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결산] 12개 키워드로 본 전자부품 업계

'미·중 무역분쟁'부터 '아이폰 쇼크'까지..위기감에 사업 철수 잇따라

디지털경제입력 :2019/12/26 18:33    수정: 2019/12/27 09:02

올해 전자부품 업계는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둔화 영향을 크게 받았다. 시장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연초부터 성장세가 둔화됐고, 주요 기업들은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대비해 새로운 먹거리를 마련을 위한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지디넷코리아는 국내 전자부품 업계의 이 같은 이슈를 키워드와 함께 정리해봤다. [편집자주]


■ 1월 - 아이폰 쇼크

국내 전자부품 업계는 새해 시작부터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둔화 영향으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애플은 작년 하반기 출시한 아이폰 X 시리즈가 중국 시장에서 판매 부진을 기록하면서 차이나 쇼크를 맞았다. 애플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5% 줄어든 843억달러에 그쳤고, 아이폰 매출은 작년동기 대비 15% 감소한 519억8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애플이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XS'. (사진=씨넷)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영향으로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 판매가 둔화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애플의 4분기 중국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7% 줄어든 131억7천만달러에 머물렀다.

애플의 차이나 쇼크는 LG이노텍에 아이폰 쇼크로 작용했다. 같은 기간 LG이노텍의 영업이익은 작년 대비 26.6% 감소한 1천36억원에 그쳤다.

반면 삼성전기는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36% 늘어난 2천523억원을 기록해 LG이노텍과 온도차를 보였다. 이는 삼성전기가 애플 외 삼성전자, 샤오미, 오포, 비보 등의 다양한 고객사에 적층형세라믹캐패시터(MLCC)를 공급한 데 따른 효과다.


■ 2월 - 3D 센싱 모듈

LG이노텍은 새로운 먹거리로 3D 센싱모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비행시간 거리측정(Time of Flight·ToF) 모듈의 양산을 시작했다.

ToF 모듈은 피사체를 향해 발사한 빛이 튕겨져 돌아오는 시간으로 거리를 계산해 사물의 입체감과 공간 정보, 움직임 등을 인식하는 3D 센싱모듈을 말한다. 이는 애플이 아이폰 X 시리즈에 도입한 구조광(Structured Light·SL) 방식의 3D 센싱모듈보다 측정 거리가 멀고, 양산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LG전자 'G8 씽큐'에 적용된 ToF 모듈. (사진=LG전자)

LG이노텍은 세계에서 가장 얇은 4.6밀리미터(mm)의 두께로 ToF 모듈을 개발하고, 이를 LG전자에 공급(G8 씽큐에 적용)하면서 양산기술력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 3월 - 청산

삼성전기가 27년 만에 중국 동관법인의 시설을 정리했다. 삼성전기 동관법인은 1992년 한·중 수교에 맞춰 중국에 처음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이 법인은 2000년대까지 스피커, 오디오데크, 키보드, 플로피디스크드라이브 등을 생산했지만, 삼성전지가 2015년 하드디스크드라이브모터 사업중단 및 전원공급모듈 사업 분사를 결정하면서 MLCC 테이핑 라인만 운용돼왔다.

삼성전기 MLCC 생산공장.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는 동관법인의 MLCC 테이핑 라인을 중국 톈진법인으로 모두 이전하고, 톈진법인을 MLCC 생산기지로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 4월 - 또 청산, 아이폰 쇼크는 여전

삼성전기는 자사 모바일 무선충전 관련 사업을 210억원에 국내 중견기업인 켐트로닉스에 매각하기로 했다. 또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기술인 패널 레벨 패키지(Panel Level Package·PLP) 사업을 삼성전자에 7천850억원에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PLP는 반도체와 메인보드를 연결하는데 필요한 인쇄회로기판을 사용하지 않고, 패널에 직접 구멍을 뚫어 반도체를 붙이는 공정을 말한다. 인쇄회로기판이 없는 만큼 두께를 줄일 수 있고, 다른 부품을 추가할 수 있어 기존의 패키지 방식보다 유연성과 확장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기의 모바일 무선충전 솔루션이 적용된 '갤럭시S6 엣지플러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기는 2015년부터 패널 레벨 패키지 기술 개발을 추진해왔다. 지난해에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웨어러블 기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양산하는 등 사업화에도 성공한 바 있다.

