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3법' 연내 처리 끝내 무산

정부·산업계는 '데이터 경제'…국회는 '나몰라라'

컴퓨팅입력 :2019/12/31 18:08    수정: 2019/12/31 18:26

데이터 경제 활성화 발판으로 평가받는 '데이터 3법' 연내 처리가 불발됐다. 지난달 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된 이후 후속 논의가 이어지지 못하면서 해를 넘기게 됐다.

지난 해 11월 발의된 데이터 3법은 정보 주체가 특정되지 않는 가명정보를 사전 동의 없이도 빅데이터 분석에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정보보호 거버넌스를 일원화하는 것 등이 골자다.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와 산업계에서는 데이터 3법을 조속히 도입해 국가 경쟁력이 뒤처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동시에 이를 보완하는 규제 개선도 추진해 빅데이터 활용을 보다 원활히 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내고 있다. 그러나 입법 기관인 국회에선 여야간 정쟁으로 데이터 3법 논의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데이터 3법은 국회 상임위에 계류돼 있었다. 그러나 산업계에서 현행 개인정보 규제로는 빅데이터 활용이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이에 여야 3당 원내대표가 해당 법안의 통과에 합의하면서 하반기에 상임위 문턱을 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상임위 통과 이후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 법안의 체계, 형식과 자구를 심사하는 법사위에서 계류됐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법안에 대한 심층 논의가 필요하다며 반대를 표했기 때문이다.

그 뒤로 국회가 선거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갈등 상황에 접어들면서 법사위에서는 데이터 3법에 대한 논의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사진=PIXTA]

특히 내년 4월 총선이 치러진다는 점에서 연내 법안 통과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내년부터는 각 당이 본격적으로 총선 대비에 매진하면서 법안 논의가 뒷전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3일 정보통신망법 소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 현장에서 자유한국당이 회의를 익일로 연기하자고 요청하자 김경진 무소속 의원이 "오늘 회의가 안 열리면, 언제 의원들이 서울에 다 올지 모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수 의원들이 총선 준비를 위해 지역구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국회에서 입법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해 산업계는 답답함을 표하고 있다. 업계는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3법 외에도 추가 입법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빅데이터 경제 활성화의 기초라 할 수 있는 데이터 3법조차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과방위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통과 이후 논의하기로 합의했던 위치정보법 개정안도 그 중 하나다. 방송통신위원회 소관의 개인 위치정보 보호 기능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이관하고, 위치정보법을 방통위와 개보위가 공동으로 소관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빅데이터 분석에 활용 가능한 개인정보인 '가명정보'를 법적으로 정의하는 것 외 실질적으로 기업이 참고할 수 있는 빅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대표변호사는 "어떤 정보가 정보 주체가 식별되지 않는 비식별 정보인지 정부가 명확히 안내한 적이 없다"며 "정부가 실용적인 분류 체계를 만들지 않으면 데이터 3법도 아무 소용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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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빅데이터 센터 구축을 국정과제로 내걸었던 정부도 마찬가지로 답답함을 표하고 있다. 이를 위해 특별한 사유 없을 경우 원칙적으로 공공·행정기관 간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데이터 기반 행정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통과돼야 하나 지난 2017년 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된 이후 계류돼 있다. 해당 법안은 공공 데이터에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는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한 처리를 명시하고 있다. 산업계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빅데이터 활용을 위해서는 데이터 3법 통과가 필요하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부처 간 공동으로 활용 가능한 데이터를 기관이 자체적으로 등록해도 되고, 타 기관에서 데이터를 요청하면 공유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의 법안이라 통과될 경우 기관 간 데이터 공동 활용의 문이 활짝 열릴 수 있다"며 "현재는 각 기관들이 자체적으로 생성한 데이터에 대해 소유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데, 공공 영역 내에서의 데이터 공동 활용으로 창출할 수 있는 이익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