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반도체 시장의 위기 속에서도 차세대 기술개발과 생산효율성 향상에 전념해 지속가능한 성장발판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핵심 사업인 D램에서는 업계 최고 용량과 속도를 갖춘 16기가비트(Gb) 용량의 DDR4 D램 개발에 성공하고, 낸드플래시에서는 세계 최초로 128단 4D 낸드플래시의 양산을 시작했다.
11일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내년 연간 실적으로 매출 29조8천억원, 영업이익 6조4천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올해 연간 실적 전망치인 매출 26조8천억원, 영업이익 2조9천억원 대비 각각 11%, 121% 증가한 수준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19년 SK하이닉스의 실적은 메모리 다운턴의 충격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34%, 영업이익은 86% 감소할 전망"이라며 "연말~연초 낸드 가격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충당금 환입으로 낸드 적자가 급격하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진이 높은 D램의 이익 개선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2019년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던 낸드가 2020년에는 BEP(손익분기점) 이상의 실적을 올릴 기회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시장기대치(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 기준)를 상회한 4천72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내년 실적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친 바 있다.
내년 반도체 시장은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 서비스의 본격적인 상용화로 인해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폰 업체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3분기 D램 출하량은 전분기 대비 23% 증가한 가운데 D램 현물가격(DDR4 4Gb 기준)은 6월 1.8달러에서 9월 1.9달러로 소폭 증가했다.
차진석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부사장)는 이와 관련해 3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3분기 D램 시장은 PC, 모바일 신제품, 일부 서버 제품의 수요 증가로 기대보다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며 "올해 상반기 뚜렷한 회복 움직임이 없었던 데이터센터의 D램 재고수준이 정상화됐고, 일부 고객을 중심으로 구매가 확대됐다. 4분기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기대감을 전한 바 있다.
또 "내년에는 5G 폰이 본격적인 성장사이클에 진입해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의 수요를 이끌어 안정적인 메모리 수요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낸드 시장도 PC와 스마트폰 출하 증가와 낮아진 가격하락으로 탄력적인 수요 회복이 가속화되고 있다. 공급업체의 재고수준이 낮아져 낸드의 수급 균형을 찾아가고 있고, 점진적으로 서버 고객향 SSD 구매가 늘어 우호적인 가격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시장전망을 감안해 10나노미터(nm·10억분의 1미터) 중반 공정의 D램 생산비중을 10% 초반까지 늘리고, 10nm 초반 공정의 D램 양산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96단 4D 낸드플래시의 판매를 확대하는 동시에 내년 상반기에 128단 4D 낸드플래시 양산을 전개하고, 차세대 UFS 3.1 제품개발 및 2테라바이트(TB) 용량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도 양산해 성과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5G가 촉발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반도체 시장 변화에 대비해 지난 3월부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나서는 등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도 승부수를 던졌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오는 2022년부터 향후 10년간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일대 448만제곱미터(㎡·약 135만평) 규모의 부지에 4개의 반도체 팹(FAB)을 건설하는 반도체 특화 산업단지 조성 사업이다.
SK하이닉스는 120조원을 들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이를 경기 이천(D램 생산기지)과 충북 청주(낸드플래시 생산기지)에 이은 반도체 3각축으로 구축해 메모리 사업의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는 STT-M램, Re램 등의 차세대 메모리를 양산하는 미래 반도체 생산기지로 활용할 방침이다. STT-M램(Spin Torque Transfer-Magnetic RAM·스핀주입 자화반전 메모리)과 Re램은 D램과 낸드플래시의 특성을 동시에 갖춘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로 기존 메모리 반도체(D램·낸드플래시)보다 막대한 데이터를 저장·분석하기에 용이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관련기사
- SK그룹 ICT 역량 한자리에…‘SK ICT 테크 서밋’ 개최2019.11.11
- 3분기 시장예상 웃돈 SK하이닉스..'체질' 바꾼다2019.11.11
- SK하이닉스 "5G가 D램 견인..내년엔 1z 나와"2019.11.11
- SK하이닉스 "하반기 메모리 시장 수요회복"2019.11.11
나아가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국내외 50개 이상의 반도체 장비·소재·부품 협력업체를 입주시켜 공동 연구개발 지원 등 다양한 상생협력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는 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통해 지속가능한 상생발전을 달성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사장)은 이와 관련해 "올해는 메모리 반도체 기술의 핵심 경쟁력인 미세화와 수율 램프업 속도 향상을 통해 원가 절감에 힘쓰겠다"며 "올해 원가개선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고 생산성 향상과 개발효율 목표까지 연계시킨 원가 혁신 시스템의 본격적인 활용을 통해 투자효율과 원가경쟁력을 개선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기술 기반의 기업으로 본원적 경쟁력을 높이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고, 핵심 고객들의 상품 전략을 면밀히 살펴 사업 안정성 및 미래 제품 준비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