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편 가르기 그만”...여성 리더들이 본 ‘유리천장’

[굿인터넷클럽-인터넷 핫사이트③] “내가 버티는 시간이 후배들 디딤돌 된다면”

전문가 칼럼입력 :2019/11/27 11:50    수정: 2019/11/27 15:58

김영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기획국장
김영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기획국장

당신의 롤모델은 누구인가요?

11월 26일, 마지막 주 화요일, 오전 8시. 또 한 번의 클럽데이가 열렸습니다. 굿인터넷클럽 이야기입니다. 이번 58회차 굿인터넷클럽의 주제는 ‘산업을 이롭게 하는 여성들’이었습니다. 글자 그대로 인터넷 기반 산업 현장에 계시는, 분야에서 업적을 만들어나가시는 여성분들을 모신 자리였는데요. 산업을 이롭게 만드는 분들을 모신만큼 패널 분들의 소개를 드리지 않을 수 가 없네요.

다음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을 지내고 현재는 아트산업에 종사하는 아트벤처스 문효은 대표, 워킹맘에서 아이 돌봄 플랫폼 대표로 변신한 째깍악어 김희정 대표, 여성 맞춤 속옷이라는 여성의 몸을 위한 비즈니스를 개척 중인 사라스핏 김민경 대표, 마지막으로 듣.똑.라 팟캐스트를 운영하면서 여성 인권을 조명하고 있는 중앙일보 홍상지 기자까지 초대했습니다.

이들의 빛나는 업적을 조명하려던 것은 아니었고, 꿈과 희망, 비전을 듣고 싶었습니다. 여성들의 성과에 박수치기보다 여성들의 앞날이 더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다른 여성들의 확고한 롤모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58회차 굿인터넷클럽 함께 들어보시죠.

■ 깨질 듯이 깨지지 않는 유리천장

문효은 대표(아트벤처스): 세 분께 동시에 질문을 드릴게요. 사라스핏 대표님부터 부탁드립니다. 항상 제가 여성 모임을 참석하면 안팎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유리천장 이야기입니다. 많이 바뀌었지 않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여전히 아니다 라는 이야기도 항상 나오는데요. 실제로 사업하시면서 아니면 직장 다니시면서 경험했던 유리천장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드려봅니다. 창업 관련해서도 여성 창업가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투자받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을 나오기는 하거든요. 실제로 유리천장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어떤 부분들인지 아니면 나는 없다고 하셔도 괜찮구요.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들을 김민경 대표님부터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민경 대표(사라스핏): 우선은 정확하게 말을 딱 논리적으로 할 순 없지만 있는 것 같아요. 그 느낌이라는 것이 있는데. 회사를 10년 좀 안되게 다니다 나왔는데 두 계열사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임원을 딱 한 분 봤어요. 그 분도 경력직 임원으로 오신 거였거든요. 제 경험상 내부에서 올라간 적을 본적은 없어요. 제가 그 그룹사를 나올 때도 ‘나는 임원은 될 수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온 것도 있거든요. 여기서 임원을 못할 거면 차라리 젊을 때 내 것을 하자는 생각이 있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업을 할 때는, 정확히는 투자유치 할 때 벽이 있기는 한데, 제 아이템이 너무 여성 중심 사업이다 보니까 3년 전만 해도 잘 이해를 못하셨어요. 여성 심사역 분들도 많이 없으셔서 속옷 아이템에 대한 이해를 잘 못하시는 부분 역시 유리천장과는 조금 다르지만 남녀 비율이 맞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 대표로서 아이템 설명이 힘들었던 것이 있었구요. 또, 아무래도 네트워크 차원에서 연대를 형성하는 것이 있는데 거기서도 여성 중심으로 연대를 형성하기에는 여성 창업자들이 적다보니까 그런 부분들이 아쉬운 것도 있었어요.

