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일본 정부의 첨단 소재 수출 규제와 한국 백색 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 등으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일본산 카메라 판매에 큰 타격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주요 카메라 업체 국내 법인 관계자들은 올 한해 매출이 지난해 대비 10%에서 20%까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 향상과 이에 따른 시장 축소에 일본 정부의 불합리한 조치가 매출을 크게 악화시켰다.
인터뷰에 응한 관계자들은 "일본 정부가 부당한 수출 규제를 철회하고 건전한 한일 관계가 구축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 "올 한 해 매출 큰 폭 하락 불가피"
주요 카메라 업체 국내 법인 관계자들은 올해 매출 하락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해에 비해 올해 매출이 적게는 10%, 많게는 최대 20% 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1인 영상 매체 바람으로 다소 증가했던 카메라 수요도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급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하반기 판매량이 늘어났다는 보도도 일부 있었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올해 카메라 시장에서 판매량이 늘어난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신제품이 나와도 소비자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홍보나 세미나 등 행사를 진행할 수 없으니 매출은 줄어들 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여지가 좁아진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 제품 기사에는 '악플', 크리에이터도 '외면'
주요 회사들은 신제품 출시 이후 매년 진행하던 전국 단위 세미나나 체험 행사도 올 하반기 이후 잠정 중단했다. 미디어를 통한 홍보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제품 출시 단신 기사 댓글란에도 악성 댓글이 달리고 이를 게재한 매체에는 항의전화가 빗발친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유튜버 등에게 제품 리뷰를 의뢰해도 제품이 그대로 반송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주요 업체들은 자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나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신제품 정보를 공개하는 데 그치고 있다. 한 업체는 실 수요층이 많은 카메라 커뮤니티 대상으로 소규모로 세미나를 진행하고 메모리 카드 등 사은품을 증정하며 '실리'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 "상황에 따라서는 국내 법인 축소도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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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불매 운동은 외부 요인, 즉 일본 정부의 부당한 수출 규제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또 불매운동이 제품 하자나 결함 등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국내 법인들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매출을 내야 하는 회사의 목표도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한 관계자는 "AI를 접목한 스마트폰 카메라 등장으로 한층 입지가 좁아진 국내 카메라 시장에 닥친 가장 큰 악재다. 최근 10년 간 겪었던 어떤 위기보다 위협적"이라며 "내년 이후에도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내 법인의 규모 축소나 구조 조정도 피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