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에서 바라본 게임 토크 콘서트...5人5色 의견 나눴다

현직 뉴스 앵커와 변호사, 학생과 교사가 한 자리에 모여 게임에 대한 토론 진행

디지털경제입력 :2019/09/27 11:15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토즈 강남컨퍼런스점에서 제1회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이날 토크콘서트는 게임에 대한 찬반양론이 있음에도 어느 한 쪽의 입장에서만 이야기가 오가는 토론회가 아닌 게임을 좀 더 객관적이고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들이 모여 게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기 위해 마련됐다.

토크콘서트 현장에는 이성원 통일부 사무관과 SBSCNBC 임종윤 앵커, 법무법인 율촌 이승민 변호사, 서울 경동고등학교 조상주 교감과 대전 반석고등학교 서민수 학생이 자리해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성원 통일부 사무관 "게임은 전략적 사고를 끊임없이 요구하는 교육 도구"

쇼미더스타크래프트: 게임으로배우는 군사·경제·정치를 집필한 바 있는 이성원 통일부 사무관은 실제로 게임을 즐기는 입장에서 게임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배웠는지에 대해 소개했다.

통일부 이성원 사무관.

이 사무관은 “게임이 가장 훌륭한 교육 도구인 것은 전략적 사고를 끊임없이 요구하기 때문이다”라며 “스타크래프트를 하면서 모든 것이 물고 물리면서 순환하는 원리를 알게 됐다. 또한 최고는 없으며 가만히 있으면 도태된다는 점과 모든 일이 내 마음대로 안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게임과 질병에 대해서는 “현 상황을 어떻게 잘 개선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게임 자체가 병균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살짝 관점을 바꾼다면 모든 교육적 효과를 누리면서 거부감이 들지 않는 게임도 찾을 수 있다”라고 말하며 스타크래프트 카툰 버전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대전 반석고 서민수 학생 "게임은 청소년에게 단순한 놀거리"

대전 반석고등학교 서민수 학생은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 입장에서 게임에 대한 견해와 청소년들이 어떤 식으로 게임을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게임은 청소년에게 단순한 놀거리라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한 서민수 학생은 “친구들에게 게임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어떤 친구는 예술이라 하고 인생이라 했으며 다른 누군가는 게임을 친구라고 하기도 했다”라며 “게임은 단순한 놀거리다.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 그저 놀거리인 게임에 굳이 범죄를 결부시키는 것 같다. 지금까지 11년간 학교를 다니며 게임에 대해 좋은 이야기는 한 번도 못 들어봤다”라고 경험에 비추어 말했다.

대전 반석고등학교 서민수 학생.

서민수 학생은 “청소년하면 공부에 대해 말할 수 밖에 없다. 같이 게임을 하는 친구는 전교에서 1, 2등을 다툰다. 하지만 그 친구가 게임 스펙이 나보다 높다. 게임을 하면서 그 친구에게 도움을 받기도 한다. 이런 것을 보면 게임과 공부는 별 상관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 청소년 중 적지 않은 수가 장래에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현상이 게임 때문인지 아니면 사회 현상 때문인지 생각해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서울 경동고 조상주 교감 "게임은 엔터테인먼트...굳이 교육으로 풀어낼 필요는 없어"

조금은 냉정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교육과 게임, 공존 가능한가’를 발제한 경동고등학교 조상주 교감은 게임을 거의 하지 않는 입장의 교육자 관점에서 바라본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조상주 교감은 “게임을 즐기는 학생들에게 게임이 자신의 인생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냐고 물으면 게임이 자기 인생의 1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70% 이상이라 말하는 경우도 있다. 학생들 스스로도 자신들이 게임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자제를 하려고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게임산업의 인식 개선의 대안으로 자주 언급되는 교육적 게임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 경동고등학교 조성주 교감.

