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4차산업혁명' 이끈 카거만이 온다

인더스트리 4.0 토대 닦아…29일 특별 강연

컴퓨팅입력 :2017/03/20 18:07    수정: 2017/03/21 07:25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맥주와 축구의 나라 독일의 또 다른 자랑은 탄탄한 제조업이다. 실용적 사고방식과 ‘마이스터 제도’를 기반으로 한 독일 제조업은 한 때 세계 최고로 통했다.

하지만 독일은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반 전 세계를 강타한 정보통신 혁명에선 한 발 뒤졌다. 덩달아 2008년 무렵 발생한 세계 금융파동으로 독일 제조업도 위기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처럼 21세기 들어 다소 주춤하는 듯했던 독일 제조업은 ‘인더스트리 4.0’이란 새로운 흐름에 힘입어 최근 들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인더스트리 4.0’의 토대를 닦으면서 독일 제조업의 부흥을 이끈 헤닝 카거만 독일 공학한림원(acatech) 회장이 한국에 온다.

헤닝 카거만 독일 공학한림원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2013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에게 인더스트리 4.0 보고서를 전달하고 있다. 나누고 있다. (사진=artech)

카거만 회장은 오는 29일 지디넷코리아와 국회 4차 산업혁명포럼이 공동 주최하는 컨퍼런스에서 인더스트리 4.0을 중심으로 한 독일 경제의 혁신 사례에 대해 특별 강연을 할 계획이다. (☞ 독일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본 한국형 4차산업혁명 미래모델 컨퍼런스 바로가기)

이번에 방한하는 카거만 회장은 이론과 현장을 아우르는 독일의 대표적인 IT 전문가로 꼽힌다.

독일 대표 IT기업인 SAP 회장 출신인 카거만은 첨단 시대 독일 제조업 프로젝트인 인더스트리 4.0의 토대를 닦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인더스트리 4.0 워킹그룹이 2013년 작성한 최종 보고서에는 “인더스트리 4.0은 제조장소, 장비 공급자, 그리고 IT 비즈니스 솔루션 공급자로서 독일의 위상을 좀 더 강화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카거만 회장의 발언이 담겨 있다.

그만큼 카거만이 독일 IT업계와 정책 당국에서 갖는 위상은 대단하다.

■ 2008년 세계금융위기 계기로 독일 제조업 부활 프로젝트 착수

카거만 회장은 1976년 독일의 명문 브라운슈바이크 공과대학에서 이론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4년 뒤인 1980년부터 모교에서 교수로 활약하던 카거만은 1982년 SAP로 자리를 옮겼다.

카거만은 SAP 입사 10년만인 1992년에 이사진에 합류하면서 경영자로 변신했다. 그는 2003년부터 2009년까지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독일 대표기업 SAP의 성장을 이끌었다.

SAP를 떠난 카거만 회장은 2009년부터 공학한림원을 이끌고 있다. '공학한림원 회장'으로 변신한 카거만은 2010년 몇몇 학자들과 함께 독일 정부에 인더스트리 4.0 개념을 제안하면서 본격적으로 제조업 혁신의 기틀을 닦았다.

카거만은 왜 그 무렵 인더스트리 4.0을 제안한 걸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선 당시 세계 경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독일이 인더스트리 4.0을 본격 추진하기 직전 세계경제는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금융파동은 전 세계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유럽에서 비교적 탄탄한 제조업 기반을 자랑하던 독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독일이 스마트혁명 시대 제조업 부흥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그 무렵부터였다.

헤닝 카거만 회장. (사진=독일 공학아카데미)

카거만은 지난 2014년 일본 니케이와 인터뷰에서 그 부분에 대해 잘 설명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독일 경제력에 대해 집중하게 됐다”면서 “독일 산업과 생산 규모, 그리고 일자리 등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길 원했다”고 털어놨다.

물론 세계 금융 위기란 외부적인 요인만 작용한 건 아니었다. 그 무렵 IT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사물인터넷(IoT) 역시 제조업체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사이버물리시스템(CPS)을 기반으로 하는 독일형 스마트팩토리 모델은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독일 인더스트리 4.0의 핵심 아이디어는 2013년 공개된 인더스트리 4.0 워킹그룹 최종 보고서에 잘 담겨져 있다.

