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 대안 STO가 쉽게 뜨지 못하는 이유는

블록체인리더스포럼 토론…"토큰만으론 소유권 주장 힘들어"

컴퓨팅입력 :2019/09/24 16:31

피카소 그림을 잘게 쪼개서 여러 사람이 나눠 가질 수 있을까? 미술품 뿐 아니라 부동산, 주식 등 실물자산 소유권을 블록체인 위에서 토큰화하면 여러 사람이 그 권리를 조금씩 나눠 가질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적은 돈으로 가치 상승 가능성이 높은 고가 빌딩이나 미술품에 투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쉽게 매수·매도할 수 있다. 또 글로벌 규모의 거래까지 가능해 유동성이 크게 확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증권 성격을 띠는 토큰을 발행한다는 의미에서 '시큐리티 토큰 오퍼링(STO)'이라고 불리는 이런 투자 유치법은 암호화폐발행(ICO)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지난해 중반부터 상당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현재 STO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는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각광 받던 STO는 왜 한 때 유행한 버즈워드 신세가 됐을까.

24일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에서 열린 '제2회 블록체인 리더스 포럼'에 모인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STO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STO가 확산되기 위해 풀어야할 과제들이 상당하다는 데 공감대를 보였다.

24일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제2회 블록체인 리더스 포럼이 열렸다. (왼쪽부터) 조민양 동서울대 컴퓨터SW학과 교수(좌장), 이진우 테조스코리아 대표, 체인파트너스 한중섭 리서치센터장, 조원희 디라이트 대표변호사가 패널토론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STO 사례와 발전 방향'이란 주제로 진행된 이날 패널 토의에는 이진우 테조스 코리아 대표, 체인파트너스 한중섭 리서치센터장, 조원희 디라이트 대표 변호사가 참석해 의견을 공유했다.

이들은 부동산 같이 소유권 등록이 정부 시스템 내에서 이뤄지는 자산인 경우 토큰만 가지고 소유권 주장이 어렵고, 세계 주요 증권 거래소들이 아직 증권형 토큰에 대한 관심이 적어 생각 만큼 유동성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 등을 STO의 한계로 지적했다.

장점 크지만 한계 분명한 STO

이날 발제를 맡은 이진우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발행된 증권형 토큰이 기존 종이 증권의 부족한 면을 채워 줄 수 있다"며 "속도·유동성·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STO가 장점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STO는 토큰 기반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즉각적으로 매수매도가 가능하고, 실시간으로 지분율과 투자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거래 속도가 빠른 것은 물론 효율적인 감사(오딧)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큰 거래의 특성상 지역 제한이 없기 때문에 글로벌 투자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이렇게 자본 공급이 집중되면 자산의 가치평가도 높아지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소유권, 권리 등을 명확히 해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과 컴플라이언스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STO가 크게 활성화되고 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한중섭 센터장은 "주요 증권거래소들의 관심 저조"를 꼽았다.

STO가 활성화 되려면 유동성이 공급이 필수적인데, 이런 역할을 맡아 줄 주요 증권거래소들이 증권형 토큰에 아직 관심이 적은 게 문제다. 미국에서도 현재는 티제로, 오픈파이낸스 등 대체거래소(ATS) 라이선스를 받은 일부 거래소에서만 제한적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한 센터장은 계속 유동성이 부족할 경우 STO가 크라우드펀딩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그는 "크라우드펀딩도 혁신적인 펀드레이징 방법으로 등장했지만 유동성 부족으로 연간 1조 규모 시장에 그쳐 있다"며 "STO도 유동성이 떨어질 경우 굉장히 니치한 마켓을 차지하는데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STO, 장점 살릴 수 있는 아이템 찾아야 뜬다

조원희 변호사는 STO를 했을 때 장점이 분명한 아이템들이 많이 발굴돼야 STO 분야가 활성화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가장 많이 진행되고 있는 부동산이나 미술품 토큰화 프로젝트는 현실 세계 문제에 부딪혀 좌초되기 쉽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조 변호사는 "부동산은 정부가 관리하는 등기부등본 시스템을 통해서만 소유권 이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부동산을 토큰화 한다고 그 지분에 대한 정상적인 소유권을 주장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미술품은 소유권을 등록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100억 짜리 미술품을 1천 개로 쪼개 판매한 이후에 미술품 관리·책임의 주체를 누가 맡을 지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 금융에 존재했던 중개자를 제거해 수수료를 절감하거나 채권 등을 글로벌하게 판매하는 등의 아이템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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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대표 역시 '어떤 자산이 토큰화되느냐'가 STO 정착에 가장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대표는 "정보 비대칭으로 부실한 ICO 프로젝트에 투자가 이뤄진 것처럼 부실한 자산이나 채권이 STO에 올라간다면 STO는 단지 멋진 용어로 포장한 레몬마켓이 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