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오늘 이재용 부회장 선고...삼성 안개 걷히나

'파기환송' 되더라도 재수감 여부는 지켜봐야

디지털경제입력 :2019/08/29 07:00    수정: 2019/08/29 09:12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최종심이 오늘(29일) 내려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본명 최서원)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향후 거취와 삼성의 경영 시계도 이번 판결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오후 2시 대법원 대법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이재용 부회장, 최순실씨 등 3명의 피고인에 대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판결을 내린다. 선고는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TV 등으로 생중계 된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지난 2017년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가 지난해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고 풀려나 경영일선에 복귀한 상태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6일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삼성전자)

만약 대법원이 2심의 결과를 그대로 인용할 경우 이 부회장은 여러 대내외적인 악재 속에서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미래를 향한 투자 행보에 더욱 고삐를 잴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법원이 2심의 판단이 틀렸다며 '파기환송' 결정을 내릴 경우 이 부회장은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한다. 삼성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또 다시 '경영 시계'가 멈춰 설 수 있는 시나리오다.

말 3 마리 소유권, '묵시적 청탁' 존재 여부, 재산국외도피죄 유무죄 쟁점

상고심의 쟁점은 그동안 이들 세 피고인에게 내려진 하급심의 엇갈린 판단을 국민들이 납득할 만큼 어떻게 법리적으로 정리할 지이다.

그동안 엇갈리는 쟁점은 크게 삼성이 최씨 딸 정유라에게 제공한 말 세 마리(살시도·비타나·라우싱)가 뇌물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삼성그룹에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묵시적 청탁을 할 경영승계 작업이 있었는지 여부다. 또 이 부회장의 2심 형량에 영향을 미친 재산국외도피죄의 유무죄 여부도 대법원이 들여다 보는 중요 사안이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1, 2심 재판부는 '말 소유권'이 최 씨에게 넘어갔다고 보고, 포괄적 현안으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있었다고 판단해 뇌물액을 86억원으로 산정했다.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도 말들의 소유권이 최씨에게 이전됐다고 판단해 말 구입액이 모두 뇌물액에 해당한다고 보고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적 본질에 대해 부정한 정경유착의 전형이라는 다른 재판부와 판단을 달리했다. 주범을 박 전 대통령과 그 위세를 등에 업고 국정을 농단하고 사익을 추구한 최씨로 봤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인 박 전 대통령이 국내 최고 기업집단인 삼성 경영진을 겁박하고 피고인들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이 뇌물에 해당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이들의 요청을 거절 못한 채 수동적 뇌물 공여로 나아간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사진=이미지투데이

따라서 2심은 1심과 달리 특검이 주장한 삼성그룹의 포괄적 현안이라는 경영승계 작업이 있었다고 보지 않았다. 사단법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와 재단법인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해서 전부 무죄로 판단했다. 마필 자체가 모두 뇌물로 제공됐다는 기소 내용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1심과 달리 법정형이 가장 높은 재산국외도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위반 혐의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정유라의 말 3필 소유권도 전체 사건의 흐름상 삼성전자에게 있다고 봤다. 다만, 마필 사용 이익은 제공된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마필 무상사용 이익분 36억3천484만원만 청탁 여부와 관계없이 뇌물로 인정했다.

뇌물액수가 50억원 미만으로 줄어들고 재산국외도피죄 혐의가 무죄로 판단되면서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결정적 원인이 됐다.

만약 대법원이 이날 2심 결정을 파기할 경우 이 부회장의 뇌물액이 달라질 수 있다. 대법원 양형규정상 횡령액이 50억원을 넘어가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어 실형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국정농단 사건을 어떻게 정의하고, 결론을 내느냐에 따라 이 부회장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정의 최고 권력과 그 세력, 그리고 이에 부합한 기업의 정경유착으로 단정할지, 아니면 정권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응할 수밖에 없었던 희생양으로 볼지 여부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월 이들 세 피고인에 대한 사건을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 총 여섯 차례에 걸쳐 심리를 진행할 만큼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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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파기환송이 곧 이 부회장의 재수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파기환송심 과정에서 재판부 재량에 따라 집행 유예형이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고통수권자의 승마지원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는 점과 최씨가 자신의 딸을 지원하기 위해 삼성을 여러 차례 농락했다는 점은 여러 측면에서 정상(情狀) 참작될 수 있는 부분이다. 사건의 본질이 적극적인 뇌물 공여가 아니라 최고 권력과 그 주변 실세들의 강요에 따른 수동적인 뇌물 공여로 오히려 기업의 자유 경영권을 침해당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1년 동안 수감 생활을 하면서 성실히 재판에 참여했고, 횡령금 전액을 변제했다는 점도 작량감량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작량감량은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에 법관의 재량으로 행하여지는 형의 감경을 말한다.

삼성 측은 이날 대법원의 최종 선고를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이다. 2심이 그대로 확정되는 상고기각이 최고의 시나리오지만 파기 환송되더라도 최종 양형 결정까지는 변수가 많은 만큼 차분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