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석유시황 악화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에 따른 충당금 여파로 연간 영업이익은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분기 영업익도 창사 이래 처음 적자로 돌아섰다.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매출 7조4천612억원, 영업손실 275억원을 기록했다고 3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연 매출은 28조6천250억원, 영업이익은 8천95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연 매출은 1.6% 증가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됐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0.1%나 감소했다.
■ 4Q ESS 화재 충당금 반영…창사 이래 첫 영업적자
지난해 창사 이래 매출이 최고 규모로 증가했음에도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ESS 화재 여파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의 ESS 충당금 규모를 3천5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경기 둔화에도 전지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세로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면서도 "ESS 관련 일회성 비용의 영향으로 전사 이익 규모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4분기는 일회성 비용이 반영돼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했다"며 "석유화학부문의 계절적 비수기와 시황 악화에도 견조한 수익성 유지, 전지부문의 자동차전지 손익분기점(BEP)에 준하는 실적 달성 등의 의미 있는 성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민관합동 ESS 사고원인 조사위원회는 조만간 2차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아직 공식 발표가 난 것은 아니지만, 업계는 조사위가 화재 원인을 배터리 결함으로 잠정 결론지은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이날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ESS 화재 원인이) 배터리셀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며 "ESS산업 전체를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고강도 종합안정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 올해 설비투자에 6조원 집행…전년比 13%↓
LG화학은 올해 매출 목표를 전년 대비 23.4% 증가한 35조3천억원으로 잡았다. 설비투자(CAPEX)는 전년 대비 13% 감소한 6조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특히 액정표시장치(LCD) 유리기판 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사업구조 재편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게 LG화학의 설명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12년 디스플레이 산업 성장에 따른 LCD 유리기판 수요 증가를 예상해 생산시설 신규투자를 결정했지만, 이후 전방산업 시황이 악화함에 따라 사업 매각 추진을 결정했다.
사업부문별 구체적인 사업전망을 살펴보면, 석유화학부문은 ABS·PVC 등 다운스트림 제품의 호조가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 업체들의 가동률 조정과 정기보수 집중으로 추가적인 시황 악화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전지부문은 자동차전지 출하 증가에 따른 매출 확대가 지속되고, 신규 생산능력(CAPA) 수율 안정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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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첨단소재부문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통해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생명과학부문은 주요 제품의 판매 확대와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강화한다.
차동석 부사장은 "올해 주요 시장의 수요 위축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석유화학부문의 시황 안정화, 전지부문의 큰 폭의 성장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