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위기에 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대법원 국정농단 상고심이 오는 29일 예정돼 있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조치가 28일 본격 시행된 탓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최순실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의 대법원 선고는 오는 29일 오후 2시께 열릴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지난 2017년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가 지난해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고 풀려나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대법원이 내일(29일) 선고에서 하급심(2심)의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이 부회장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만약 대법원이 이를 파기 환송할 경우 이 부회장은 재차 재판을 받아야한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현재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려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 협력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자칫 파기 환송에 따른 투자위축이 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큰 상황이다.
반도체 장비 업체 한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밝다고 하는데 정작 국내 기업들은 삼성의 투자위축 우려로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이 부회장 구속으로 삼성의 미래 투자가 전면 시계제로로 돌아가면, 앞으로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야할지 막막하다”고 우려를 전했다.
삼성전자 협력사협의회인 협성회는 이 같은 이유로 2017년 법원에 이 부회장 석방을 위한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협성회는 당시 탄원서에서 “국내 대기업의 사업 뒤에는 수많은 1차·2차·3차 협력사들의 생존권이 걸려있고, 이는 한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주요 신경망”이라며 “대기업의 투자활동이 멈추면 협력사들은 성장의 길이 막히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국가경제의 미래를 위해 기업경영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대의를 헤아려 부디 선처해 달라”고 호소했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 업계의 우려는 상당한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불황으로 올해 투자규모를 대폭 축소한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 한일 경제전쟁 등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대외적인 위기요인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탓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제조2025’ 정책을 통해 자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동시에 최근 중국 현지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어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초격차 전략을 통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경우, 수년 내 중국에게 시장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지난 27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주최한 ‘2019 SEMI 회원사의 날’ 행사에서 “올해 반도체 시장 전체 규모가 지난해 4천750억달러보다 줄어 4천440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며 “올해 반도체 시장은 전년 대비 29.1%나 역성장하고, 내년에도 14.1%나 역성장해 바닥을 기록할 것”이라고 반도체 시장의 암울한 상황을 전했다.
특히, IDC는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기록 중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대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체는 내년 3·4분기까지 (수급의) 균형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업체들의) D램 생산능력은 웨이퍼 투입량을 기준으로 올해 2% 성장, 내년에는 4% 역성장이 예상된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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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시장 상황은 더욱 만만치 않다. 중국의 BOE가 10.5세대 초대형 생산공장을 앞세워 LCD(액정표시장치디스플레이) 물량공세에 나선데 이어 애플로부터 중소형 OLED 공급물량 수주에 나서는 등 전방위 압박이 이뤄지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하반기 대규모 전환투자(LCD→OLED)에 나설 것으로 판단, 올 상반기부터 내부적으로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며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에 삼성의 모든 미래 투자 향방이 달려있다고 판단되는데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을 위한 현명한 결정이 내려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