2019년 1분기 실적은 작년 4분기와 마찬가지로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온도차를 이어갔다. 삼성전기가 전년동기 대비 24% 늘어난 1천903억원의 영업이익을, LG이노텍은 아이폰 쇼크로 인한 114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 5월 - 초격차

LG이노텍은 3D 센싱모듈 브랜드로 '이노센싱'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앞으로 3D 센싱모듈을 적용한 완제품에 이노센싱 로고를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노센싱은 혁신을 뜻하는 Innovation과 최고의(eXellent), 극적인(eXtream), 경험(eXperience)의 X, 3D 센싱의 Sensing을 합성했다. 혁신적인 3D 센싱 기술로 고객에게 최고의 극적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삼성전기의 ‘광학 5배줌 초슬림 카메라모듈’.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는 카메라 돌출 없이 광학 5배줌이 가능한 차세대 카메라모듈 양산을 시작했다.

광학 줌은 카메라 모듈 내 렌즈를 물리적으로 움직여 멀리 있는 피사체를 화질의 저하 없이 가까이 당겨 촬영할 수 있는 기능으로 이는 이미지센서와 렌즈 간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고배율을 구현할 수 있다.

삼성전기는 센서와 렌즈들을 상·하(세로)로 적층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잠망경 구조의 방식을 적용해 높이의 증가 없이 고배율 광학줌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초점거리도 기존보다 2.5배나 더 늘렸다. 삼성전기는 이 카메라모듈을 중국 오포에 공급했다.


■ 6월 - 삼성의 중국 철수

삼성전자가 중국 후이저우(혜주)에 위치한 마지막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정리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4월 중국 선전 공장을 폐쇄하고, 같은해 12월 톈진 스마트폰 생산법인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 중국 내 스마트폰 사업을 축소해왔다.

삼성전자의 ODM 공급망에 포함된 중국 윙텍, 화친텔레콤 등 로고. (사진=윙텍, 화친텔레콤)

부품업계는 삼성전자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후이저우 공장에서 축소한 물량이 제조업자 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전환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 제조업체 윙테크와 협력해 중국 시장에 30만원대 스마트폰 갤럭시A6s를 출시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한 달이 지난 7월께 중국 화친텔레콤과의 ODM 협력을 공식화했다.


■ 7월 - 일본의 수출규제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상대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에 나섰다. 이는 우리나라 대법원이 지난해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노역 피해자 배상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한 보복 조치다.

일본이 수출규제에 나선 품목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식각(에칭) 공정에 사용되는 불화수소산과 포토 노광 공정에 사용되는 감광액(포토레지스트), 폴더블 디스플레이 양산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다.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핵심소재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했다. (사진=뉴스1)

하나금융투자 등의 증권업계는 LG이노텍과 삼성전기의 대일 의존도가 각각 15.8%(133개 부품공급사 중 21개사), 13.8%(80개 부품공급사 중 11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둔화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대외 불확실성 리스크를 높인 상황에서 양사 2분기 실적도 부진했다.

삼성전기는 전년동기 대비 30% 감소한 1천45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LG이노텍은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영업이익이 188억원에 그쳤다.


■ 8월 - 업계 최초, 국내 최초

LG이노텍은 실리콘 소재를 사용해 유연성을 더한 차량용 입체조명 넥슬라이드-HD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얇은 기판에 여러 개의 발광다이오드 패키지를 부착해 만든 차량용 조명부품이다. 업계 최초로 기판 접촉면을 제외한 5개 면에서 고른 빛을 내는 것이 특징이며, 빛이 180도 가까이 넓게 퍼지는 발광다이오드 패키지와 독자적인 광학설계 기술이 적용됐다.

넥슬라이드-HD는 유연 기판을 사용해 기존 제품 대비 변형이 자유롭고, 다양한 각도와 모양에서 매끄러운 빛을 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직·곡선, 물결, 입체도형 등 다양한 디자인의 차별화된 조명을 제작할 수 있다.

LG이노텍이 개발한 차량용 입체조명 ‘넥슬라이드-HD’. (사진=LG이노텍)

밝기 성능은 5면 입체 발광 기술을 통해 대낮에도 인식 가능한 수준인 최대 400칸델라(cd, 광원 밝기의 단위)를 구현했으며, 이너렌즈 등 빛을 고르게 만드는 별도의 부품이 필요 없어 차량 외장 램프에 장착하면 기존 대비 30% 수준의 두께로 램프를 얇게 제작할 수 있다.

삼성전기는 제조기술과 IT 솔루션을 더해 제조경쟁력을 강화하는 성과를 달성해 세계적인 리서치 기관인 IDG로부터 CIO 100 Awards를 수상했다. 국내 기업 최초다.

