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혁신 이끈 카카오뱅크 ‘고정희’ 파트장 이야기

다음·카카오서 쌓은 ICT 경험, 금융 서비스에 녹여

인터넷입력 :2019/11/05 13:47

복잡하고 어려운 용어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됐던 온라인 뱅킹 서비스가 화면이 작은 모바일에서도 직관적으로 제공된 계기가 바로 ‘카카오뱅크’ 덕분이다.

또 카카오뱅크는 금융 서비스 이용 시 공인인증서 사용과, 뭔지도 모를 동의 절차가 대폭 간소화될 수 있었던 동력을 제공했다. 덕분에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3년만에 ‘금융의 날’ 첫 수상자 배출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카카오뱅크 고정희 채널 파트장 얘기다.

■ 금융 서비스에 다음·카카오 DNA 이식...사용자 눈높이 맞는 서비스로 재탄생

카카오뱅크 고정희 채널 파트장.

고정희 파트장 등 카카오뱅크 직원 세 명은 지난 달 29일 열린 ‘제4회 금융의 날’ 기념행사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 중 카카오뱅크 채널 서비스 총괄자인 고 파트장은 금융혁신 부문 발전에 공헌한 점을 인정받았다.

고 파트장은 다음 일본법인 서비스 그룹장, 다음 카페/블로그 팀장, 카카오 전략지원팀 파트장을 거쳐 현재 카카오뱅크의 이용자 접점인 채널 서비스(모바일서비스 기획, 인증, 디자인, CRM 등)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경험하며 쌓은 기술, 기획 요소를 카카오뱅크 서비스에 접목시켜, 안전하고도 사용자 눈높이에 맞는 편의성 높은 금융 서비스로 재탄생 시켰다.

카카오뱅크 앱을 보면 기존 은행들의 앱과 다른 ICT 맥락, 모바일 채널의 맥락이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구현돼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시중 은행 앱에서 경험하지 못한 앱 기획과 설계, 구현에 있어 고 파트장의 역할이 컸다. 특히 카카오뱅크에서 인증, 계좌개설, 앱 구동 등 부문에서 고정희 파트장은 3건의 특허 등록을 마쳤으며, 현재 출원 중인 특허도 3개에 달한다. 이 덕분에 카카오뱅크가 금융권 전반에 ‘메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카카오뱅크 카드.

고정희 파트장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금융권 앱 서비스라면 필수적이었던 아이디/비밀번호,공인인증서 대신 패턴과 PIN, 생체 인증 등을 통해 편리하게 모바일에서 로그인하고, 상품 가입 및 계좌이체까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사용자 중심, 고객 중심의 사용자 경험(UX)을 끌어올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고 파트장은 “금융위원회가 만든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서도 가장 편한 방법으로 서비스를 설계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안전한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편리함을 잃지 않는 금융서비스를 구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은행업의 복잡한 업무 절차를 고객들에게 간략하게 전달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면서 “고객들이 보다 직관적이며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고, 불필요한 과정을 없애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 '금융=복잡' 고정관념을 깨다...'이어가기' 기능 대표적

고정희 파트장이 기획해 카카오뱅크 앱에 적용된 대표적인 편의 기능으로는 ‘이어가기’를 꼽을 수 있다. 이어가기는 계좌 개설이나 상품 가입 시 중간에 시스템 오류 등의 원인으로 실패를 경험하는 불편을 줄여주는 기능이다.

특허 등록이 된 이어가기는 고객의 사정으로 중간에 앱을 이탈해 대출신청을 중단하더라도 다시 서비스 이용 시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을 제공한다. ‘홈 알림’ 형태로 표현돼 명확히 진입점을 다시 인식할 수 있게 해준다.

또 고정희 파트장은 소비자들이 ‘금융=복잡하고 여러움’이라는 고정관념을 없앨 수 있도록 이용자를 배려한 서비스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처음 전월세 대출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동영상을 제공해 전 과정을 따라할 수 있게 구성한다거나, 어려운 금융 용어를 쉬운 말로 바꿔 소비자들의 이해를 높였다. 예를 들어 ‘임대인’을 ‘집주인’이라는 직관적인 용어로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작지만 큰 변화는 시중은행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 금융에 스토리와 재미를 입히다...26주 적금·모임통장

카카오뱅크 26주 적금.

카카오뱅크는 ‘저축하는 즐거움, 함께 쓰고 같이 보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적금 하면 장기간의 계획과 큰 마음을 먹고 가입해야 하는 상품으로 인식되지만, 카카오뱅크 ‘26주 적금’의 경우 카카오 캐릭터를 활용해 도전과 성공 스토리를 부여한다. 이를 통해 고객이 자신감과 자극을 받아 만기까지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축 상품을 소셜의 맥락과 결합시켜 ‘즐거운 저축, 즐기는 저축’으로 만든 경우다. 지난 해 6월 말 출시된 26주 적금은 현재 누적 계좌개설 수 380만 계좌(해지/만기좌수 포함)를 넘었다.

또 ‘모임통장’은 카카오톡의 ‘초대’와 ‘공유’ 기능을 활용한 통장이다. 동아리, 동호회 등과 같은 모임의 회비를 편리하고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한 모임통장은 지난해 12월 출시 이후 올 9월까지 누적 기준 약 115만 계좌가 개설됐다. 이용 인원은 433만 명에 달한다.

고정희 파트장은 “카카오뱅크 모임통장은 같이보는, 쉬운, 재미있는 기획 방향성을 설정하고 실제 모임에서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꼭 필요한 기능만 넣었다”며 “이런 전략과 방향성이 고객들의 좋은 평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 대출·해외송금·증권계좌 개설, 카카오뱅크가 하면 다르다

이 외에도 카카오뱅크는 대출, 해외송금, 증권계좌 개설 부문에서도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출의 경우 2017년 ‘비상금 대출’ 서비스츨 출시, 비대면에서 가장 간결한 절차를 적용해 인기를 끌었다. 약관 동의와 휴대폰 본인 인증, 재직 및 소득 정보 입력만으로 예상 한도와 금리를 간편하게 조회해볼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타행에 없던 서비스로, 가조회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대출 심사 과정 전, 사용자에게 간편히 예상 정보를 제공했다.

해외송금은 사용자에게 모바일에서 거래 외국환 지정 등록, 변경, 연장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사용자가 송금하는 해당 국가가 요구하지 않는 정보를 파악해 필요한 정보만 선별적으로 입력하게 하고, 변경이 불가능한 정보는 확인을 통해 진행하는 방식으로 사용자의 피로도를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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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출시된 증권계좌 개설 서비스는 카카오뱅크 계좌를 사용한 인증 방식을 최초 도입한 사례다. 이로써 은행과 증권사 모두 간편하고 빠르게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간편하고 탁월한 서비스의 구현이 은행뿐 아니라 증권사라는 다른 금융기관의 서비스 품질까지 높이는 데 도움을 줬다.

고정희 파트장은 “카카오뱅크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는 사용자의 눈높이에서 출발하며 본질에 충실한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고객 경험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현재 모습을 이뤄낼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이 같은 방향성을 유지하며 사용자 중심의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