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산업 선도하려면 정부와 긴밀한 협력이 중요"

[UDC 2019] "캐나다·독일·동남아, 규제당국과 활발한 소통으로 규제 틀 마련"

컴퓨팅입력 :2019/09/06 18:27    수정: 2019/09/07 10:59

세계 각국의 디지털 자산 전문가들이 디지털 자산 환경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규제 당국과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한국을 제외한 캐나다, 독일, 동남아시아에서는 규제 당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제도를 마련해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인천 하얏트 호텔에서 개최된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2019(UDC 2019)에서는 각국의 암호화폐 업체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국의 규제 상황에 대해 토론했다.

이날 토론에는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좌장을 맡고, 알렉산더 홉트너 독일 보어슈투트가르트 대표,김도형 캐나다 핀헤이븐 대표, 업비트APAC 김국현 대표, 발렌틴 숀딘스트 악셀 스프링거 수석 부사장 등이 패널 토론을 벌였다.

5일 인천 하얏트 호텔에서 개최된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2019(UDC 2019)에서는 각국의 암호화폐 업체 대표들이 각국의 규제 상황에 대해 토론했다. (사진=업비트)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한국의 규제 담당자는 공식적으로 암호화폐 업체와 대화를 잘 나누지 않는다"며 해외 국가들의 암호화폐 사업 규제 상황에 대해 물었다.

이에 독일의 디지털 자산 거래소 '보어슈투트가르트'를 운영하는 알렉산더 홉트너 대표는"독일 정부는 (블록체인을 통해) 다른 나라를 앞서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특히, 증권형 토큰(시큐리티토큰)과 관련해 유럽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려 한다"고 독일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가장 윗단에서 디지털 어젠다가 있고, 그 맥락에서 블록체인 이야기가 진행돼 여러 부처들이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됐다"며 "업계는 규제 당국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그들이 (블록체인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했고, 해당 과정에서 기관투자자도 함께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사업의 진입 규제에 대해서는 "어떤 상품을 거래하는지에 따라 규정이 다르다"며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상품에 대한 모든 규정은 표준화돼 있고 명확하며, 특정 새로운 상품을 위해 해당 규정을 바꾸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즉, 거래되는 상품이 무엇인지 규정하기만 하면 적용받는 법은 명확하다는 설명이다.

캐나다 정부도 암호화폐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으로, 규제 당국과 암호화폐 업체 사이에 활발한 의견교환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에서 블록체인 기반 투자은행 플랫폼 핀헤이븐을 운영하는 김도형 대표는 "캐나다 금융 당국은 암호화폐가 새로운 금융 솔루션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우리에게 와서 설명해달라고 했다"며 "증권위원회에서는 컨설팅 페이퍼를 발행해 위원회에서 인지하지 못한 추가적인 위험이 있는지, 시행하려는 규제에 대해 의견이 있는지 물었다"며 규제 당국의 개방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또 캐나다는 다른 국가와 규제 내용을 논의하고 공유하는 샌드박스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과 국경을 넘는 샌드박스 프로그램을 통해 협업함으로써 암호화폐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캐나다 암호화폐 사업자들은 무언가를 조용히 진행하기보다, 어떤 사업을 하고 싶은지 개방적으로 공개해 많은 도움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고객신원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등 금융기관에 준하는 규제도 마련됐다고 말했다.

5일 인천 하얏트 호텔에서 개최된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2019(UDC 2019)에서는 각국의 암호화폐 업체 대표들이 각국의 규제 상황에 대해 토론했다. (사진=업비트)

업비트 아시아태평양(APAC) 법인장을 맡고 있는 김국현 대표는 인도네시아 규제 당국도 업계와 많은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도네시아 규제 당국과 최대한 투명하게 사업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업계와 규제 사이에 격차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게 좋은 출발점이라고 생각하며, 이와 관련해 양측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남아시아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려면 반드시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하며, 가이드라인의 요구사항이 엄격하고 까다롭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같은 경우는 보유하고 있는 전체 암호화폐의 70%를 별개의 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하고, 360만 달러 이상의 자본금이 있어야 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으며, 어떤 종류의 암호화 알고리즘을 썼는지까지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의 경우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정부의 많은 선제적 조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ICO 가이드라인을 3번이나 개정하는 등의 선제 노력을 통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은 줄이고 혁신을 가속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설명이다.

태국 또한 왕령을 통해 규제를 만들겠다고 밝힌 후 실제 암호화폐 관련 규제가 만들어져, 현재 이를 바탕으로 공식적인 라이선스 발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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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크립토 에셋의 투자가 주식시장보다 3배 많다"며 "동남아시아 국가는 새로운 기술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모바일을 통해 목도한 경험이 있어 더욱 새로운 기술을 촉진하고 싶어 한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는 "암호화폐 시장을 규제 없는 시장으로 남겨 둬서는 안 된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블록체인이라는 것은 움직이고 진화하는 살아있는 동물이기 때문에 얼마나 크게 성장할지 모른다"며 "규제를 융통성 있게 적용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