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인텔 프로세서 수급난이 1년여가 됐다. 그동안 세계 PC 제조사는 물론 서버 제조사까지 인텔 프로세서에 의존하는 모든 기업들이 제품 출시 지연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인텔 프로세서 수급난 이후 업계 동향과 파장 등을 상·중·하 편으로 나눠 살펴 본다. [편집자주]
국내외 PC 제조사들은 지난 해 상반기만 해도 게임용 고성능 PC 수요가 몰리며 호황을 누렸지만 하반기에는 프로세서 수급난 영향으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세계 PC 출하량이 4% 이상 하락했던 지난 해 하반기와 달리 올해는 영상 편집용 PC와 윈도7 지원 종료 등으로 실적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국내 중견 PC 업체 역시 수급난 표면화 이전에 비해 20% 가까이 올랐던 프로세서 가격이 예년 수준을 되찾아 한 숨을 돌렸다.
■ 올 상반기 일부 프로세서 품귀현상 발생
국내외 PC 제조사들은 9세대 코어 프로세서 등 기존 프로세서를 이용한 PC 생산에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히려 SSD나 메모리 등 일부 부품의 가격 상승이 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급난의 주된 원인인 14nm(나노미터)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올 1분기 경에는 구글 크롬북 수요가 폭증하면서 이들 제품에 쓰이던 코어 i3나 펜티엄, 셀러론 등 보급형 프로세서 수급 문제가 잠시 불거지기도 했다. 아직 '사태 종결'을 선언하기에는 이르다.
■ "10세대 칩 쓴 새 노트북 출시 지연 가능성"
지난 9월 말 대만 디지타임스는 주요 대만 내 제조사를 인용해 "14nm 공정에서 생산돤 10세대 코어 프로세서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노트북 신제품 출시가 일부 지연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디지타임스가 지목한 프로세서는 인텔이 지난 8월 공개한 10세대 코어 프로세서, 코멧레이크(Comet Lake)다. 10nm 공정에서 생산된 아이스레이크 프로세서로 모두 소화할 수 없는 사무용이나 업무용 등 B2B 수요를 일정 부분 분담하기 위한 성격을 지녔다.
이 보도에 대해 인텔은 "올 상반기 중 시장조사업체와 내부 예상치를 넘어서는 PC 제품 수요가 있었고 이에 따라 14nm 제품 생산량을 확충했다. 연말 성수기에 대비해 10nm 제품 생산량도 늘려가고 있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 인텔 "서버용 제온 프로세서 수요 폭증"
실제로 인텔은 지난 해 초부터 전 세계 14nm 공정 생산 시설에 총 10억 달러(약 1조원)를 투자해 설비를 증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내장 그래픽칩셋이 비활성화된 코어 프로세서를 출시하고 일부 칩셋 생산 공정을 14nm에서 22nm로 전환하기도 했다.
또 2014년 잠시 중단했던 미국 애리조나 주 챈들러의 반도체 제조 시설인 '팹42' 건설도 서두르고 있다. 이 시설에서는 22nm, 14nm 뿐만 아니라 향후 개발될 7nm 공정 프로세서 생산도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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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인텔이 투자를 지속하는 데도 14nm 공정 기반 프로세서에 대한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인텔이 지난 해 초부터 확충한 14nm 생산 시설의 수율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이에 인텔은 일관되게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데이터 분석 수요가 커지면서 PC용 프로세서 뿐만 아니라 제온 등 서버용 프로세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