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에 떠는 스마트폰…장기화 여부 촉각

[이슈진단+] '신종 코로나' 사태 다음주 분수령

디지털경제입력 :2020/02/04 15:51    수정: 2020/02/05 08:01

글로벌 스마트폰 생태계가 때아닌 위기를 맞닥뜨렸다. 중국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빠르게 확산되면서다. 중국은 세계 주요 스마트폰 기업의 제조·부품 공급망이 자리 잡은 곳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가 간 물류·유통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전체 시장 리스크도 걷잡을 수없이 커질 전망이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신종 코로나로 인해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기존 전망치보다 2% 줄어든 14억7천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은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의 70%를 생산하고 있다. 내수 시장 의존도가 큰 중국부터 일본, 미국 등 밀접하게 연관된 국가 경제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신종 코로나 사태는 다음 주가 고비로, 현재로서 언제 끝날 것인지 가늠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등 관련 부품에 대한 공급이 중단, 생산·유통이 막히면서 중국 경제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고 있다.(사진=씨넷)

■中 공장 가동 중단에 매장 문도 닫아...소비심리도 '위축'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춘제(중국의 설) 연휴 기간을 9일까지 추가로 연장, 일부 산업군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장 가동을 중단할 것을 기업에 통지했다. 각 시에서도 이 기간 업무에 복귀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내리면서 소비자 매장도 휴업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내 유일한 플래그십 매장(상하이 소재) 운영을 9일까지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국 내 삼성전자 점유율이 0~1%대로 미미하고 매장 휴업으로 인한 매출 문제은 크지 않겠지만, 앞으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애플은 이 기간 현지 모든 애플스토어 매장을 임시 폐쇄한다. 애플은 현지 외산 업체 중 유일하게 상위권에 속해 있는 데다 전체 매출의 5분의 1 가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샤오미는 지난 2일까지 오프라인 매장을 폐쇄했다.

이번 사태로 소비심리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질병 방지를 위해 소비자들의 이동이 줄어들면서 판매가 둔화되고, 나아가 실제 제조공정상 손이 잘 닿지 않음에도 불구 중국산 제품을 경계하는 심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레이쥔 샤오미 회장(가장 왼쪽)을 포함해 사진 속 3일 오전 회의에 참석한 임원들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사진=류더 소셜미디어)

중국 소재 공장 가동도 중단됐다. 외산 업체 중에서는 애플에 대한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중국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폭스콘 등을 통해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100만대 규모 아이폰이 판매 연기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국내 제조사는 대부분의 생산기지를 인건비가 더 저렴한 베트남, 인도로 이동해 단기적으로는 타격이 적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 광둥성 후이저우 소재 공장을 끝으로 중국 내 스마트폰 생산시설 가동을 모두 중단했다. LG전자는 청도에 공장을 두고 있지만 지난해 베트남으로 주요 생산시설을 이전했다.

■부품 조달에 차질 빚는 후방界...물류 통로 모색에 '분주'

전자부품 등 후방 산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다음 주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직접적인 피해가 드러나지 않겠지만, 만일 중국 정부 지침이 9일에서 한차례만 더 길어지더라도 각 부품의 안전 재고 물량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사태 장기화 시 완성품 업체도 타격이 불가피한 셈이다.

부품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안전 재고를 2주 이상 갖고 가기 때문에 중국에서 일주일 가량 출하가 정지되더라도 당장 임팩트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모바일 업계에서는 보통 한 달 이상치 재고를 안고 가지 않기 때문에, 예컨대 또다시 20일까지 연장되면 충격이 바로 전해질 것이다. 구매나 영업단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대기업 협력사인 모 업체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로 인해 이번주부터 전자사업부에서 부품 구매 등 영향이 점차 느껴지고 있다"며 "대기업에서는 가전 쪽 생산부문부터 어려움이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에 주요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중국 부품 수급을 확대하는 추세여서 신종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의 지도상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는 '코로나맵'이 지난달 30일 공개됐다. (사진=코로나맵 사이트)

단기적으로는 중국 부품이 대체로 기술장벽이 낮아 다른 업체로 이원화가 수월하겠지만 장기화될 경우 결국 라인업 전반에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제조업자개발생산방식(ODM)과 합작개발생산(JDM)을 늘리고 있는데, 대부분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에 활용된다.

실제 관련 부품 업체들은 베트남이 중화권 노선에 대한 항공 운항을 중단하면서 타국가 혹은 해상을 통한 물류 운송을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부품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9일까지 출근 제한 조치가 걸려 있어 현지 인력은 자택에서 연락을 취하고 있다"며 "현재로써 9일까지 물류 자체는 막혀 있지만, 핵심 부품의 경우 관리 인력이 제한적으로 출근해 공장을 가동하며 물량을 백업하고 있는 상황이다. 홍콩을 경유하거나 해상 통로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요 글로벌 행사에도 우려의 눈초리

예정되어 있는 각 기업의 주요 글로벌 행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주 스마트폰 신제품을 공개하는 갤럭시 언팩 행사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다. 현재로서 취소할 계획은 없지만, 방역을 위한 대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행사인 만큼 미국에서 중국인 입국을 제한해 한시름을 덜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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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이달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이동통신박람회(MWC)에서 스마트폰을 공개한다. MWC는 중국 화웨이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과 업계인이 대거 참석한다. 화웨이는 중국 선전 본사에서 오는 11일 진행 예정이었던 '화웨이 개발자 콘퍼런스(HDC) 2020'을 3월 말로 연기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물류 방역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예의주시해서 상황을 지켜보는 동시에 정상적인 신제품 출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