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의 스마트공장은 정말 실패한 걸까

'인더스트리4.0' 대부 카거만, 4차산업혁명 페스티벌 강연

홈&모바일입력 :2019/12/06 10:16    수정: 2019/12/08 10:5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독일 기업 아이다스가 지난 달 깜짝 발표를 했다. 독일 안스바흐와 미국 애틀랜타에서 운영했던 스마트 팩토리를 내년 4월 폐쇄한다는 내용이었다.

아디다스는 2015년 12월 독일 안스바흐에 ‘스피드 팩토리’란 스마트 공장을 설립했다. 이후 애틀랜타에도 스마트 팩토리를 추가 설립했다.

로봇으로 전 공정을 처리하는 아디다스의 스마트 팩토리는 독일 인더스트리 4.0의 대표적 성과물로 꼽힌다. 아디다스의 스마트 팩토리 폐쇄 소식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 건 그 때문이다.

국내외 상당수 언론들은 아디다스의 스마트 팩토리 실험이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독일 인더스트리 4.0의 상징인 아디다스의 실패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아디다스 생각은 다르다.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주문부터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면서 “두 공장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반박했다. 앞으로 중국과 베트남 공장에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닝 카거만 회장.

아디다스의 스마트 팩토리 폐쇄 결정을 어떻게 봐야 할까? ‘실패로 끝난 실험’일까? ‘더 큰 그림을 위한 계획된 행보’일까?

‘독일 인더스트리 4.0 대부’인 해닝 카거만 독일 공학한림원(acatech) 원장만큼 이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카거만은 오는 1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4차산업혁명 페스티벌 2020’ 기조 강연을 통해 아디다스 사례를 비롯한 독일 인더스트리 4.0의 최신 동향을 소개할 예정이다.

‘4차산업혁명 페스티벌’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주최하고 지디넷코리아가 주관하는 행사다. (☞ 행사 페이지 바로 가기)

■ CPS 기반으로 한 스마트공장, 어디까지 왔나

해닝 카거만은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독일 대표 기업 SAP 회장을 역임했다. 이후 독일 공학한림원 원장으로 변신한 그는 2010년 독일 정부에 ‘인더스트리 4.0'을 제안했다.

‘인더스트리 4.0’은 로봇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독일 제조업을 혁신하겠다는 방대한 계획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4차 산업혁명 화두를 던진 건 2016년이었다. 국내에선 그 해 3월 열린 ‘알파고 대국’ 덕분에 이 흐름에 곧바로 올라탔다.

하지만 독일은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4차 산업혁명에 주목했다. 그 흐름을 주도한 것이 바로 해닝 카거만이다.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 (사진=아디다스)

인더스트리 4.0은 사물인터넷으로 대표되는 21세기에도 독일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탄생한 개념이다. 여기서 사이버물리시스템(CPS)을 기반으로 한 독일형 스마트팩토리 모델이 나왔다.

카거만은 2013년 정부에 제출한 인더스트리 4.0 워킹그룹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을 담았다. 이 보고서에는 "인더스트리4.0은 제조장소, 장비 공급자, IT 비즈니스 솔루션 공급자로서 독일의 위상을 좀 더 강화하는 기회가 될 것"이란 카거만 회장의 발언이 담겨 있다.

당시 카거만은 워킹그룹 공동 회장이었다. 사실상 독일형 스마트 팩토리 모델의 기초를 닦은 셈이다.

아디다스의 스마트팩토리도 ’인더스트리 4.0’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스마트 팩토리 폐쇄 문제 역시 그런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

이런 문제라면 카거만 보다 더 깊이 있게 얘기해줄 전문가를 찾기 쉽지 않다. 카거만이 17일 ‘4차산업혁명 페스티벌’ 기조강연에서 풀어줄 이야기에 큰 기대를 갖게 되는 건 그 때문이다.

■ 한국과 같은 듯 다른 독일의 4차 혁명…핵심 가치는?

카거만과 지디넷코리아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7년 3월 지디넷코리아 초청으로 한국을 한 차례 방문했다. 당시 카거만 회장은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 작업부터 실제 도입 과정에서 있었던 생생한 사례들을 들려줬다.

또 인더스트리 4.0의 토대가 된 독일 특유의 모듈식 교육방식을 소개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해닝 카거만 독일공학한림원 회장

그로부터 2년 9개월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독일은 제조업 혁신 프로젝트를 통해 ‘느리지만 알찬 전진’을 계속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카거만 회장은 ‘플랫폼 인더스트리 4.0’ 위원회를 이끌면서 독일 제조업 혁신 후속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 등장한 다양한 스마트 팩토리들은 전통 제조업이 로봇이나 인공지능 같은 첨단 기술과 만났을 때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잘 보여줬다.

한국 역시 그 사이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까지 출범시키면서 최첨단 산업혁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첨단 IT산업 뿐 아니라 제조업 경쟁력 확대 역시 중요한 화두다.

하지만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제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현장에 접목하다보면 여러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일자리 같은 민감한 문제와 연결될 경우엔 어쩔 수 없이 '2보 후퇴'를 해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독일은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이런 문제로 고민을 했다.

'4차산업혁명 페스티벌' 첫 무대에 오를 카거만 회장이 풀어놓을 이야기 보따리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건 이런 상황과 관련이 있다. (☞ 4차산업혁명 페스티벌 등록 바로가기)

■ '인더스트리 4.0 대부' 해닝 카거만은 누구인가?

카거만은 1948년 독일 중부 니더낙센주에 있는 브라운슈바이크 출신이다. 뮌헨공대에서 물리학 학사와 석사 과정을 끝낸 뒤 1975년 브라운슈바이크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0년부터 모교인 브라운슈바이크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던 카거만은 2년 뒤인 1982년 독일을 대표하는 IT기업 SAP로 자리를 옮겼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지 SAP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독일을 대표하는 경영자로 자리매김했다.

SAP를 떠난 카거만은 독일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공학한림원(acatech) 회장에 취임했다. 그리고 이 곳에서 그는 ‘인더스트리 4.0’이란 화두를 던진다.

헤닝 카거만 독일 공학한림원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에게 보고서를 제출하는 장면. (사진=acatech)

카거만의 인더스트리 4.0은 현실 속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특히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강점이던 독일 제조업이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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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다 그 무렵 IT업계의 화두였던 사물인터넷(IoT)을 비롯한 첨단 스마트 기술 활용이란 또 다른 문제 의식을 함께 담아내면서 인더스트리 4.0이란 작품이 나왔다.

카거만은 인더스트리 4.0 워킹그룹 공동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2013년 최종 보고서를 완성했다. 카거만이 최종 보고서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전달하는 장면은 인더스트리 4.0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내포한 사진으로 널리 사용됐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