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시장 성장가능성, 협업하는 가치 느낄 수 있어"

[핀테크 개발자를 만나다④] 밸런스히어로 정민규 헤드엔지니어

금융입력 :2020/01/08 16:41

최근 한국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약 290조원이었던 글로벌 핀테크(모바일 전자결제 시장 기준) 규모는 2018년 약 1천조원으로 245% 성장했다. 신규 투자도 2013년 23조원서 2018년 134조원으로 늘었다. 정부도 국내 핀테크업의 규모 확대(스케일업) 지원과 규제 개선, 법제화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발맞춰 핀테크도 전문 인력을 고용하고 육성하는 등 더 나은 일터와 혁신적 서비스 제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 핀테크 업체의 이름, 하는 일이 제대로 소개되지 않아 청년들이 지레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특히 IT기술 기반으로 운영되는 금융사인 핀테크들은 IT기술을 다루는 개발 인력 모집에 상시 애를 먹고 있다. 핀테크 개발자가 정말 괜찮을지, 이 핀테크 업체는 어떤 곳인지를 소개해본다. [편집자주]

'밸런스히어로'는 국내 스타트업이지만 주 활동 무대는 인도다. 2014년 7월 인도에 '트루밸런스'란 선불제 통신료 잔액 확인 서비스를 시작해, 2019년 11월에는 인도중앙은행으로부터 대출 라이선스를 취득해 소액 신용대출 등을 취급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이지만 인도인을 타깃으로 한 핀테크 업체다 보니, 개발팀도 이원화돼 있다. 대부분 국내에 개발자들이 개발을 도맡고 있지만 인도에도 클라이언트 개발자가 한 명 파견나가 있다.

한국서 양 국 간 개발자들이 일을 더욱 잘할 수 있는 환경만들기에 매진하고 있다는 밸런스히어로 정민규(회사선 제프) 헤드 엔지니어를 만났다. 정민규 헤드 엔지니어는 "기존과 일하던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잘 인지하고 고민이 필요하다"며 "시차와 생각의 차이 등은 분명히 힘들지만 인도 사람과 일하고, 인도 시장을 경험할 수 있다는 독특함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Q. 밸런스히어로에 합류하게 된 이유가 뭘까요?

"2019년 가을에 입사했습니다. 전 직장이었던 카카오에서 알게 된 개발자가 먼저 이직을 했고, 혹시 이 회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만날 생각이 없냐고 해서 만나다가 이직하게 됐어요.

인도에서 일한다는게 제일 큰 매력이었습니다. 네이버랑 라인에서 11년 정도 있었다. 네이버에서 있을 때 중국 6개월정도 있었고, 네이버 재팬 때는 한국에서 지원 업무를 했어요. 라인이 일본서 잘 되고 대만, 태국에서 막 커나가는 걸 보면서 해외 시장이 크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인도는 경험하지 못한 나라라는 호기심이 제일 컸고 이게 이직 사유의 30% 정도 차지했다고 생각해요."

밸런스히어로 정민규 헤드엔지니어.(사진=지디넷코리아)

Q. 일본이나 중국이랑 인도는 전혀 다르지 않나요,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나요?

"매우 다릅니다.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는 한국가 다르긴 하지만 공통점이 훨씬 많다고 봐요. 예를 들어 일본인과 처음 함께 일할 때 '왜 저렇게 일하지'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엔 맞는 부분도 있고 정서적 공감대도 있었어요. 인도 개발자와 일하는 것은 정서와 문화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어요.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하는 방식부터 통하지 않았지요.

인도 동료들은 자기 주장이 국내 동료에 비해 강한 것 같아요. 이 이야기를 듣고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지 고려하는데 인도인들은 그런 것에 주저가 없더라구요. 물론 주장을 거절당한다고 해도 상처받지도 않더라구요."

Q. 일하는 방식이 크게 다른가요?

"인도에선 총괄자가 일을 잘게 잘라서 나눠주고 수행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해요. 한국은 개발자들이 자율적으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구현 방식 등을 총체적으로 고민하는 수준이고요.

방식 외에도 논의를 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논의를 풀어나가는 구조, 생각하는 방식이 많이 다르다는 걸 느껴요. 일본은 원칙을 중요시하는 그런 면이 있었다면, 인도는 설득과 결론에 도달할 때까지 끊임없이 대화를 해야 하는 스타일이예요. 아마 한국 사람들끼리 통하는 '정신세계'가 있고 콘텍스트를 공유하고 있어 몇 가지만 맞추면 합이 맞는데, 인도 개발자와는 '인도 사람 왜 저래, 한국 사람 왜 저래' 와 같은 걸 맞추는 작업을 기본적으로 하고, 생각 논의를 발전해야 하죠. 그런 부분이 쉽지만은 않은 부분입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요."

Q. 어려움이 많은데 불구, 일하는 매력은 무엇인가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이예요. 사람과 시차 등 복잡한 환경이예요. 그렇지만 인도란 시장 자체가 어마어마하고 개발중인 국가다 보니 우리만 잘하면 될 수 있다는 것도 있죠. 같은 노력을 해도 인도서 거둘 수 있는게 더 크죠. 한국선 시장점유율이 10%이면 500만명인데, 인도에서 시장점유율 1%면 1천만명 이상이예요. 시장의 기회랑 인도를 경험해볼 수 있는 가치를 얘기하고 싶어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에서 일하는 것, 프로덕트를 하나 론칭하면 숫자가 예상 외로 크게 나오는 것 등을 볼 수 있어요. 한국서도 개발자가 상품을 만들어서 숫자를 만드는 경험을 할 수 있지만, 인도선 배로 커요."

밸런스히어로는 지난 6일 대출상품의 일일 거래 건수가 4만건을 돌했다고 밝혔다. 작년 상반기 국내 인터넷뱅킹 일평균 이용 건수가 1만5천900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도 시장이 크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Q. 입사하려면 영어를 잘해야 하나요?

"대부분 메신저를 통해 얘기하니 말할 일은 거의 없고 쓰거나 읽을 일이 많아요. 개발 오픈소스 메뉴얼을 읽을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Q. 네이버와 카카오 등 큰 조직에서 일했습니다. 스타트업의 장점을 꼽자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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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으로, 조직적으로도 뭔가를 다시 성장시키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네이버재팬의 라인 처럼요. 네이버에 있다가 토스, 카카오로 이직한 뒤 밸런스히어로에 오게됐는데 사람과 시스템이 분명히 큰 조직과 작은 조직은 다릅니다. 정리된 곳보다는 조금은 덜 정리돼 내가 정리해나가는게 적성에 맞는지 확인해봐야 해요. 저는 이게 더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어요."

밸런스히어로는 3년 재직 시 14일의 휴가와 휴가비 100만원을 지원하는 '리프레시 휴가'와 연간 120만원 상당의 문화 활동비를 지급하는 등 사내 복지 정비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