조 교감은 “타자 연습 게임이나 퀴즈게임 등 교육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게임은 과거에도 많았다. 하지만 학생들은 대부분 이를 활용해 배우는 것 보다는 재미 그 자체만 추구한다. 결국 교육은 사라지고 흥미만 남게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교육용 게임을 과일과 비타민 영양제에 비유해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비타민 섭취를 위해 과일을 먹어야 한다면 많은 양의 과일을 먹어야 하지만 영양제로 섭취하면 맛은 좀 없을지라도 효율은 높아진다”라며 “영양제를 안 먹겠다는 아이에게는 과일이라도 먹여야겠지만 영양제를 줄 수 있다면 비타민 섭취를 위해 과일을 잔뜩 먹일 필요는 없다. 교육을 위해 굳이 교육용 게임을 시켜야 하겠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조성주 교감은 수능이 끝나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e스포츠 대회를 열 정도로 게임을 학생들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지만 게임은 여전히 엔터테인먼트에 해당되며 이를 굳이 교육으로 풀어낼 필요는 없다고 말하며 발제를 마쳤다.

■임종윤 앵커 "아이가 게임을 왜 좋아하는지 바라보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야"

SBSCNBC 임종윤 앵커는 본인은 게임에 전혀 관심이 없으나 게임 산업으로 장래를 정한 자녀를 둔 학부모 입장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임종윤 앵커는 “어릴 때부터 오락실은 불량배들이 가는 곳이며 저기 가는 곳은 나쁜 아이라는 생각을 하고 자랐다. 굳이 표현하자면 어렸을 때는 게임을 죄악시 하며 자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임종윤 앵커의 대학생 자녀는 게임을 공부하고 있다. 대학교 1학년인 아이가 게임을 공부하고 있다. 게임을 어렸을 때 죄악시 했던 사람이 왜 자식을 게임을 공부하겠다는데 선뜻 응했을까.

SBSCNBC 임종윤 앵커.

그는 “내 아이가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에 전공으로 결정했다고 생각을 하지 게임중독자라서 전공으로 택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자녀가 나이가 들어도 게임 산업에서 일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게임을 ‘다양성의 하나’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종윤 앵커는 “출퇴근을 하며 지하철에서 남녀노소 많은 사람이 모바일게임을 하는 모습을 본다.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건 이 모든 사람을 환자로 분류하는 또 하나의 차별이 아닌가 한다”라며 “어떤 이는 자기 조절을 못 할 수도 있고 잘 할 수도 있다. 그 조절을 자기 의지로 할 수도 있고 타의에 의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을 하면 인생 망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해도 될 정도로 세상이 단순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래는 우리가 규정하고 그 틀에 아이들을 맞추는 게 아니다. 교육도 마찬가지고 미래도 마찬가지다. 결국 기성세대, 부모의 시각에서 게임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게임을 우리 아이가 왜 좋아하는지를 바라보고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율촌 이승민 변호사 "사람은 놀아야 한다. 안 놀면 살 수가 없다"

법무법인 율촌의 이승민 변호사는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하려면 게임 전체를 규제할 게 아니라 특정 게임을 지정해서 지정하는 것이 더 맞는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부모가 게임을 중독물질이라 말하는 것은 자기 아이가 공부를 안 하는 것에 대한 핑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이 게임에 빠져드는 이유로 가정의 관리 소홀을 꼽았다.

법무법인 율촌 이승민 변호사.

이 변호사는 “스마트폰을 자꾸 들여다보는 아이를 자세히 봐라. 그런 아이는 부모가 아이에게 손쉽게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여준다”라며 “부모 입장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다. 부모가 시간이 없고 여유가 없기 때문에 자녀에게 시간을 할애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실제로는 가정에 소홀한 사람에 불과할 뿐인데도 그 수준으로 바쁜 사람을 성공한 사람이라 말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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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사회 전체가 너무나 빡빡한 노동구조를 갖고 있고 사람의 여러 특성은 뒤로 하고 암기만 잘하면 천재인 것처럼 취급하는 풍토가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승민 변호사는 “사람은 놀아야 하고 안 놀면 살 수가 없다. 너무 안 논 사람은 나중에 결국 이상한 일을 하기 마련이다. 나 역시 고시공부를 하던 시절에 일주일에 4편 정도 비디오로 영화를 봤다”라며 “힘든 사회구조를 어떻게 바꿔야할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놀이의 수단인 게임에 대한 인식이 왜 여기까지 왔는지는 돌아봐야 한다. 우리에게 누구를 탓할 도구가 필요한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