홍상지 기자(중앙일보): 저는 사업을 해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직장생활을 9년, 10년 정도 했으니까 느끼게 되는 것은, 주니어 연차 때는 여자 기자들이 정말 많아요. 신입 공채들어 오는 것을 보면 여성들의 비율이 더 높을 정도로 여자기자 비율이 많아 졌는데, 여전히 위를 쳐다보면 다 남자선배들 밖에 없는 거예요. 왜 그런가보니, 정말 잘하던 여자선배들도 결혼, 출산을 하면 어쩔 수 없이 뭔가 조금 더 가정을 돌볼 수 있는 부서를 선택하시게 되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사회구조와 여러 문제들 때문에 그렇겠죠. 그래서 저는 위에 계시는 남자 선배들이 종종 저에게 이상한 농담 같은 것을 할 때 좀 한계를 느낄 때가 있어요. 제가 저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 그럴 때 정말 내 롤모델은 어디에 있지 하는 생각을 하면 앞이 안 그려질 때가 많아요. 그런 암담함을 느낄 때가 많아서 이런 것이 제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유리천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김희정 대표(째깍악어): 유리천장 이야기를 저는 좋아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네이버 메인에 그와 관련돼 제 기사가 올라온 적이 있었는데 다른 기사들과 달리 댓글이 엄청 많이 달린거예요. 다 남자 분들이 나쁜 말만(웃음). <82년생 김지영>도 우리나라를 반으로 갈라놓게 만들었고요. 저는 힘들었다는 것을 말하면 편을 가르기보다 아 너희도 힘들었겠구나 정도로 남자 분들이 들어봐 주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고요. 저보다 젊은 여자 후배들은 우리 선배는 이런 일이 있었구나 정도의, 그런 취지 정도로만 가볍게 얘기하고 싶어요.

저는 97년부터 직장생활을 했는데 그때만 해도 군필자가 승진을 빨리하던 시절이었어요. 저는 그게 부당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왜냐하면 다들 그렇게 살았으니까. 화장품 회사에 입사를 했고 3년 동안 제가 메인 브랜드의 브랜드 매니저를 맡았고 매번 칭찬을 받았어요. 저는 화장품이 좋아서 대학교부터 준비를 해서 회사를 갔으니까. 같이 온 남자 동기가 있었는데 제 기준에서는 술 먹고 담배피러 다니는 분이었어요.(웃음) 3년째 됐을 때 저는 당연히 승진 후보가 아니었고 그런데 제 동기는 대리님이 되셨어요. 그 순간 되게 부당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미국계 회사로 옮겼어요. 거기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 당시에도 전혀 그런 것이 없었어요. 여자 사장님이었고 글로벌 헤드는 다 여자 분이었고 너무 좋았죠. 재미있었어요. 그러다가 마지막 직장도 국내 제조업이었어요. 역시 저는 밤낮없이 일하면서 항상 칭찬받는 팀장이었어요. 팀이 통합될 일이 생겼는데 제 생각에 저보다 부족한 남자 분이 팀장님이 되셨어요. 저는 따졌죠. 부족하다는 피드백을 받은 적도 없고, 매출이 훨씬 높은 브랜드를 맡고 있었거든요. 정말 놀라운 것은 모든 회사의 직원분 들이 누가 팀장이 될까를 관전 포인트로 보고 계셨던 거죠. 당시 회사는 여성 친화 1호 기업인데, 과연 저 의사결정에서 임원진은 누구를 결정할까. 역시 그분이 됐고. 그 일을 계기로 퇴사를 했어요.

저는 이제는 이해를 해주고 싶어요. 저보다 본인이 5살 더 많으시더라고요. 국내 문화에서 나이어린 팀장과 일하는 거 쉽지 않은 것 저도 이해해요. 안타까운 현실이에요. 조직이나 문화가 대체적으로 이런 상황을 만든다는 거. 결론은 되게 안타깝다인 것 같아요.

