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 주차장으로 전락한 '전기차 완속 충전소'

[이슈진단+] 고치자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 ①

카테크입력 :2020/01/28 16:26    수정: 2020/01/28 16:28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시행령 개정안’이라고 불리는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은 지난 2018년 9월 21일부터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공포됐다.

한 때 산업통상자원부가 해당 법안을 2019년 이후로 연기하려고 했지만, 법제처가 이같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면서 2018년 9월 21일부터 이 법이 시행됐다.

이같은 움직임은 서울특별시를 포함한 여러 지자체에 혼란을 줬다. 해당 법안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서울시의 경우, 2019년 3월 31일까지 법안 계도기간으로 정하고, 4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법안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은 단속 인력 부족과 예외 조항이 마련돼 현재까지 전기차 운전자를 포함한 일반인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해당 법안이 제대로 개정되지 못하면 전기차 운전자들의 기본 권리 중 하나인 충전 자체가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내로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을 개정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이번 이슈진단을 통해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의 문제를 살펴보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편집자주]

스타필드 하남에서 완속충전이 진행중인 현대차 아이오닉 플러그인 (사진=지디넷코리아)

■ 충전방해금지법 적용 제대로 못 받는 전기차 완속 충전소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요건 등에 관한 규정’ 제6조 ‘충전방해행위’ 조항에는 충전 방해행위를 적발할 수 있는 구역을 ‘급속충전기’로 한정 짓고 있다.

해당 조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환경친화적 자동차에 대한 충전 방해행위는 급속충전시설을 이용하는 환경친화적 자동차가 충전을 시작한 이후 1시간이 경과한 때까지 해당 충전구역 내에 계속 주차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표기됐다.

같은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내 충전 방해행위 기준 대상에는 ‘급속충전기’ 또는 ‘완속충전기’와 같은 세부 충전기 명칭이 없다. 단순히 “환경친화적 자동차 충전시설의 충전구역(이하 충전구역) 내에 물건 등을 쌓거나, 충전구역의 앞이나 뒤, 양 측면에 물건 등을 쌓거나 주차해 충전을 방해하는 행위” 로만 표기하고 있다.

충전방해행위 대상 충전기에 대한 명확한 표기가 없기 때문에, 전기차 완속 충전소는 충전방해행위를 금지할 수 있는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쇼핑시설이나 숙박시설 등에 설치된 전기차 완속 충전소가 일반차량으로 가로막혀 전기차 운전자들의 완속 충전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아파트와 다세대 주택에 마련된 전기차 급속 또는 완속 충전소도 충전방해금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충전소 내 일반 차량 주차가 꾸준히 발생되고 있다. 국내서 전기차를 구매한 운전자들은 매번 충전 스트레스를 겪는 악순환이 발생되고 있다.

■ “완속충전소=전기차 전용 주차장” 잘못된 인식에 일반차 주차문제도 계속

국내 자동차 분석업체 카이즈유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전기차 등록대수는 3만5천46대로 전년 누계 대비 12.4% 올랐다. 전기차 수가 점차 늘어나는 만큼, 배터리 손실 우려 없고 안정적인 충전을 진행할 수 있는 완속충전기 설치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전기차가 늘어나는 만큼, 완속충전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면서 완속 충전소 내 충전방해행위 단속은 거의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또 전기차 전용 주차장이나 일반 차량 주차장으로 잘못 인식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 위반 신고 대상 전화번호가 잘못 표기되는 사례까지 발생됐다.

지디넷코리아는 27일 오후 코레일 엠블럼이 부착된 니로 EV 차량이 용산역 아이파크몰 달주차장 4.5층 전기차 완속충전소에 주차된 모습을 포착했다. 해당 차량은 전기차 충전기와 연결되지 않은 채 주차된 상태다.

용산역 달주차장 전기차 완속충전소에는 ‘전기차 우선‘과 ’EV 충전소‘ 표기 문구와 함께 한국전력이 설치한 완속 충전기가 설치됐다. 이 충전기는 카셰어링 전기차, 일반 순수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완속 충전 용도로 활용된다.

충전기 연결 없이 용산역 달주차장 완속충전소에 주차된 코레일 소속 니로 EV 차량 (사진=지디넷코리아)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 지하 2층 주차장에는 위반 행위 과태료 부과 내용이 담긴 '전기차 충전소' 문구가 있지만, 일반차 주차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단속 신고번호도 잘못 표기됐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지디넷코리아 취재 결과 해당 니로 EV 차량은 코레일 소속 용산역 소속 관리 차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코레일 관계자는 “충전기 연결 없이 해당 전기차가 완속 충전소에 주차한 것은 당연히 잘못된 것”이라며 “코레일 서울본부 경영인사처 명의의 공문을 전기차를 운영하는 부서로 오늘 보내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과 충전 관련 매너를 지킬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노보텔 엠베서더 용산) 호텔 내부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과 순수 전기차가 충전할 수 있는 완속 충전소가 지하 2층 주차장에 자리잡고 있다.

이 자리에는 ‘전기 자동차 충전소’ 안내문구와 함께 충전소 내 위반 행위가 발생할 경우 과태로 10만원이 부과된다는 내용이 적혔다. 또 위반 사항이 발생될 경우를 대비한 별도 전화번호까지 표기했다.

‘2129’로 시작되는 이 전화번호는 서울 용산구청 주차관리과 번호다.

지디넷코리아는 해당 번호로 전기차 충전 위반 행위를 알리기 위해 일반 시민으로 가장해 용산구청 주차관리과로 전화했다.

해당 주차관리과 직원은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은 우리 담당이 아니다”며 “해당 내용은 서울시 기후대기과가 담당한다”고 말했다. 호텔 측이 해당 번호를 잘못 부착했다는 설명이다.

호텔 측은 용산구청에 책임을 떠넘겼다. 충전소 건설 때부터 용산구청의 별도 조례문을 받아 위반 상황 발생시 주차관리과 전화번호로 걸면 된다는 안내까지 받았다는 설명이다.

■산업부 “충전방해금지법 개정한다” 시기는 밝히지 않아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에 대한 문제가 계속되면서, 정부가 문제를 빠르게 파악해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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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지디넷코리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 운영이 문제되고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내로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이 개정될 예정”이라고 말했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개정될지에 대한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