IoT를 활용한 보쉬의 사이버물리시스템 모형. (사진=acatech)

정부자문기구인 연구연합(Forsschungsunion)과 공학한림원이 중심이 된 인더스트리 4.0 워킹그룹 보고서는 ‘인더스트리 4.0 전략적 주도권 이행을 위한 권고’란 긴 제목을 달고 있다.

이 보고서는 철저하게 독일 제조업 경쟁력 유지하기란 전략적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물인터넷으로 대표되는 21세기에도 독일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권고를 담고 있다.

카거만 회장은 이 보고서를 만든 인더스트리 4.0 워킹그룹의 공동 회장을 맡고 있다. 사실상 독일 제조업 경쟁력 유지 프로젝트를 이끈 대표 주자인 셈이다.

이처럼 인더스트리 4.0은 독일 경제에 최적화된 전략이다. 전통 제조업 영역에선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했지만 첨단 스마트 혁명에선 한 발 뒤진 독일의 부활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일에서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인더스트리 4.0을 그대로 우리 상황에 옮겨오는 건 바람직한 행보는 아니다.

■ 독일 제조업과 스마트 기술의 만남 이끈 주역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인더스트리 4.0에 관심을 갖는 걸까? 앞에서 살펴본 니케이 인터뷰에서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카거만 회장은 “인더스트리 4.0이 언제 이행될 수 있는가?”란 기자의 질문에 대해 “쉽게 대답하기 힘들다”는 다소 뻔한 대답을 내놨다.

하지만 그가 그 이유로 제시한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인더스트리 4.0은 점진적인 과정이지만 혁명적인 충격을 내포하고 있다”고 답했다. 10년, 20년 뒤까지 감안한 장기적인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해 우리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들려온 ‘4차 산업혁명 태풍’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때 마침 알파고 충격까지 곁들여지면서 4차 산업혁명이 금방이라도 현실화될 것 같은 두려움에 빠졌다.

덩달아 인공지능, 로봇, 머신러닝 같은 첨단기술이 곧 4차 산업혁명이라는 착각에 빠졌다.

알파고의 우리 사회에 인공지능의 힘을 보여줬지만 동시에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많은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사진은 이세돌과 알파고 간의 5국 대국장면.

이 대목에서 우리는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기술은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오긴 하지만, 발전 과정은 점진적이다. 하루 아침에 혁명의 불길로 타오르진 않는단 얘기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혁명에 대해 생각지도 못했던 우리 사회가 갑자기 4차 산업혁명 회오리에 빠진 건 호들갑이란 비판을 받을 만하다.

그렇다고 해서 최근의 기술 흐름을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는 얘긴 아니다. IoT를 비롯한 첨단 기술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대비를 차근차근 해내가야만 한다. 그래야만 현실로 닥쳤을 때 제대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인공지능에 투자하지 않으면 큰 일이라도 날 듯 조바심을 갖는 건 경계해야 한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지난 해 다보스포럼과 알파고 충격은 우리 사회에 이런 조급증을 몰고 오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그런 측면에서 독일 인더스트리 4.0은 모범 사례로 꼽기에 충분하다. 자국 산업의 현실을 냉정하게 짚어본 뒤 첨단 스마트 시대에 계속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하는 지 찬찬히 짚어나가면서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전략을 진두지휘한 헤닝 카거만 회장이 한국에서 펼쳐 놓을 이야기에 기대감을 갖게 되는 건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그건 인더스트리 4.0이 우리 몸에 딱 맞는 모델이어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찬찬히 대비해내가고 있는 독일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적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송희경 의원-주영섭 청장과 멋진 토론 기대

카거만 회장의 강연으로 시작될 ‘독일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본 한국형 4차산업혁명 미래 모델’컨퍼런스는 오는 29일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 공동 의장인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과 주영섭 중소기업청장도 함께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송희경 의원은 정치권에서 한 발 앞서 4차 산업혁명 의제를 제기하면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주영섭 청장 역시 중소기업 정책을 진두지휘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모델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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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카거만 회장의 강연 못지 않게 송희경 의원과 주영섭 중기청장이 풀어놓을 이야기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송희경 의원, 주영섭 청장은 또 기조 발제 이후 김은 한국ICT융합네트워크 부회장 사회로 열리는 라운드테이블 토론에도 참여한다. 두 국내 최고 전문가는 독일 인더스트리 4.0의 토대를 닦을 카거만 회장과 함께 깊이 있는 토론을 주고 받을 예정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