■ 우리는 모순을 찾아, 비즈니스가 되게 해야

문효은 대표: 그러면 이렇게 질문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는 남성과 생물학적인 차이, 자라온 환경에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 오히려 여성이기 때문에 훨씬 더 어떤 장점들이 직장생활에서, 사업할 때도 도움이 되더라하는 것들이 있는지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희정 대표: 군대라는 것을 다녀오지 않았지만, 저도 상상을 한 번 해봐요. 정말 너무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어느 날 갑자기 생사를 같이하는 현장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저는 거기서 배우는 것이 조직생활을 하는데 분명히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어느 순간 하게 돼요. 처음에 화장품 회사를 다닐 때만 해도 ‘군대를 다녀온 게 화장품 만드는 데 무슨 도움이 된다고 어드벤티지를 주지?’ 라고 날을 세웠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해를 하게 돼요. 그게 어떤 순간이냐면, 제가 아이를 키우면서예요. 혹시 저를 찾아보시면 육아휴직이라는 것이 사람의 소프트 스킬에 도움이 되는가를 계속 이야기 하는데요. 저의 이야기를 잠깐 들어보셔서 느꼈겠지만, 저는 평생을 제 잘난 맛에 살았던 사람이에요. 그래서 ‘어 너네 일을 그거 밖에 못하니’, ‘일을 이정도 해야 되는 것 아니니’ 라는 생각으로 항상 최연소 승진에다가 정말 제가 잘난 줄 알았어요. 그런 제가 리더가 되는 순간 굉장히 많이 부러져요. 제가 첫 팀장이 된 날, 직원이 한 명 그만둬요. 나랑은 일을 못한다고(웃음). 되게 많은 상징을 하더라고요. 저는 개인 플레이어로는 어떤지 모르나, 팀 리더로서는 별로였던거죠. 그랬던 제가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면서 굉장히 저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육아휴직이라는 게 군대를 갔다 온 것처럼 어떤 상황에 의해 선택을 하게 됐지만 그 후에 사람은 그 전과 굉장히 달라진 다는 것을 제가 경험을 해요. 내 아이를 낳고 나니까 아이가 엄마를 다루는 스킬이라든지, 회사에 3년, 5년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우리 가족의 3년 5년 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 치밀해지고 그렇거든요. 그런 것들이 굉장히 도움이 돼요. 결론적으로 무엇이 있을까라고 한다면 저는 아이를 키워보면서 엄마의 역할이 조직 생활을 하고 팀을 리딩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을 합니다.

