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경쟁력 강화 정책, 전문가집단 통한 장기 전략 모색해야"

1일 국회 입법조사처 '소·부·장 관련 정책 개선방안' 세미나 개최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9/10/01 15:36

"소재·부품·장비는 수요·공급기업 간 협력 부족, 개발과 생산의 단절, 투자 부족, 환경·노동 애로 등으로 빠른 기술 확보와 산업 성장에 한계가 있다. 빠르게 정책을 추진하되 차분하게 검토하고, 과제를 선정해 지원해야 한다. 연구조합이나 산업협회 등 전문적인 중간조직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안진호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1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열린 '소재·부품·장비 기술 자립 현황 및 관련 정책 개선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성장을 위한 해법을 이같이 제시했다.

안진호 교수는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독립을 이야기하지만, 소재·부품·장비 산업은 독립적인 비즈니스 생태계를 갖고 있지 않다"며 "글로벌 공급사슬이라는 환경에서 우리가 유리한 입장을 가져갈 수 있는 형태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1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열린 '소재·부품·장비 기술 자립 현황 및 관련 정책 개선방안' 세미나 현장. (사진=지디넷코리아)

또 "한·일간 품목별 수입의존도 추이를 보면 소재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큰데 일본이 소재를 팔지 않으면 공장가동이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며 "일본은 오랜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을 축적하고, 이를 제품화해 높은 시장점유율을 갖추고 있다. 이는 단기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고 단기간 내 소재 국산화가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1978년 수입국 다변화 제도를 도입해 무역역조에 대응한 소재·부품 산업 육성에 힘써왔지만, 일본보다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은 크게 밀리는 상황이다.

한국기계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재·부품·장비의 자체 조달률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60% 중반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핵심 수출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자체 조달률은 50% 미만에 그친다.

안 교수는 "우리 정부가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규제(2019년 7월)에 대응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2019년 8월)을 발표하고 100대 핵심 전략 품목의 조기 공급 안정화 및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제시했지만, 실효성에 의구심이 든다"며 "예컨대 1년에 20개 품목에 대한 공급 안정화 대책을 추진과제로 내걸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인력도 기술도 없는데 EUV 감광액을 2년 안에 개발·공급하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은 수요·공급기업 간의 긴밀한 협력모델 부재와 전문기업 출현에 제약이 있고, 기획·기술개발·실증/양산 테스트·생산단계의 단절 현상도 존재한다"며 "기업 간 협력모델이 정착될 수 있도록 강력한 인센티브와 개발부터 양산까지 전주기적 지원을 위한 사다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연구·개발(R&D) 및 자금지원,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해서는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접근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그간 주력산업 공급망의 필수소재보다 최신 트렌드에 부합하는 신기술 품목지원에 치중되는 등 R&D 전략과 투자 결정제도가 적시성 있는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핵심 기술축적을 위한 투자가 부족한 상태로 전략 핵심품목에 적시성 있는 집중투자(예타제도)와 R&D 방식 (공모절차)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M&A(인수합병), 벤처투자 등 시장을 통한 기술확보 시도와 자금지원이 부족한데 해외기업 인수, 국제협력연구 등 개방적 방식의 기술 획득이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라며 "벤처투자자금의 소재·부품 투자는 ICT(정보통신기술) 투자에 비해 열세로 해외기업 인수 등 기술획득 방법을 다각화하고, 핵심품목 민간투자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환경·노동 관련 규정이 신속한 R&D 투자, 생산에 애로로 작용하고 있는데 환경 규정, 근로시간 단축 등에 업계가 어려움을 제기한다"며 "조속한 생산과 시설투자가 가능하도록 환경·노동 제도의 유연화를 건의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부의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 직접 참여해 이를 주도하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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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교수는 "현재의 시스템은 각 부처의 절대 권한을 이양받은 PD와 PM이 위원회를 꾸리는데 그 이면에는 전문가를 제대로 섭외하지 못하는 그림자가 있다"며 "연구조합, 산업협회 등 전문 중간조직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예컨대 연구조합의 경우, 잘못된 의견을 제시하면 이후 정책 방향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제가 되는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100명이 모여도 진실을 모르고 이야기하면 결론이 나도 그것은 공정한 결론은 아니다. 전문가가 없으면 소용이 없는 것"이라며 ""전문 중간조직을 활용하는 것에 있어서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갖출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청회 형식으로 중간전문조직에 과제를 맡기고, 위원회를 꾸려 의견을 모아 평가하는 구조를 만든다면 가능할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