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올라타니 글로벌이 보였다"...스타트업에 '숨' 불어넣는 삼성

[르포] C랩 아웃사이드 업체 집결한 서울R&D센터

디지털경제입력 :2019/11/26 17:04

"삼성과 일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삼성과의 협업을 통해 개발했던 솔루션을 글로벌 시장에 상용화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를 얻게 됐습니다. 작고 빠르지만 '퀄리티' 제어가 안 됐던 스타트업의 단점도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삼성전자가 26일 서울 서초구 삼성 서울R&D캠퍼스에서 개최한 'C랩 아웃사이드 데모데이'에서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는 이 같이 입을 모았다. 기술 지원부터 투자 유치까지 국내 스타트업 육성을 하기 위해 마련된 삼성 C랩 아웃사이드 프로그램에 대한 평이다.

C랩 아웃사이드는 삼성전자가 지난 7년간 운영한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C랩의 노하우를 사외로 확대해, 국내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실시하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이날 행사에는 스타트업 대표, 투자자, 삼성전자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26일 서울 서초구 '삼성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C랩 아웃사이드 데모데이'에서 AI 기반 여행 관련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5년간 C랩 아웃사이드를 통해 외부 스타트업 300개 육성, 사내 임직원 스타트업 과제(C랩 인사이드) 200개 지원 등 총 500개의 사내외 스타트업 과제를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 CE 부문 대표이사 겸 삼성리서치 연구소장 김현석 사장은 행사 축하 영상에서 "스타트업의 강점을 잘 살린다면 소비자에게 보일 새로운 솔루션을 빠르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새로운 경험을 찾는 여정에서 삼성전자가 든든한 조력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근무공간부터 기술 지원·컨설팅·투자 유치 토탈 지원

서울R&D센터 내부에는 C랩 아웃사이드에 선발된 회사들이 1년간 무상 입주할 수 있는 전용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유연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조성돼 있는 이곳에는 스타트업별로 독립적으로 활용 가능한 근무 공간과 카페테리아, 여러 회의실을 비롯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게임 공간도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 입주한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임직원 식당, 출퇴근 셔틀버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팀당 1년간 최대 1억원의 사업 지원금을 받고,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의 사업 협력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

지난해 프로그램에 선정됐다는 카메라 앱 업체 소브스 관계자는 "원하는 구도의 사진을 촬영하도록 가이드하는 카메라 앱을 2017년 출시한 이후 지난해 프로그램에 선정돼 입주하게 됐다"며 "근무 환경이나 서비스를 상용화할 기반이 확대되면서 이전과 비교해 솔루션 개발에 더 매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선발돼 1년간 C랩 아웃사이드 프로그램 지원을 받은 20개 스타트업들이 투자자 등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하고 전시하는 기회도 가졌다. 지난 8월부터 2019년 C랩 아웃사이드 공모 진행을 통해 선발된 18개 신규 스타트업도 공개됐다.

26일 서울 서초구 '삼성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C랩 아웃사이드 데모데이'에서 1년간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들이 투자자들에게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전시 공간에는 올해 CES 2019에서 볼 수 있었던 스타트업들도 대거 눈에 띄었다. 삼성전자는 C랩 아웃사이드가 혁신적인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발판이 될 수 있도록 우수 스타트업들에게는 CES, MWC, IFA 등 세계적인 IT 전시회 참가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전세계 소비자로부터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 돕고 있다.

인터랙티브 기술을 활용한 반려로봇을 선보인 서큘러스 관계자는 "자체 운영체제(OS)를 탑재해 25가지 이상의 개인 서비스를 지원하는 파이보 로봇은 지난 10월 공식 출시돼 곳곳에 도입되고 있다"며 "이 제품은 CES, MWC, IFA에서 호평을 받았고, 세계 시장에 나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튜터봇 기반 모바일 어학 학습 서비스 업체 에그번 에듀케이션 관계자는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의 성장이 정체됐을 당시 삼성을 통해 유명 유튜버와 연결이 닿아 베트남 매출로 연결시킬 수 있었다"며 "매출은 삼성의 컨설팅을 받으면서 3배 증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스타트업, '윈-윈' 효과도…투자유치로 글로벌 시장 노크

삼성전자도 스타트업과 함께 '윈-윈' 효과를 거두고 있다. 예컨대 일부 스타트업들은 개발한 솔루션을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해 사용자 저변을 크게 확대하고,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기기에 지원, 모바일을 플랫폼화하기 위한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AI 기반 여행 관련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트래블플랜은 삼성전자의 문자메시지 기술인 RCS(Rich Communication Service)를 통해 스마트폰에서 여행 상품 검색과 예약 챗봇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트래블플렌 관계자는 "삼성의 문자 시스템에 회사의 서비스가 올라가 있다"며 "플랫폼이라고 하면 웹이나 앱 서비스가 연상되는데, 나아가 모바일을 플랫폼화시키고 있는 삼성에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개발한 솔루션을 수억명이 사용하는 갤럭시 스마트폰에 프리로드해 출시하게 됐다"며 "자연스럽게 글로벌 서비스로 연결되다보니 또 다른 기종에도 솔루션을 탑재하게 되는 기회가 생겨서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26일 서울 서초구 '삼성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C랩 아웃사이드 데모데이'에서 1년간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C랩 아웃사이드를 통해 지원받은 20개 스타트업들은 발표와 전시를 통해 그동안의 성과를 선보이는 한편 투자 유치에도 나섰다. 이 자리에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스파크랩스,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스마일게이트, 디캠프 등 영향력있는 스타트업 투자사 관계자 약 60명이 참석했다.

AI 기반 유아 인지발달 솔루션을 개발하는 두브레인은 봉사로 시작한 활동을 더 많은 아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프로그램에 참가해 지원금 1억원을 받았고, 이를 통해 AI 개발 인력과 발달장애 치료 전문가 등 인력을 추가로 채용했고, 콘텐츠도 강화했다.

대학생인 최예진 두브레인 대표는 "삼성전자와 함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글로벌 사업 확대 기회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기술로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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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음성·문자 채팅을 동시에 지원하는 다자간 영상통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무디는 삼성전자에서 AR 이모지 기술을 지원받아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젊은 세대에 맞는 차세대 영상 커뮤니케이션 애플리케이션 스무디를 갤럭시 스토어에 등록했다.

조현근 스무디 대표는 "작은 스타트업이 AR 이모지를 개발해 서비스에 적용하려면 굉장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삼성전자로부터 최고 수준의 AR 이모지 기술을 제공받아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