김민경 대표: 저는 엄마가 아니지만(웃음). 저는 두 가지인 것 같은데요. 하나는 아까 말씀하셨던 점인데, 남자의 말투와 여자의 말투가 조금 다르잖아요. 듣는 사람으로서는 소프트한 말투를 했을 때 좀 더 유연하게, 가볍게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사람과 사람이 소통에 있어 여자로서 장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제가 어떨 때는 되게 강하게 이야기하고 어떨 때는 되게 친근하게 이야기할 때가 있는데 말투에 따라서 관계가 너무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점들이 여자들이 조금 더 소통을 할 때 활용을 하면 조금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다만, 반대로 이런 것을 활용해서 애교나 나이 많은 남성을 대상으로 기교를 부리는 것은 정말 반대를 하구요. 두 번째는 여성 아이템이기 때문에 조금 더 여자를 위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속옷 브랜드를 보면 대부분이 남자 대표님이세요. 아무래도 다 사업성으로 접근을 하고 그렇게 되다 보면은 제가 지금 풀려고 하는 문제점이 계속 발생이 될 수밖에 없거든요. 저는 제가 직접 입어보고, 고객님과 함께 소통하면서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제가 여자이기 때문에 가능하고, 다른 나라의 잘된 점과 공학적인 부분을 겸비했기 때문에 여성들의 진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점이 장점인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서 생각해보면 여성 분야에 있어 아직도 개발되지 못한 분야도 많이 있을 것이고, 여성을 좋게 향상시킬 수 있는 분야가 많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비즈니스를 할 때도 더 좋은 분야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홍상지 기자: 저는 사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되게 양면적인 생각이 들어요. 애초에 여성하고 남성하고 다른 기질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는 남자, 여자 역할을 구분하는 게 정말 너무너무 싫거든요. 그리고 애초에 생물학적 기질은 다른 게 없다고 생각해요. 각 성별마다 요구 받아온 특질들이 있었고 그런 사회적 기질들이 여성이 많은 분야, 남성이 더 많은 분야를 나누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걸 한계 짓는 것이 참 저한테 되게 불편했어요. 그게 여성의 다양한 분야 진출을 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애초에 바깥일은 남자가 하고 여자가 바깥일을 하더라도 가정과 육아에 있어서는 여자에게 더 역할이 부과되는 사회구조의 현실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을 해서 그런 것들을 보면 더 이상 역할을 구분 짓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제가 지난 주 토요일에 듣똑라에서 토크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그때 이수정 범죄심리학 교수님아 나오셨어요. 그때 교수님이 하신 이야기 중 제일 기억에 남았던 게 ‘여자의 일생은 쉽지 않았지만, 나는 여자였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수 있었다’라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하신 이유가 무엇이냐 하면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더 불편하고 더 모순된 것 같은 사회의 여러 모습들이 더 잘 보였다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서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 뭔가 피해자 중심이 아니라 가해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 법체계나 이런 부분들이 20년 동안 연구를 하시면서 보였고 그렇기 때문에 이 분야에 투신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신 건데. 저는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해요. 특별한 생물학적 기질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뭔가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여성이기 때문에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저 역시 <듣.똑.라>를 하면서 제일 염두에 두는 것이 누구에게도 불편하지 않고 상처주지 않는 시사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독자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양한 시사 콘텐츠가 있는데 좋은데 불편하다는 거예요. 이처럼 여성이기 때문에 불편함이나 잘못된 부분을 감수성 있게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의 <듣.똑.라>를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문효은 대표: 실제로 다음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을 10년 정도 하고 나서 이대 교수를 했었어요. 그때 여성 리더십을 토픽으로 강의를 했는데 기자님이 했던 고민을 똑같이 했던 거예요. 리더십이 리더십이지 굳이 여성리더십은 무엇인가. 그래서 이런 차이가 있을까 하고 문헌을 많이 봤던 것 같아요. 그 동안에는 차별이 있었고, 현재는 그 차별이 해결된 곳도 있고 해결되지 않는 차별을 안고 있는 공간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항상 했던 이야기가 있어요. 30년이 공존하는 것 같다, 그런 부분들이 우리가 안고 있는 다원화된 사회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고요. 그래서 이런 문제들이 보이는 부분들을 푸는 것을 사업적인 측면, 차별이 안 나오게끔 하는 것 자체가 비즈니스 아이템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사회는 약자가 바꾼다

