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신청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IPTV 사업자의 케이블TV 인수를 허용한 첫 번째 사례다. IPTV 업계 3위 사업자와 케이블TV 업계 1위 사업자 간 결합이라는 점에서 국내 유료방송 시장 재편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기정통부는 13일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기 위해 지난 3월 신청한 주식취득 인가와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건에 대해 조건을 부과해 인가 및 변경승인을 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을 통해 LG유플러스는 CJ헬로의 지분 50%+1주를 취득하고, 최대 주주로서 공동 경영할 수 있게 됐다. CJ헬로는 오는 24일 주주총회를 통해 ‘LG헬로비전’이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 알뜰폰 활성화가 우선…5G·LTE 요금제 도매 제공
이번 인수 심사에 최대 고비는 ‘알뜰폰’이었다. CJ헬로가 알뜰폰 업계 점유율 1위인 ‘헬로모바일’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양사의 결합으로 알뜰폰 시장 독행기업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관련 규정과 전문가 자문단 의견을 검토한 결과 ‘경쟁 저해 등 정도가 인가를 불허할 정도로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통신 시장의 공정경쟁 및 이용자 보호를 위해 ▲도매 제공 대상 확대 ▲데이터 선구매 할인제공 ▲다회선 할인 및 결합상품 동등제공 등 조건을 부과했다.
우선 과기정통부는 LG유플러스가 출시한 5G·LTE 요금제를 모두 알뜰폰 사업자에 도매 제공하도록 했다. 이는 기존에 도매 제공 되지 않던 5G·LTE 요금제의 빗장을 풀어 알뜰폰 사업자들이 다양한 요금제를 출시하고, 이를 통해 알뜰폰 시장이 활성화되는 결과를 내기 위함이다. 가령 LG유플러스의 5G 도매대가를 66% 인하해 제공할 경우, 알뜰폰 사업자는 3~4만원대에 5G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사업자가 종량제 데이터를 대용량으로 사전 구매하는 경우, 할인을 제공하는 ‘데이터 선구매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향후 LG유플러스는 알뜰폰이 구매할 데이터량에 따라 최소 3.2%에서 최대 13%까지 할인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중소 알뜰폰 사업자는 LG유플러스로부터 데이터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해, 한층 경쟁력 있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이밖에도 ▲이동전화 다회선이나 인터넷·유료방송 등을 보유하지 못해 마케팅 측면에서 열위에 있던 알뜰폰 사업자를 위해 LG유플러스가 보유한 결합상품을 알뜰폰 사업자에게 동등하게 제공할 것 ▲알뜰폰의 5G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알뜰폰이 5G 단말기나 유심 구매를 요청하면 동등한 조건으로 구매를 대행할 것 ▲CJ헬로 이동전화 가입자가 LG유플러스로 전환하도록 부당하게 강요·유인하거나, 지원금을 부당하게 차별적으로 지급하는 행위 등의 금지 등을 조건으로 부과했다.
■ 방송 지역성·공정경쟁에 방점…협력 업체 상생 방안도 포함
방송분야에서는 ▲지역성 강화 ▲공정경쟁 ▲시청자 권익 보호 ▲방송·미디어 산업 발전 ▲상생협력 등을 위해 필요한 승인조건을 부과하기로 했다.
우선 과기정통부는 전국사업자인 IPTV의 케이블TV 인수로 인한 지역 채널 시청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CJ헬로가 운용하고 있는 ‘지역 채널’을 강화를 유도한다. 구체적으로 지역 채널 콘텐츠 송출을 CJ헬로의 8VSB 저가 상품으로 확대하고, LG유플러스 IPTV에는 무료 VOD 형태로 제공토록 했다. 또한, 지역 채널에 대한 투자·본방송 비율·지역밀착형 콘텐츠 비중 등을 포함한 운용 계획을 수립하고 과기정통부에 제출토록 했다.
인수 후 LG유플러스가 부당한 영업 행위로 CJ헬로의 가입자를 전환 유도하지 못하도록 제재 장치도 마련했다. 이를 통해 ▲8VSB 디지털방송 상품으로의 신규 가입 및 계약 연장을 방해하는 행위 ▲8VSB 가입자의 디지털방송으로의 가입 전환을 유도하는 행위 등은 금지된다. 기업 결합으로 양사의 몸집이 커지는 만큼,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사용료 및 홈쇼핑 송출 수수료 책정에 부당한 협상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재하는 방안도 도입된다.
시청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도 조건으로 부과됐다. 과기정통부는 방송구역에 따라 격차가 큰 CJ헬로 8VSB 상품의 종류와 상품별 채널 숫자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토록 했다. 아울러 현재 제공 중인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에 요금 감면과 장기약정, 결합상품 등에 대한 요금 할인 제도가 축소되지 않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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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방송 경쟁력 강화를 위해 콘텐츠 투자 계획 구체화 ▲CJ헬로 내 유지보수 인력과의 상생을 위해 협력업체와의 기존 계약의 일정 기간 유지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양사가 작성한 콘텐츠 투자 계획과 협력업체와의 상생 방안은 과기정통부에 제출해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미디어 제공환경 변화에 대응해 정체된 방송통신시장의 활력을 부여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심사과정에서 제기된 알뜰폰 등 기존 시장의 경쟁 저해 문제를 치유하고 가계통신비 절감 및 이용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도 취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