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차량공유' 우버 잡을 초강력 규제법 온다

캘리포니아주, 내년 AB5법 시행…"직원으로 분류해야"

인터넷입력 :2019/12/24 10:43    수정: 2019/12/24 15:3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우버, 리프트 등 차량 공유업체들이 AB5 법 시행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캘리포니아주에서 내년 1월부터 이 법이 적용될 경우 공유차량 계약 운전자들도 직원으로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법은 배달을 비롯한 각종 앱 기반 업체들에게도 똑 같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씨넷은 23일(현지시간) 내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첫 시행될 AB5법에 대해 알아야 할 10가지를 정리한 기사를 게재했다.

우버 운전자들이 지난 11월 정당한 처우 등을 요구하면서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씨넷)

지난 9월 가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서명한 AB5법은 계약 노동자들을 직원으로 재분류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2020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은 계약노동자와 직원을 구분하는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직원들이 회사 통제로부터 자유로운가.

둘째. 회사 비즈니스의 핵심이 아닌 일을 하는가.

셋째. 같은 업종에서 독립적인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해 ‘예’라고 답할 수 있을 경우 독립 계약 사업자로 분류된다. 이 테스트를 적용할 경우 우버나 리프트 같은 차량 공유업체 운전자들은 독립 계약자가 아니라 직원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많다.

이 법은 일단 내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첫 시행된다. 하지만 워싱턴, 오레곤, 뉴욕, 뉴저지 등 다른 주들도 비슷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 "우버, AB5법 적용 땐 연 5억달러 추가비용 발생"

AB5법이 마련된 것은 공유 차량의 많은 운전자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때문이다. 현재 우버, 리프트 운전자들은 차량 구입부터 유지, 보험, 연료비 등을 모두 부담하고 있다. 일부 운전자들은 이런 시스템이 착취로 이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AB5법이 적용될 경우 운전자들을 직원에 준하는 대우를 해줘야 한다. 이럴 경우 우버, 리프트 등은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

바클레이스가 지난 6월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우버는 캘리포니아 주에서만 매년 5억 달러 가량의 비용이 추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프트도 매년 2억9천만 달러를 더 부담해야 한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두 회사 입장에선 적잖은 부담이다.

법 시행을 앞두고 우버와 리프트가 결사 반대에 나서고 있는 건 이런 사정 때문이다. 지난 9월엔 두 회사 대표가 공동으로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칼럼을 게재하기도 했다.

당시 칼럼에서 두 회사 대표는 “(차량 공유) 운전자들이 직원으로 분류될 경우 도로에 차량이 줄어들고, 가격은 더 오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라 코르샤코히 우버 CEO는 지난 4월 컨퍼런스 콜에서 AB5 법에 대해 좀 더 나은 방식이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씨넷)

씨넷에 따르면 두 회사는 현재 AB5법 적용 대상에서 자신들은 빠지도록 하는 투표발안을 위해 각각 3천만 달러 가량의 로비 자금을 쏟아부었다.

물론 AB5법이 시행된다고 해도 당장 우버와 리프트가 운전자들을 직원으로 분류하는 건 아니다.

우버는 씨넷과 인터뷰에서 “운전자들을 재분류하거나, 우리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리프트는 “AB5 법이 적용되더라도 운전자들이 자동 재분류되는 건 아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AB5법은 우버, 리프트 같은 차량공유업체와 계약한 운전자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법이다. 따라서 일부 운전자들은 직원으로 재분류되길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재분류를 원하는 비율이 높지는 않다. 라이드쉐어 가이 블로그가 1천명을 대사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66% 운전자들이 지금 같은 계약 사업자로 분류되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으로 재분류되는 걸 원하는 비율은 15.8%에 불과했다고 씨넷이 전했다.

이런 조사 결과는 공유경제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직원으로 재분류될 경우 회사의 강력한 통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유롭게 일하면서 수익을 올리는 걸 더 선호하는 사람들은 지금 같은 계약 사업자 신분을 훨씬 더 편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 우버 운전자들, 직원 재분류에 반대 의견도 많아

그렇다면 AB5법이 시행될 경우 유연 근무란 매력이 사라지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해 씨넷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B5법에는 “이 법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근로자들의 탄력적인 근무를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명시하고 있다.

반면 직원으로 재분류될 경우 최저 임금을 비롯해 보험, 유급 휴가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렌을 비롯한 민주당 차기 대권주자들도 AB5 법의 취지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버 운전자들 사이에서도 자유계약자와 직원 분류를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사진=씨넷)

운전자들을 계약 사업자로 분류하는 것이 우버를 비롯한 차량 공유업체들의 출발점이다. 막대한 차량 보유 비용 등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AB5법이 본격 적용될 경우 기본 전제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우버 등이 AB5법에 대해 강력 반발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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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