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부 주에선 블록체인·암호화폐 규제가 아주 명확하지만, 연방 정부까지 연동돼 있진 않았다.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내놓으면서 연방 규제당국도 블록체인을 살펴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지난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블록체인 엑스포 '블록체인서울2019' 현장에서 만난 알렉산드라 레빈 크라머 변호사는 "블록체인·암호화폐에 대한 미국 내 규제 명확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크라머 변호사는 미국 뉴욕에서 2014년부터 블록체인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 프리랜서를 위한 블록체인 기반 일자리 플랫폼 '우민닷아이오(Womin.io)'를 창업한 블록체인 스타트업 대표이기도 하다.
크라이머 변호사는 이날 한국과 비교해 미국의 블록체인 규제 환경을 묻는 질문에 "미국이 규제 명확성 측면에서 좀 더 낫다"고 평가했다. "미국 금융규제 당국인 증권거래위윈회(SEC)가 2017년 7월 '다오(DAO) 토큰'을 증권으로 볼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이 것이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이후 SEC는 올해 4월 '디지털자산 투자계약증권 분석 프레임워크'라는 보다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어떤 경우 발행된 토큰이 증권법상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하는 지 판단 기준을 담았다.
하지만 미국 역시 증권형 토큰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외하면, 여전히 규제가 불명확한 상태다. 와이오밍 같이 블록체인 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주정부도 있지만, 연방 정부의 움직임은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은 편이다.
크리머 변호사는 "미국은 현재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아서 새로운 기술 도입이나 새로운 산업 육성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다. 또 블록체인와 관련된 규제 당국이 여러 곳이라 법률을 만드는 데도 난항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지난 7월 상하원이 각각 개최한 리브라 청문회는 "의원들이 블록체인을 얼마나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 여실이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아주 소수의 의원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의원들이 암호화폐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다"며 "암호화폐를 자금세탁이나 다크웹에서 불법적인 거래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크라이머 변호사는 이런 상황에서 페이스북 리브라는 블록체인에 대한 규제 당국의 이해를 높이고 관련 규제를 명확하게 수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정부와 규제당국이 블록체인을 계속 살펴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점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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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리브라 프로젝트를 운영관리하는 그룹인 '리브라 어소시에이션'에 페이스북을 포함해 대형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규제 이슈 해결에 적극 나설 것으로 봤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리브라 어소시에이션 멤버들이 대형 기업들이기 때문에 리브라 도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규제 이슈를 풀어나갈 충분한 예산과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