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티브로드 인수합병(M&A) 심사가 9부 능선을 넘었다. 사전 심사를 신청한 지 278일 만에 공정거래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문턱을 넘어,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동의만 남겨두게 됐다.
과기정통부는 30일 지난 3월 SK텔레콤이 제출한 티브로드 인수·합병 신청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이번 정부의 결정으로 SK텔레콤은 두 차례 시도 끝에 케이블TV 사업자와의 M&A에 한 걸음 다가가게 됐다.
앞서 SK텔레콤은 2016년 CJ헬로와 M&A를 시도했으나 217일 간의 고민 끝에 공정위의 최종 ‘불허’ 결정을 받아들었다. 당시 공정위의 불허 결정으로 관련 산업을 관장하는 과기정통부나 방통위는 심사조차 못 한 채 종료됐다.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공정위는 유료방송 시장 환경이 변했다는 판단에 따라 SK텔레콤의 M&A 신청에 대해 최종 승인을 결정했다. SK텔레콤의 사전신청 이후 226일 만에 이뤄진 결정이다.
2년 전 불허 결정에 비해서도 공정위의 판단이 늦어지면서, SK텔레콤은 합병 기일을 두 차례 연장했다. 최초 SK텔레콤이 공시한 합병기일은 2019년 1월 1일이었으나, 공정위의 심사에 시간이 걸리면서 3월 1일로,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심사 기한을 고려해 또다시 4월 1일로 연장했다.
정부가 M&A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는 사이, 유료방송 시장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대형 사업자들이 장악력을 높이면서 미디어 시장 내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과기정통부는 M&A 심사를 서둘렀다. 실제로 과기정통부는 공정위의 승인 결정 이후 53일 만에 조건부 승인 결정을 발표했다. 이는 업계의 예상보다 빠른 결정이다.
이제 M&A에 대한 공은 방통위로 넘어갔다. 이날 과기정통부가 방통위에 사전동의를 요청한 만큼, 방통위의 사전동의 이후 과기정통부 장관은 SK텔레콤의 M&A를 최종 승인할 계획이다. 방통위가 심사에 속도를 낼 경우, SK텔레콤의 티브로드 M&A 최종 결정 시기도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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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국내 유료방송 시장 재편이 시급한 만큼, 정부의 빠른 최종 승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13일 정부의 승인 결정이 내려진 LG유플러스와 CJ헬로 간 인수와 비교해 형평성의 차이가 없도록 서둘러 결정이 내려질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과기정통부가 유료방송 시장 상황을 고려해 예상보다 빠르게 승인 결정을 내린 만큼, 방통위도 1월 내 사전 동의를 결정해주기를 기대한다”며 “향후 방통위 사전동의 심사에도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