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산규제를 대체하기 위한 유료방송 사후규제안이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관련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있는 데다, 중재를 맡기로 한 국회마저 각종 이슈에 밀려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와 정부가 유료방송 시장 규제 개선에 소홀한 사이, 시장 내 불확실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다음 달 국정감사 및 내년 4월 총선 등 굵직한 이슈를 거치면서 사후규제안 논의가 기약 없이 연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23일 국회 및 부처에 따르면 합산규제를 대신해 유료방송 시장을 규율할 사후규제안은 부처 간 이견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앞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7월 법안2소위를 통해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이견을 조율한 단일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한 달 뒤인 8월 중순까지 단일안이 확정되지 않을 경우, 국회가 중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국회는 두 달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사후규제안에 대해 논의할 법안소위를 열지 못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단일안에 포함될 ▲이용약관 및 요금승인 주체 ▲유료방송 다양성 심사 주체 등을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법안소위 개최해야 할 시점에 과기정통부 장관과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여야가 양 부처의 수장이 새로이 임명된 후 재차 논의하기로 협의한 바 있다”며 “우선 10월 초 국정감사에 집중한 이후 여야가 소위를 열고 사후규제안을 비롯한 현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후규제안 도입이 멈춰있는 사이,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0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조건부 승인했다. SK텔레콤이 신청한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기업결합에 대한 심사보고서도 조만간 발송할 것으로 예측된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리는 사이, KT는 국회의 눈치만 보고 있다. 시장점유율을 제한한 합산규제가 재도입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KT는 케이블TV 사업자인 딜라이브를 대상으로 진행하던 인수·합병 검토도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딜라이브는 지난 7월 채권단의 출자 전환으로 간신히 위기를 넘겼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IPTV의 급성장과 각종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케이블TV의 경우 자체적인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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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국회가 사후규제안 도입을 위한 논의를 언제 재개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국회는 우선 10월 초 국감을 마무리하고 여야 간사 협의를 통해 소위 일정을 정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국정감사 이후 곧바로 국회가 총선 준비에 돌입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낙관할수 없다. 실제로 일부 의원실은 일찌감치 보좌진을 지역구에 파견하는 등 한 발 앞선 총선 대비를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정감사 이후에도 국회는 정상적으로 운영되지만, 의원들이 연말을 앞두고 지역구 관리 등 총선 준비에 나서면서 상임위에 집중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될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사후규제안 논의가 내년 총선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