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역대급 악재 속 현장서 답 찾는다

한일 경제전쟁 한복판에서 위기돌파 역량 이목 집중

디지털경제입력 :2019/08/07 14:38    수정: 2019/08/07 16:4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한국에 대한 일본의 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 제외 등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아 현장 경영에 몰두하고 있다. 한일 간 경제전쟁,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 등 기업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대외 리스크 속에서 반도체 분야 밸류 체인(공급망) 점검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최근 들어 이재용 부회장은 대형 리스크를 만난 상황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한국과 일본 간에 벌어진 경제전쟁이다.

맨 왼쪽부터 백홍주 TSP총괄 부사장,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이재용 부회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일본 정부는 지난달 4일 포토레지스트(감광액),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 디스플레이 관련 핵심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한 데 이어, 최근 한국을 수출간소화 대상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7일 일본으로 출국해 엿새 동안 현지 대형은행과 경제인을 접촉했다.

귀국 직후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과 삼성디스플레이 경영진을 소집해 비상 경영회의를 가졌다. 이 부회장은 한국과 일본 간 무역분쟁의 상황 악화와 장기화를 대비하는 비상계획 마련을 지시했다.

그가 주문한 비상계획엔 반도체, 디스플레이 사업뿐 아니라 스마트폰, 가전 등 전체 사업분야가 포함됐다.

이 부회장은 이달 초 일본 정부가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결정을 내리자 5일 삼성전자 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하고 긴급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일본의 규제에 따른 영향과 대응 전략이 논의됐다.

이 부회장은 회의에서 "긴장은 하되 두려워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한단계 더 도약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자"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6일엔 온양과 천안 사업장을 찾아 현장 행보를 이어갔다. 온양 사업장 사내 임직원 식당에서 오찬을 갖고, 패키징 사업 현황과 기술 개발 방향 등을 점검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천안 사업장을 방문해선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살폈다.

김기남 DS부문 부회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등이 이 부회장의 행보에서 자주 얼굴을 드러냈다.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는 이재용 부회장이나 삼성전자가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사안이다. 국가 외교 분쟁 와중에 경제인으로서 역할은 제한적이다.

한일 경제전쟁과 함께 미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진 무역분쟁 장기화도 중대 위협이다. 미국이 중국에 관세, 환율, 수출입 규제 등 총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중국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다. 중국은 삼성전자 입장에서 최대 시장 중 하나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에 글로벌 경기까지 침체되는 양상을 보이며 삼성전자 글로벌 사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경제 대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극단의 갈등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사업 실적도 악화일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조작 관련한 검찰의 수사, 대법원의 국정농단 사태 선고 등 이 부회장 개인적 리스크도 있다.

이에 이 부회장은 위기관리와 성장동력 모색으로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그룹 계열사 전반에 비상계획을 마련하도록 하는 한편, 실적 악화 속에서도 장기적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비메모리 반도체 133조원 투자를 담은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세계 1위 시스템 반도체 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선언했다. 한일 경제전쟁 발발 후에도 투자를 유지해야 한다는 발언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의 불확실성 증가에 투자자와 고객사의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안정감을 주기 위한 현장경영 행보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6일 천안사업장 내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부품과 소재의 국산화 노력과 일본 외 대체 공급처 마련이 병행되고 있다.

관련기사

국내의 한 경제 전문가는 "국제 분업 체계 속에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이 미국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옮겨왔었다"며 "최근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통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가져가려는 상황인데, 기존 체제의 붕괴 상황을 맞은 지금 일본의 부품, 소재 산업을 한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급망을 어떻게 새로운 형태로 재구조화 할 것인지, 그것이 이재용 부회장의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