문효은 대표: 참석해주신 분들의 큰 비전,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예로 포부 같은 것이 있다면 한 번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홍상지 기자: 어렵네요(웃음). 지난 7월에 오프라인 모임을 새로 시작했어요. 첫 주제가 책을 두고 북클럽 형식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는데 정말 다양한 분들이 오셨어요. 작은 기업의 대표님부터, 선생님, 엔지니어, 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군의 여성분들이 오셨어요. 그런데 다양한 여성분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는데 그 사이에서 통하는 무언가가 있는거예요. 다른 직종이라고 해서 굳이 다르지 않고 통하는 지점들이 있고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하고, 이 모임 자체를 하고 나니까 저한테 굉장히 임파워링이 됐어요. 회사에 롤모델이 없는 것 같고, 제가 잘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 이런 고민들을 나 혼자 하는 게 아니었구나, 다 똑같은 고민을 하고 고군분투 하면서 각자의 역할을 하고 계시는구나 하면서 너무 마음이 뭉클해지면서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고요. 저는 어떤 생각을 했냐면, 이런 모임들, 네트워크를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듣.똑.라>를 통해서 거대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거든요. 여성들의 네트워크가 지금까지 너무 없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누구도 상처받지 않고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거대한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다양한 네트워킹을 해보고 싶은 것이 저의 목표이고, 달려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김민경 대표: 저는 꿈을 말씀드릴게요. 우선은 제가 속옷을 B2C만 생각했었는데 B2B까지 생각을 하게 됐고요. 속옷 판을 바꾸고 싶은 게 있어요. 그 판이 무엇인가하면 더 저렴하고, 다양한 속옷을 아시아의 모든 여성들한테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고자 하는 것이거든요. 그렇게 되려면 우선 속옷 자체가 많아야겠고요, 그 많은 속옷을 소싱하고, 유통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나가고 있고요. 사라스핏 뿐만 아니라 개인 디자이너, 쇼핑몰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이러한 쇼핑몰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쇼핑몰들을 인큐베이팅 해서 빨리 나올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이 되고 싶은게 있고요. 가장 포인트는 저희가 시작했던 그 이유가 여성들의 체형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는 속옷을 추천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오프라인으로 테스트를 했다면, 온라인으로 발전시켜 많은 분들이 저희 플랫폼에 오면 다양한 속옷들 중에서 본인에게 맞는 가성비 좋은 속옷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꿈입니다. 또 하나가 제가 오프라인을 하다가 접었지만 오프라인을 꼭 다시 해보고 싶어요. 유동인구를 모을 수 있는 오프라인을 열고 싶고, 지역을 활발하게 만들어서 부동산 가치 상승까지도 실현하고 싶다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김희정 대표: 얼마 전에 직원이 저한테 해준 이야기인데 사회의 변화는 강자가 바꾸는 것 같지만 약자가 바꾼대요. 왜냐하면 강자는 가진 것을 지키려고 하기 때문에.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약자이기 때문에 문제가 보이는 것 같아요. 저는 풀고자 하는 문제들이 되게 명확해요. 제 딸이 제 위치가 됐을 때 저처럼 아이 키우는 게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예요. 우선은 내가 필요할 때 믿을 수 있는 아이 돌봄 선생님을 찾았으면 좋겠다 해서 플랫폼을 만들었고, 믿을 수 있는 선생님들을 모시려다보니 이 분들에게 많은 돈을 드려야 되겠더라고요. 이 전문적인 영역에 노동의 가치, 육아의 가치를 높여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구요. 요즘 또 최근에 생각한 건데, 메르켈 총리 이후에 독일에서는 10살 미만의 아이들이 ‘남자도 총리가 될 수 있어요?’ 라고 묻는데요. 왜냐하면 한 번도 남성 총리를 본적이 없기 때문에. 유치원에 남자 선생님 본적 있으세요? 한 번도 없죠. 저는 법으로 여성의 일자리를 몇 프로 보장해달라고 하지만, 그것보다 유치원이나 보육현장에서 남자 선생님들의 일자리가 과반은돼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아이들이 아이를 돌보는 일을 아빠도 하는 것이 되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할거에요. 저는 거기서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이 사실 들더라고요. 그래서 육아노동이라는 것의 가치와 개념에 대해서 지금부터 전파하면 저희 딸이 애를 키울 때쯤에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또 저는, 결혼 후에 천만 영화를 극장에서 본적이 한 번도 없어요. 이게 굉장히 많은 의미를 내포 하거든요. 저희 서비스 후기에 어떤 글이 올라오냐 하면 부부가 처음으로 식지 않은 저녁을 먹었대요. 선생님이 오셔서. 그래서 저희는 롯데 잠실에 공간을 오픈합니다. 째깍악어 선생님들이 공간으로 가서 엄마 아빠들이 숨쉴 수 있게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 롤모델이 필요해

