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0에서 사라진 삼성 빅스비

삼성전자 AI 전략, 감성 경험으로 변화

홈&모바일입력 :2020/01/10 13:43    수정: 2020/01/10 13:44

올해 소비자가전쇼(CES) 행사에서 삼성전자의 빅스비가 사라졌다. 삼성전자는 김현석 사장의 기조연설에서 로봇 '볼리'를 공개하는 등 인공지능(AI) 관련 다양한 발표를 내놨지만, 유독 빅스비를 언급하지 않았다.

9일(현지시간) 미국 씨넷은 CES 2020에서 삼성전자의 빅스비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AI 전략에 변화가 생긴 것인지 의문부호를 던졌다.

빅스비는 삼성전자에서 자체 개발한 개인가상비서다. 삼성만의 자체 AI 플랫폼으로 키워 스마트폰, 웨어러블, TV,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스피커, 자동차 등 다양한 제품군의 차별화 요소로 삼아왔다. 빅스비는 삼성전자 AI 전략의 핵심으로 꼽힌다. 작년 CES 행사에서도 스마트가전으로 빅스비를 확대 적용하며 의욕을 보였다.

삼성전자 김현석 대표이사 사장(CE부문장) (사진=삼성전자)

올해 CES 행사에선 빅스비가 한차례도 거론되지 않았다. 김현석 사장은 CES 2020 기조연설에서 지능형 로봇 '볼리'를 소개하며 향후 10년을 '경험의 시대'로 정의하고 착한 기술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품을 구매할 때, 제품의 소유 자체가 아니라 그 제품이 가져다 주는 편리함, 안정, 즐거움 등 삶의 긍정적 경험을 기대한다”며 “삼성의 인간 중심 혁신이 이 같은 과제를 해결하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사장은 '한층 더 연결된 세계의 미래'란 삼성전자의 비전을 소개했는데, 빅스비를 언급하지 않았다. 삼성전자에서 배포한 자료에서도 빅스비를 찾을 수 없었다.

최근들어 삼성전자의 AI 전략 중 빅스비의 존재감이 예전 같지 않다. 갤럭시S8 출시와 세상에 등장한 빅스비는 당시만 해도 전용 버튼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 작년 갤럭시 스마트폰 시리즈에서 빅스비 전용 버튼은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도록 바뀌었다. 갤럭시 노트10 시리즈는 빅스비 버튼을 아예 없앴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구글, 아마존 등은 스마트 기기와 AI의 결합에 힘을 쏟고 있다. 그 형태는 음성 인식 기반의 개인비서다. 개인용 AI 기술은 음성과 카메라 인식을 통한 인간과 기계의 교감을 필수로 삼는다. 빅스비는 이와 관련한 삼성전자의 대표 브랜드였다.

삼성전자 측은 "빅스비는 회사에서 여전히 최우선 요소이며, AI는 여러 유형이 있으며 디지털 비서만 있지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할 TV 신제품의 경우 AI 기능을 탑재한다. 이용자의 TV 이용 패턴을 분석해, 선호할 채널과 서비스를 맞춤 추천한다. 빅스비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포함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여년 간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역량 강화에 집중 투자해왔다. 그러나 업계에선 지속성에 의구심을 던진다.

삼성전자는 빅스비에 앞서 음성인식 기능인 'S보이스'를 선보였는데, S보이스는 수개월 뒤 빅스비로 대체됐다. 독자 모바일 운영체제(OS)로 개발했던 타이젠은 고사양 스마트폰에 적용되지 못하고 웨어러블과 TV 등의 용도로 변경됐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태블릿 제품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에 계속 의존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빅스비를 계속 개선하고 있지만, 구글 어시스턴트와 아마존 알렉사엔 뒤쳐져있다. 미국 씨넷은 일부 전문가가 막대한 자금력에도 불구하고 빅스비의 선두주자 추격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전했다.

빅스비 전략이 쉽지않다는 대표적인 예로 '갤럭시홈' 스피커가 꼽힌다. 삼성전자는 2018년초 갤럭시 노트9 공개행사에서 빅스비 기반 스피커인 갤럭시홈을 발표하고 그해 8월 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출시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CES 2020 기조연설에 앞서 가진 김현석 사장과 인터뷰에서 "김현석 사장은 갤럭시홈 미니의 올해초 출시 계획을 밝혔으며, 빅스비에 대한 세간의 비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2년전 올해인 2020년까지 AI에 22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1천여명의 AI 전문가를 채용하고, AI센터를 설립하는 등 투자를 이어왔다.

삼성전자 김현석 대표이사 사장(CE부문장)이 컴퍼니언 로봇 '볼리'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일단 작년과 올해 CES 행사에서 삼성전자의 AI 전략은 볼리 같은 '컴퍼니언 로봇' 형태에 쏠렸다. 작고 친근한 디자인의 로봇과,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는 보행보조로봇 'GEMS'를 강조한다. 볼리나 GEMS 제품이 빅스비를 포함하는지 확실치 않다.

볼리는 공 모양으로 이동이 자유롭고 사용자를 인식해 따라 다니며, 사용자 명령에 따라 집안 곳곳을 모니터링하고 스마트폰, TV 등 주요 스마트 기기와 연동해 다양한 홈 케어를 수행할 수 있다.

‘온 디바이스 AI’ 기능을 탑재해 보안과 프라이버시 보호를 강화한 시큐리티 로봇이나 피트니스 도우미 역할을 하는 등 필요에 따라 기능을 확장할 수 있다.

'젬스(GEMS, Gait Enhancing & Motivating system, 웨어러블 보행보조 로봇)'를 입은 사용자가 ‘AR 글라스’를 쓰고 가상의 개인 트레이너에게 맞춤형 피트니스를 받는 것을 시연했다.

GEMS는 착용 후 트레이너와 함께 런지와 니업 같은 피트니스 동작을 하고 자세 교정을 받으며, 운동 결과는 모바일 기기을 통해 피드백 받는다. 이밖에도 삼성전자는 ▲IoT 냉장고인 ‘패밀리허브’가 가족을 위한 맞춤형 식단을 짜서 간편하게 요리를 할 수 있도록 레시피까지 추천해주고 ▲가정용 식물재배기가 키운 허브로 음식의 맛을 더하고 ▲AI 보조 셰프인 ‘삼성봇 셰프’가 요리과정을 도와 주는 등의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CES 2020에서 빅스비가 완전히 사라지진 안핬다. 페데리코 카살레뇨 삼성북미 디자인혁신센터 디자인혁신총괄은 "빅스비는 GEMS 작동을 분석하고, 이용자의 건강관리를 도우며, 운동 후 식사 균형을 조절한다"며 "빅스비 비전은 개인별 선호 레시피와 와인을 정하고, 식사 계획을 세워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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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비는 이용자의 명령을 받아 작업을 수행한다. 반면, 볼리를 비롯한 삼성전자의 여러 AI 제품은 음성명령 외에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사용자의 직접 명령 없이 감성적인 경험을 충족시킨다.

씨넷은 "삼성의 경험의 시대는 감성적 경험과 명령어 없는 작동에 초점을 맞춘 것을 드러낸다"며 "그것은 빅스비가 아니라 볼리"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