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통 3사의 보편요금제 출시로 어려움을 겪어왔던 알뜰폰 사업자들이 중저가 5G 요금제로 기사회생할 지 주목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12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조건으로 내걸었던 5G 요금제(완전 무제한 제외)에 대한 도매제공이 본격화되면서 알뜰폰 사업자들이 5G 요금제를 내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시 과기정통부는 인가조건으로 LG유플러스에 LTE와 함께 5G 도매대가를 66%까지 인하토록 해 알뜰폰 사업자들의 3~4만원대 중저가 5G 요금제 출시를 측면 지원했다.
실제,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자회사인 미디어로그와 LG헬로비전을 포함해 큰사람, 스마텔, 에넥스, 에스원, 코드모바일, ACN이 이달 중 5G 상품을 내놓거나 출시할 예정이다. 앞서 LG유플러스 망을 임대해 5G 요금제를 내놓은 KB국민은행까지 포함하면 9개사다.
KB국민은행은 약 한 달 만에 1만6천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이 가운데 이통사로부터 유치한 가입자가 절반을 넘는 52.2%에 이른다. 이 중 5G 가입자 비중은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지난해 알뜰폰 가입자가 급감한 가운데 올린 성적이어서 주목할 만하다.
LG유플러스 계열 사업자들이 내놓는 5G 요금제는 크게 두 가지다. 월 3만원대에 9GB(소진 시 1Mbps), 월 6만원대에 180GB(속도제어 무제한)다. 그동안 알뜰폰 가입자들의 이용행태를 보면 3만원대 가입률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3만원대라고 하지만 알뜰폰 1위 사업자인 LG헬로비전(구 CJ헬로)의 지난해 3분기 가입자당 평균수익(ARPU)이 2만2천906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3만9천600원인 5G 요금제는 알뜰폰 사업자들의 ARPU를 높이는데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하다.
LG유플러스 계열 알뜰폰 사업자들이 5G 요금제에 불을 당기면서 경쟁사의 알뜰폰 사업자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KT의 알뜰폰 자회사인 KT엠모바일은 지난해 12월 5G 요금제를 내놓은데 이어 지난 5일 이보다 저렴한 유심(USIM) 요금제로 월 4만1천500원에 8GB, 6만2천700원에 200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추가로 출시했다.
SK텔레콤 계열 알뜰폰 사업자들 역시 SK텔레콤과 5G 요금제 출시를 협의 중이어서 곧 이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이동통신 가입자의 월 평균 데이터 트래픽은 8.8GB다. 가장 낮은 요금제에서 8GB를 소모해도 1Mbps 속도제한으로 데이터를 추가 제공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한 양이다.
하지만 알뜰폰을 통해 5G 요금제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단말이란 장벽을 넘어야 하는 점은 아직까지 걸림돌이다. 5G용으로 출시된 단말 종류가 적은데다 고가란 점 때문에 이용자들이 상대적으로 이통사의 공시지원금이나 선택약정을 통한 가입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 알뜰폰을 통해 5G에 가입할 만한 유인책이 부족한 것도 고민거리다.
다만, 과기정통부가 LG유플러스에 CJ헬로 인수 허가를 내주면서 알뜰폰이 5G 단말 구매 요청을 하면 LG유플러스와 동등한 조건으로 구매 대행을 하도록 해 과거보다는 단말 확보가 용이해진 상태다.
또,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텔링크의 경우 중고폰 거래 플랫폼인 ‘바른폰’을 이용할 경우 중고폰 시세를 확인해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어 참고할 만하다.
특히, 이통사들이 여전히 5G 전국망 구축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붓고 있어 당분간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 계획이 없고, 이를 알뜰폰이 이를 대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알뜰폰에게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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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5G에 대한 투자비 때문에 한 동안 프리미엄 요금제 위주로 가고 중저가 요금제는 알뜰폰에 맡기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중저가 이용자들에게 5G에 대한 요구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5G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기회가 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역시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이어가기 위해서도 이통사들의 이 같은 전략에 수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올해 중저가를 포함한 5G 단말들이 추가로 출시되면 단말 수급이 용이해진다 점도 긍정적 요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