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의 운영사 VCNC 박재욱 대표와 모회사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은 여러모로 아쉬운 일이다. 잘못된 사회적 해법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사안은 본질적으로 4차산업혁명에 따른 이해 관계자들의 갈등에 관한 것이다. 기술을 이용해 운송업을 혁신하려는 신흥세력과 생존권으로서의 택시 영업권을 보장받으려는 택시 업계가 갈등을 벌이고 있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또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민관이 모여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만들어 가동시키고 양쪽 모두 상생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민관이 이렇게 모여 새 해법을 모색하는 까닭은 기술 발전 탓에 기존 법률이 현재 상황에서는 ‘맞지 않은 철지난 옷’이 되었다는 데 다 동의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는 거고, 이에 맞는 새로운 게임의 룰(법제도)이 요구되는 상황인 거다. 지금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안은 그래서 적어도 지금은 입법의 문제이지 사법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검찰의 기소는 무리한 것이다. 대개 불법은 숨어서 하지 않는가. 검찰이 꼭꼭 숨어 벌이는 명백하고 의도적인 불법을 찾아내 단죄한다면 그건 격려할 일이다. 하지만 타다와 그 운영주체들이 꼭 그런가. 그게 명백한 불법이라면 모든 국민을 상대로 저렇게 대놓고 영업할 수 있겠는가.
검찰의 고충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이해 관계자의 한 쪽이 고발을 한 만큼 어떤 결정을 내려줘야 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검찰이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꼭 옳은 건 아니다. 고발 건 가운데 검찰이 할 일이 아닌 것도 많기 때문이다. 이 사안도 그중 하나다. 왜? 특정 기업의 법 위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사안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왜 이 사안이 사법 영역이 아니라 정치 문제라고 말하는 것인가. 두 말할 것도 없이 4차산업혁명으로 촉발된 사회문제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이 촉발한 4차산업혁명과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전방위적이다. 산업 교육 노동 등 모든 사회 영역이 급속히 바뀌고 있고 그에 대해 새로운 룰을 만들어야 한다. 그게 우리 사회의 숙제다. 정치의 영역을 통해 사회적 대타협을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논의 공간에 검찰의 자리는 단연코 1도 없다.
생각해보라. 검찰이 숨겨진 범죄를 밝히는 데는 전문가이겠지만, 4차산업혁명에 대해서는 대체 무엇을 얼마나 알겠는가. 4차산업혁명에 관련된 기술의 진화와 이로 인한 경제와 산업의 토대가 어떻게 달라질 지에 대해 검찰이 무슨 고민을 했겠는가. 그런 검찰이 그 모든 일에 해결사로 나서야만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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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그래서 정치 영역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일에 대해서는 자숙하고 자제해야 한다. 법은 소중하지만 모든 법이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다. 철지난 법은 되레 사회 발전을 가로막을 뿐이다. 검찰은 정의로워야 하지만 오직 검찰만 정의롭다는 조직 이기주의는 사회를 험악하고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다.
그점에서 검찰 만능주의는 결코 정의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