삼성전기는 개발부터 제조에 이르기까지 제품 생산에 관한 국내외 법인의 모든 프로세스를 유기적으로 통합한 인공지능·사물인터넷 기반의 생산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국내외 총 6개(국내 3개, 해외 4개) 생산사업장에 적용됐으며, 연간 약 72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9월 - MLCC와 ESL

삼성전기가 국내 첫 공식 프로모션 행사로 MLCC 테크데이를 열고, 전장용 MLCC의 품질 규격인 AEC-Q200 인증과 주요 고객사들의 제품검증 현황 등을 발표했다.

AEC-Q200은 미국의 자동차 전자위원회(AEC)가 정한 차량용 전자부품 신뢰성 시험 규격 중 하나로 삼성전기는 행사에서 차량용 MLCC의 고용량·휨강도·고온·고압 등을 보증하는 다양한 제품군을 전시했다.

삼성전기가 생산 중인 MLCC 제품군.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는 1980년대부터 MLCC 사업을 시작해 현재 MLCC 시장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산업·전장용 MLCC는 2016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부산에 전장 전용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또 최근 중국 천진에 5천733억을 투자해 전장 전용 공장을 건설하는 등 전장용 MLCC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반면 LG이노텍은 2015년부터 유통 분야 사물인터넷 시장의 하나로 육성해 온 전자가격표시기(ESL) 사업을 에이텍티엔에 넘겼다.

ESL은 유통 매장에 사용되는 종이 가격표를 디지털로 구현한 것을 말한다. LG이노텍은 ESL 시장 진출 첫해 매출 목표를 1천억원으로 잡는 등 의욕적으로 사업에 나섰지만, 5년 만에 사업을 정리하게 됐다.


■10월 - 이번엔 아이폰 효과

LG이노텍이 3분기 실적으로 전년동기 대비 43.8% 증가한 1천86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애플이 올해 9월 출시한 아이폰 11 시리즈가 인기를 끌면서 카메라모듈 수급 물량이 많이 늘어난 덕분이다.

반면 삼성전기는 MLCC 업계의 가동률 상승으로 인한 가격하락 영향으로 3분기 영업이익 전년동기 대비 63.62% 줄어든 1천617억원을 기록했다.

애플이 9월 출시한 '아이폰 11'. (사진=애플)

LG이노텍은 3분기 실적호조를 기록한 데 이어 완전 자율주행차 구현을 위한 차세대 5G 통신모듈을 공개해 기술경쟁력을 드러냈다. 이 통신모듈은 LG이노텍이 세계 최초로 퀄컴의 5G 통신용 칩을 기반으로 개발한 차량용 모듈로 차량과 기지국 간에 데이터를 송수신하며 무선 네트워크 연결을 가능하게 한다. LG이노텍은 내년 하반기부터 상용화에 돌입할 계획이다.

성능은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리는 자율주행차가 장애물을 감지해 긴급 정지할 경우, 2.8센티미터를 이동한 후 곧바로 제동에 들어갈 수준을 확보했다.


■11월 - 성과주의 인사

LG이노텍이 2020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부사장 1명(승진), 전무 1명(승진), 상무 2명(신규 선임), 수석연구위원 3명(신규 선임) 등 총 7명의 승진했다.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 사업의 글로벌 선도 지위를 강화하며 탁월한 성과를 창출한 강민석 광학솔루션사업부장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보직 발령했다.

강민석 LG이노텍 신임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진=LG이노텍)

또 반도체 기판 등 차별화 제품을 통해 기판소재사업의 내실을 다지는 데 기여한 손길동 기판소재사업부장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아울러 카메라모듈사업 성장을 견인한 오세진 책임과 선도적 생산 시스템 구축으로 생산기술 경쟁력을 강화한 이상석 책임을 상무로 신규 선임했다. 나아가 메모리 기판의 핵심 기술을 개발한 한준욱 연구위원, 카메라모듈 신기술 및 선도제품 적기 개발로 성과 창출을 이끈 홍정하 연구위원, 반도체 기판의 핵심 기술 개발을 이끈 황정호 연구위원을 수석연구위원(상무)으로 신규 선임했다.


■ 12월 - HDI 기판 사업도 중국 굴기

LG이노텍이 HDI 기판 사업을 공식화한데 이어 삼성전기도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HDI 기판은 스마트폰의 각종 전자회로가 동작하게 만드는 필수 부품이지만, 양사 모두 중국의 물량 공세로 수년간 적자를 이어온 게 철수 원인이 됐다. HDI 기판 시장은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로 더는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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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HDI 기판 사업에서 모두 철수했다. (사진=픽사베이)

삼성전기는 중국 쿤산 생산법인을 정리하기로 하고, 법인 청산에 따른 차입금 상환 및 향후 청산비용 확보를 위한 3천836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앞으로 기판 사업에서 아직 중국 기업들이 양산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 반도체 패키지 기판(SiP)과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