문효은 대표: 마지막으로 질문드리겠습니다. 여성들을 위한 선순환, 산업에 이로운 선순환은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지, 김희정 대표님부터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희정 대표: 유치원 사례처럼 보이는 것이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여자 팀장이 더 많아지고, 여자들이랑 일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고, 다른 성별이면 의견을 돌려 말해야 되나하는, 함께 일하기 어렵다 이런 것들이 아니라 성별이라는 딱지를 다 떼고 동료로서 일하는 문화가 자꾸 형성이 되고 보이게 된다면 다음 세대가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민경 대표: 어려운 주제여서 계속 생각을 하다가, 도전에 대해 쉽게 접근하는 대학교 문화가 있으면 좋겠더라고요. 우리가 롤모델이 되려면 어떤 하나의 분야를 뚫어야 되는 것이 현실이잖아요. 예를 들어 도전을 할 수 있는 동아리, 경진대회 같은 것들이 많이 있는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고요. 두 번째가 저희 직원분들도 보면 아이 때문에 출산, 육아휴직을 가는데 그 공백이 은근히 부담이 되더라고요. 작은 기업들은 한 분이 휴직을 나가시면 어쩔 수 없이 더 뽑아야 되는데, 그런 것도 작은 기업에 정부가 지원을 해주게 되면 우리 여성분들이 경력단절이 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국, 여자 분들이 역량이 부족해서가 역량을 지속할 수 없는 현실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홍상지 기자: 어릴 때 제가 기업의 대표가 된다거나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 이유는 제가 티비에서 보고, 기사에서 봤던 기업의 대표들은 다 남자 분들이었기 때문이었거든요. 메르켈 총리 사례처럼요. 이렇게 여성 대표님들이 롤모델로서 계시는 것을 보면 멋지다는 생각을 해요. 이런 분들이 더 많이 버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업계에는 롤모델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데 <듣.똑.라>를 하면서 다른 분야의 여성분들을 인터뷰할 기회들이 많거든요. 그 분들 하나하나가 저의 롤모델로 쌓이더라고요. 어떤 여성들을 롤모델로 삼게 되냐면 본인의 선택이나, 본인의 영향력이 내 뒤에 올 후배나, 사회 전체에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분이 저에게 롤모델이 되더라고요. 한번은 우주물리학자 박사님이 나오신 적이 있는 데 박사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어요. 내 삶은 버티기의 연속이었고, 지금도 버티고 있다 하지만 나의 버티는 시간이 후배들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면, 내 딸에게 좋은 세상을 줄 수 있게 된다면 충분히 버틸 자신이 있다는 말씀을 하셨을 때 감동했거든요. 이런 롤모델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여성들이 더 꿈을 꿀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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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irl’s Impact on the NET

쏙 빠져드는 간담회였습니다. 패널분들의 경험담부터 비즈니스 비전까지.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또 명언들이 쏟아지는 간담회였다는 생각입니다. 이 분들이 작정하고 느끼한 명언을 하신 게 아니라 비즈니스에 임해온 시간들과 임하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낳은 인상 깊은 말들이 귀에 콕콕 박히는 시간이었습니다. 요는 이 분들은 선한 영향력자들이라는 생각입니다. 여성이기 때문에 부딪히는 문제들 역시 비즈니스에서 해결책을 찾아내고, 나아가 롤모델로서 후배들의 눈과 귀를 열어주고 계시니까요. 글자 그대로 산업에 이로운 여성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오늘의 칼럼도 당신에게 이롭기를 바래봅니다. 다음 달에 만나요.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영란 기획국장

연결을 통해 인터넷 산업이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도록 힘을 쓰고 있는 인터넷 기업 대표 협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굿인터넷클럽은 현 시점에서 산업의 가장 뜨거운 이슈를 전문가들과 함께 고민하고 생각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생생한 대화를 그대로 전달드리오니 많은 인사이트를 가져가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