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은 올해 5G로 숨가뻤던 한해를 보냈다. 세계 최초 상용서비스 개시 타이틀을 두고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졌고, 국내 제조사의 5G 스마트폰 출시와 통신사의 마케팅 집중으로 연내 400만 가입자를 확보하는 일이 1년 안에 모두 이뤄졌다.
올해 통신 산업에서 5G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이유다. 5G 통신 원년으로 기록될 2019년에는 5G 단말을 통한 서비스 출시와 새 요금제 구성, 정부의 5G+ 전략과 같은 중장기 정책 마련, 통신업계 전반적인 5G 인프라 확대 구축에 투자 집중 등이 주요 화두였다.
■ 세계최초 5G 타이틀 획득
지난해 이뤄진 5G 주파수가 공급되고 전파 송출이 조기에 이뤄지면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됐다. 아울러 갤럭시S10 5G 스마트폰이 이동통신 3사에 공급되면서 B2C 5G 시장 진출 시점만을 따지는 단계에 들었다. 버라이즌의 기습적인 5G 모듈 스마트폰 출시 조짐에 한밤중 5G 스마트폰을 개통하는 소동을 겪으며 세계 최초 상용화 타이틀을 방어했다.
5G 망구축이 겨우 첫발을 뗐다는 점을 고려해 공격적인 요금제는 없을 것으로 점쳤다. 하지만 5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등장했고 경쟁사들이 프로모션 요금제로 대응했다. 망 부하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의 이유로 투자자의 우려는 커졌지만 조기에 5G 가입자를 모을 수 있는 기틀이 됐고, 통신사의 서비스 매출이 반등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2년여 동안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통신사들의 수익성은 바닥에 떨어진 상황이었다. 이에 더해 5G 망구축으로 인한 투자비용이 급증했고 상반기에 지난해 연간 투자지출을 넘어서는 커버리지 확대 작업이 이어졌다. 5G 시장 점유율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 보였지만 초기 시장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졌다.
망 투자도 늘리고 가입자 획득비용 명목의 보조금도 더 많이 썼다. 하지만 5G 서비스 개시 초기에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초기 5G 품질 논란이 거세지면서 무리하게 상용화 방아쇠를 당긴 것이 아니냐는 회의론도 나왔다.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면서 시장에선 이용자 차별도 논란이 됐다. 서비스 개시 초기 이같은 5G 시장의 불안정한 모습은 하반기에 들어 품질이 개선되고 시장도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 5G 기반 핵심산업 육성 첫발
5G 상용화를 강하게 추진한 정부의 정책 기조는 세계 최초에서 세계 최고로 목표를 바꿨다. 범 정부 차원의 5G플러스(+) 전략을 내놨다. 5G 통신을 기반으로 한 5대 핵심 서비스와 10대 핵심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5G를 계기로 통신산업이 이동전화서비스(IMT)에만 머물지 않고 혁신 성장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청사진이다.
ICT 산업이 재편될 가능성을 여어둔 셈이다. 통신 자체가 산업이 아니라 모든 산업의 기반 기술로 자리잡는 계기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5G+ 전략에 담긴 정책 영향을 시장에서 찾아보기에는 아직 무리다. VR, AR과 같은 초실감 미디어를 두고 통신 3사들이 보다 진화된 서비스를 내놓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단계다. 최근 들어 통신사 간 경쟁구도가 명확해진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도 초실감 미디어와 같은 개인화된 B2C 서비스다.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와 같은 B2B 기반의 서비스는 5G 진화 속도에 따라 향후 과제로 남기고 있다. 새해 3월 확정될 3GPP의 릴리즈16 표준에서 5G 기반 차량통신이나 산업용 사물인터넷의 밑그림이 명확해지면 이와 관련한 국내 통신사의 행보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또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시작될 밀리미터파 주파수 대역의 네트워크 구축과 함께 현재 NSA 모드에서 SA 방식의 5G가 구현될 때부터 B2B 융합 서비스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 한 세대 넘어가는 네트워크 기술방식
3.5GHz 주파수 대역을 활용한 5G 이동통신 서비스가 확산되는 동시에 과거 기술 방식은 하나씩 사라지는 모습이다. 올해 첫 보신각 종이 울리면서 와이브로 서비스는 완전히 종료됐다.
이제는 2G 서비스가 종료 수순을 밟고 있다. 2G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SK텔레콤은 서비스 종료 신청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2G에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주파수의 사용 기간을 고려하면 3G 통신도 머지않아 종료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같은 흐름을 고려해 5G+ 스펙트럼플랜을 마련했다. 차세대 주파수 확보 기틀을 위한 과거 모바일 광개토 플랜의 연속으로 볼 수 있지만 5G 주파수를 최대한 많이 발굴하겠다는 정책적인 목표를 분명히 했다. 또 전파법의 전면적인 개정으로 주파수 이용체계도 손질하기 시작했다.
유선 통신에서는 10기가 인터넷 서비스가 등장했다. 2014년 등장한 기가인터넷은 1천만 회선 가입자를 돌파했다. 1Gbps 이상의 기가인터넷이 유선 통신의 주류 서비스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셈이다. 댁내 도달하는 데이터 전송속도가 높아지면서 무선인터넷 공유기의 기술도 빠르게 성장했다.
기가인터넷으로 무게 추가 옮겨가면서 100Mbps 급의 초고속인터넷은 보편적 역무로 지정됐다. 관련 행정 절차가 이뤄지고 있는 단계로 새해부터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전국 어디서나 또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됐다.
■ 인터넷 생태계 상생 논의는 지속
인터넷 생태계 갈등도 올해 통신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슈다. 해외 거대 콘텐츠사업자(CP)의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불공정 논의가 불거졌다.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통신사의 부담이 일방적으로 늘었다. 무임승차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인터넷 접속이란 양면시장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상대적으로 트래픽 규모를 비교하기도 어려운 국내 중소 CP의 어려움도 커졌다.
이용자에 고의적으로 불편을 안긴 페이스북의 행정소송 과정에서 표면적 쟁점은 규제당국의 처벌 적합성에 맞춰졌지만 실제 통신업계와 CP의 망 이용계약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한 정부의 움직임은 바빠졌다. 시장에서 이뤄지는 민간 계약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불공정 계약에 따른 이용자 피해가 예상되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마련한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은 제정을 앞두고 있다. 연내 가이드라인이 제정되면 한달 후인 내년 1월말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가이드라인 자체로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지만 향후 분쟁이 일어날 경우 정부가 판단하는 가늠자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과기정통부는 앞서 인터넷망 상호접속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대형 통신사 간 상호 데이터 트래픽 전송비율을 1대 1.8까지 무정산키로 했다. 상위 동일 계위 내에 있는 통신사 간에 차이를 인정하는 동시에 사실상 전면 무정산 체계를 도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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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산 구간의 일부 도입으로 중소CP가 겪는 부담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또한 중계접속요율도 유형별 최대 30% 인하되면서 하위 계위의 중소통신사가 CP를 유치할 여력도 생겼다.
이같은 논의가 계속 이뤄지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국내 트래픽의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글로벌 CP는 요지부동이다. 조세 의무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생태계 상생에서 한발 빠져있는 터라 글로벌 CP의 망 이용대가 논의는 새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