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의 블록체인 기술 수준은 글로벌 5위로 낮은 수준입니다. 특히, 블록체인 원천 기술 쪽으로는 아예 접근을 못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번에 ETRI가 개발한 핵심 원천 기술은 기존 PoW나 PoS의 합의방식의 한계를 개선한 합의 알고리즘으로, 내년 초에는 원하는 기업들이 기술 이전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고성능컴퓨팅연구그룹의 김기영 박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블록체인 원천기술이 부재하다고 지적하며, ETRI가 자체 개발한 논스증명(PoN·Proof of Nonce) 합의 알고리즘을 소개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작년에 발표한 ICT 기술수준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블록체인 기술 수준은 미국, 유럽, 일본, 중국에 이어 5위에 그쳤다. 1위인 미국과의 기술 격차는 2.3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박사는 "한국은 기초 기반 기술 쪽이 약하다"며 "블록체인의 핵심 중의 핵심인 합의 알고리즘은 말할 것도 없고, 합의 알고리즘을 동작하기 위한 블록체인 플랫폼도 외산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박사는 블록체인 원천 기술 중에서도 합의 알고리즘은 자동차의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며 합의 알고리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아직까지 블록체인의 상용화가 답보 상태인 이유는 자동차 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 합의 알고리즘의 한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TRI가 PoN 합의 알고리즘을 개발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PoN은 기존 작업증명(PoW) 또는 지분증명(PoS) 방식의 합의 알고리즘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합의 알고리즘이다.
전체 노드 중에 확률상 공평하게 선정된 노드가 블록 생성을 주도해 자원소모를 최소화하고, 정보가 담긴 블록을 즉시 확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김 박사는 "PoW와 PoS 방식은 해싱 연산, 지분 증명 방식으로 인해 컴퓨팅 자원을 낭비하고, "PBFT(프랙티컬비잔틴장애허용) 방식은 고정된 노드만 합의에 참여한다"며 "하지만 PoN은 랜덤 방식으로 노드를 선출해 예측에 의한 담합이 불가능하고, 다중서명 기술을 적용해 메시지 복잡도를 낮춰 통신 비용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PoN은 비트코인처럼 전체 노드가 참여하거나 EOS처럼 21개의 대표자만 참여하는 게 아닌, 20%의 악의적 노드를 감내할 만큼의 적정 노드를 확률적으로 선정하는 방식을 구현했다. ETRI가 시뮬레이션한 결과, 5만 노드일 때 적정 노드는 약 1400개로 수렴한다.
그는 "임의의 노드가 합의에 참여하도록 한 알고랜드 등 기존 알고리즘도 있지만, PoN은 그것보다 더 적은 노드가 합의에 참여하고 합의를 위한 메시지 수도 적다"고 덧붙였다.
ETRI는 작년 2월부터 '블록체인(PoN 알고리즘 기반) 고신뢰 정보거래 플랫폼 기술 개발' 과제를 맡아 기술 개발을 진행해왔다. 해당 과제는 2021년 12월까지 4년 동안 진행된다.
PoN 알고리즘은 현재 PoC 레벨까지 테스트를 마쳤으며, 올해까지 기술 개발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내년 초 기술 이전을 진행한다.
김 박사는 "합의 알고리즘과 같이 고난도 블록체인 원천 기술은 국책기관에서 개발하지 않으면 일반 기업에서는 개발하기 어렵다"며 "ETRI에서는 알고리즘 코어 기술 개발과 해당 알고리즘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플랫폼에 얹어서 실험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글로벌 업체들이 해당 기술 이전에 대해 의뢰가 왔는데, 어떻게 이식해야 되는지 몰라 플랫폼까지 같이 요구했다"며 "자체 플랫폼과 외부의 오픈 플랫폼, 두 가지 모두를 고려해 PoN알고리즘이 잘 돌아가는지 검증하려 한다"고 밝혔다.
ETRI는 현재 미국과 중국에 PoN알고리즘의 특허 출원을 완료했으며, 스위스와 일본에도 출원 중인 상태다.
PoN알고리즘에 대한 더욱 상세한 내용은 오는 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블록체인서울2019'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기영 박사는 이날 행사에서 PoN 알고리즘 기술 개발과 기술 이전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갖는다.
블록체인서울2019는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C홀에서 진행되는 국내 최대 블록체인 엑스포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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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의 첫날인 16일에는 ETRI에서 PoN알고리즘 기술 이전 설명회를 비롯해 '프라이버시 보호 블록체인 사용자 아이디 관리 기술'과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콘텐츠 유통 플랫폼 기술'에 대해서도 기술 이전 설명회를 진행한다.
행사 참여는 '블록체인서울2019' 홈페이지(☞링크)에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