사 과정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날 조사단이 발표에 참고한 배터리가 화재 현장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던 배터리였다는 것. 해당 배터리가 평창·김해 사업장에 탑재된 제품과 같은 시기에 제조된 것은 맞지만, 다른 현장에 설치돼 운영 중인 배터리를 분석해 나온 결과라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SDI는 "ESS 화재 발화지점은 배터리에서 시작됐지만, 화재 원인은 다양하다"면서 "일반적으로 화재는 불을 붙일 수 있는 '점화원(열)', 불을 지속하는 '산소', 불을 확산시키는 '가연물(연료)'이 동시에 존재해야만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ESS에서 배터리는 유일하게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연물로써 화재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점화원은 아니다"라며 "왜 배터리가 모든 화재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 LG화학 "내부발화 단정지을 수 없어"…안전대책도 내놔
LG화학은 일부 장소의 화재 원인이 배터리 이상으로 추정된다는 조사단 발표와 관련해 "배터리가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근거는 두 가지다. 가혹한 환경에서 실시한 자체 실증실험에서 화재가 재현되지 않았고, 조사단이 발견한 '용융흔적' 등은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 회사는 예산에서 발생한 화재 당시 현장에서 수거한 배터리에서 내부발화 시 나타나는 용융흔적을 확인했다는 조사단 설명에 대해 "배터리 외 다른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배터리로 전이됨으로써 배터리 내 용융흔적이 생길 수 있어 이를 근거로 배터리 내부발화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배터리 분리막에서 리튬-석출물이 발견됐다는 점에는 자사 분리막의 안전성을 근거로 들었다. LG화학은 "당사의 배터리 분리막은 세라믹 소재로 얇게 코팅해 안전성을 대폭 높여 파편이 분리막을 뚫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기준치보다 높은 절연저항값이 확인됐다는 설명에는 "화재 전 점진적으로 절연 감소가 확인됨에 따라 외부환경의 영향으로 인한 화재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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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LG화학은 이날 지난 2017년 중국 난징공장에서 생산된 ESS용 배터리 전량을 자발적으로 교체하고, 화재 확산을 방지하는 특수 소화시스템을 적용하는 '고강도 종합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LG화학 관계자는 "배터리가 화재의 원인으로 판단되지 않지만, ESS 산업 신뢰확보와 사회적 책무를 위해 배터리를 교체키로 했다"며 "시스템 안전성의 강화를 위해 다각도의 안전조치도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삼성SDI도 지난해 10월 'ESS 화재 안전 대응책'에 예산 2천억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화재의 주 원인으로 알려진 외부 유입 고전압·대전류를 차단하는 안전장치 설치, 화재 확산을 막는 특수 소화시스템 적용, 배터리 이상 신호를 감지하는 펌웨어 업그레이드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