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결과에서 독창적인 최초보도(original reporting)를 우대하겠다.”
지난 12일(현지시간) 구글이 깜짝 발표한 내용이다. 검색 뿐 아니라 구글 뉴스, 디스커버리 등 주요 서비스에서 ‘오리지널 보도’ 기사를 좀 더 전진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구글 뉴스 서비스를 이끌고 있는 리처드 긴그라스 부사장은 이날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이번 정책 변화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 동안 우리는 최신 뉴스, 혹은 가장 포괄적으로 서술된 뉴스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젠 오리지널 보도로 판명된 것들을 우대하는 쪽으로 바꿨다. 이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적용된다.”
■ '독창적 최초 보도'는 누가 판명하는 걸까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 변화 자체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퀄리티 저널리즘을 우대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바뀐 정책에 따르면 ‘실시간 어뷰징’이나 다른 회사 보도를 짜깁기한 기사는 검색 노출 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명분은 훌륭하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어떤 기사가 오리지널 보도인가? 그리고 오리지널 보도는 누가 판명하나?”
구글은 명확한 해답은 내놓지 않고 있다. 검색 알고리즘은 ‘블랙박스’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다만 검색 품질 평가자들에게 제공된 가이드라인을 통해 짐작을 해 볼 순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구글의 평가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최초 보도 (가이드라인 5.1)
“그 기사가 폭로하지 않았더라면 알려지지 않았을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오리지널 뉴스 보도에 가장 높은 평가를 하라. 오리지널, 심층, 탐사보도에는 기술과 시간, 그리고 노력이 많이 투여된다.”
둘째. 언론사의 전체적인 평판.
“퓰리처상 같은 저명한 상을 수상하거나, 오랜 기간 고품격 오리지널 보도를 해 왔다면 해당 언론사는 긍적적인 평판이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결국 의미 있는 새로운 사실을 발굴했는지 여부가 핵심 잣대가 되겠지만, 해당 언론사의 기존 평판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구글은 이런 기준에 해당하는 기사들은 검색 결과에 좀 더 오랜 기간 노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의 이런 기준에 대해선 비판도 만만치 않다. 언론사 줄세우기 아니냐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이를테면 작지만 탄탄한 지역 언론사들은 바뀐 알고리즘에선 손해를 보지 않겠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뉴욕타임스처럼 퓰리처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언론사들이 검색 상위권을 독식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비판이다.
검색 전문 사이트인 서치엔진랜드가 이런 부분에 대해 구글에 문의했다. 그러자 긴그라스 구글 부사장은 서치엔진랜드 측에 “세계적인 뉴스원과 중소 지역언론사라는 구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사들은 구글의 이런 정책 변화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이긴 하지만 불투명한 검색 알고리즘이 문제”란 입장이다.
데이비드 체번 뉴스미디어연합 대표는 미국 정치매체 더힐과 인터뷰에서 “(구글 검색 알고리즘 변화는) 방향 자체는 긍정적이다. 우리가 여러 차례 요구해왔던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구글 알고리즘이 완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에 실제로 실행되기 전에는 얼마나 의미 있는 변화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뉴스미디어연합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다우존스 등 미국 2천 여 언론사를 대표하는 이익단체다.
■ 구글의 야심은 성공할 수 있을까
국내 저널리즘 환경에서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황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들여 쓴 기사가 살짝 갈무리한 기사에 묻혀버리는 상황에 신물이 난다"고 토로하는 기자들이 적지 않다.
특히 개별 뉴스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갈수록 낮아지면서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되고 있다. 개별 사이트 직접 방문 대신 포털이나 검색 같은 옆문을 통한 간접 방문이 절대 다수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뉴스 소비 시장은 '좁은 출입구 뒤에 넓은 공간'이 자리 잡고 있는 모양새다. 검색어 어뷰징을 비롯한 비정상적인 편집은 이런 상황을 교묘하게 파고든 행위다.
구글의 알고리즘 변경 조치는 '공들인 기사에 무임승차하는 행위'를 걸러내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런 조치를 통해 검색 품질을 향상하는 것이 결과적으론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현실 인식도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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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구글의 이번 시도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선 선뜻 긍정적인 답을 내놓진 못하겠다. 구글의 '선의'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오리지널 보도'란 추상적인 가치를 어떻게 걸러낼 수 있을 지 선뜻 감이 오지 않아서다.
모쪼록 구글이 그 해답을 잘 제시해줬으면 좋겠다. 그럴 경우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비정상적인 뉴스 소비 행태도 조금은 개선될 수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