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알뜰폰, 금융·통신 융합 빠져

LTE·5G 저가 요금제에 집중…중소형 알뜰 사업자 “국민은행에 가입자 뺏길라”

방송/통신입력 :2019/10/28 17:44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진출을 바라보는 통신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은행의 알뜰폰 전략이 금융·통신 간 융합 서비스가 아닌 ‘저가 요금제’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알뜰폰 업계는 대형 사업자의 등장이 결국 중소형 사업자의 위기를 가속할 수 있다며 걱정스럽게 국민은행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국민은행 28일 오전 신규 알뜰폰 브랜드인 ‘Liiv M(리브모바일)’ 론칭 행사를 열고, 핵심 서비스와 요금제 등을 소개했다. 저렴한 LTE 요금제와 알뜰폰 사상 처음 선보이는 5G 요금제, 금융 상품을 결합한 추가 할인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국민은행은 ▲월 기본료 2만8천600~4만4천원 상당의 LTE 요금제 ▲5G 요금제 2종 ▲월 최대 6천600원의 친구결합 할인 ▲월 최대 1만6천원의 제휴 카드 할인 ▲월 최대 2만2천원의 KB 할인 등을 알뜰폰 서비스 경쟁력으로 제시했다.

■ 사라진 금융·통신 융합 서비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금융업자의 통신업을 허용하면서 ▲산업간 융합을 통한 혁신 서비스 출현 ▲금융·통신 결합 정보를 토대로 신용평가 개선 및 새로운 금융상품 출시 등을 기대효과로 꼽았다.

그러나 실제로 이날 공개된 국민은행의 알뜰폰 전략은 ‘요금제’에 집중돼 있다. 금융과 융합된 서비스는 유심 내 KB모바일인증서를 탑재해 휴대폰을 교체하더라도 인증서 추가 발급 없이 편리하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뿐이다.

중소형 알뜰폰 사업자들의 고민은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알뜰폰 사업자 간 저가 요금제 경쟁이 지속되면 막대한 자본력을 지닌 대형 사업자에 자사 가입자를 빼앗길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28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에서 열린 KB국민은행 알뜰폰 '리브엠' 공개 행사에 참석한 관계자들.(사진=지디넷코리아)

이에 국민은행은 알뜰폰 사업 진출의 목적이 이동통신 3사와 경쟁에 있다고 밝혔다. 허인 KB국민은행 행장은 “우리는 기존 알뜰폰 사업자의 사업을 곤란하게 하거나 힘들게 하면서 사업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간 알뜰폰 업계는 3G, 4G 형태의 단말과 통신을 위주로 하는 사업을 해왔고, 우리는 이를 피하고자 LTE와 5G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소형 알뜰폰 사업자 위기감은 계속 이어진다. 중소형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이 자생하기 위해서는 점진적으로 LTE로 전환이 필요한데, 기존 사업자의 사업을 곤란하지 않게 하기 위해 LTE와 5G 집중하겠다는 말은 난센스”라며 “당초 기대했던 금융·통신 융합 혁신 서비스가 아닌 저가 요금경쟁에 뛰어든 것은 결국 중소 알뜰폰 사업자에게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 5G 알뜰폰, 경쟁력 있나

국민은행은 차별화 포인트로 국내 최초 ‘5G 알뜰폰’을 내세웠다. 문제는 국민은행의 5G 요금제 가격이 높아, 이통3사에 비해 저렴하게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알뜰폰의 취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의 5G 요금제는 2종으로 ▲180GB(소진 시 10Mbps의 속도로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 월 6만 6천원 ▲9GB((소진 시 1Mbps의 속도로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 월 4만4천원 등이다.

5G 특화 서비스는 대용량 데이터를 소모한다. 일반적으로 초고화질 영상의 경우 1시간당 12~15GB, AR·VR 콘텐츠는 20~22GB의 데이터가 소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9GB 요금제로는 5G 서비스를 원활히 이용할 수 없는 셈이다. 월 180GB를 제공하는 요금제의 가격은 6만6천원으로, LG유플러스가 보유한 유사한 요금제 ‘5G 스탠다드(데이터 150GB 제공)’의 이용료인 7만5천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28일 서울 중구 장충단로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에서 열린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리브엠' 간담회에서 관계자들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지디넷 코리아)

국민은행이 제시한 추가 요금할인 서비스도 효용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민은행은 모든 가입자에게 최대 월 3만7천원의 이용료를 추가로 할인하는 서비스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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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할인을 위해서는 ▲급여 또는 4대 연금 이체 시 5천500원 ▲아파트관리비 자동이체 시 5천500원 ▲KB국민카드 결제실적 보유 시 2천200원 ▲스타클럽 등급에 따라 최대 5천500원 ▲제휴 기관 할인 5천500원 ▲친구 추천 할인 최대 6천600원 등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매월 2만2천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제휴카드 청구할인은 ▲전월 실적 50만원 이상 시 1만원 ▲전월 실적 100만원 이상 시 1만5천원 등을 만족해야 한다.

이에 알뜰폰 업계에서는 국민은행의 주력 상품은 사실상 LTE 요금제이고, 이는 결국 기존 알뜰폰 시장 지형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높은 5G 단말기의 가격과 부족한 5G 서비스 등을 고려할 때 국민은행의 주력 상품은 LTE 요금제일 것”이라며 “이는 결국 저렴한 LTE 요금제로 영업하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가 국민은행과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