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쓰면 허리케인 막아질까

과학입력 :2019/08/27 15:2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허리케인의 상륙을 막기 위해 핵폭탄을 투하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이 핵무기를 써도 허리케인을 막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고 IT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이 핵무기를 써도 허리케인을 막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사진=픽사베이)

■ 허리케인, 어떻게 생기나

허리케인은 주로 북대서양, 동태평양의 따뜻한 물에서 형성되는 최대 풍속 119km/h 이상의 열대 저기압으로, 따뜻한 수분이 위로 상승하면서 에너지가 방출돼 뇌우를 일으킨다. 뇌우가 발생하면, 위쪽과 바깥쪽으로 나선형 소용돌이를 만들게 되고 따뜻한 공기가 응축되면서 구름이 상부 대기층에 형성된다.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바다 표면에는 저압 지역이 형성되며 허리케인의 발달을 돕게 된다. 때문에 따뜻한 공기 층이나 저압 지역이 사라지면 허리케인은 힘을 잃게 마련이다.

샌디아 국립연구소 기상학자 잭 리드(Jack Reed)는 1959년 핵무기를 사용해 허리케인을 막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그는 핵무기를 폭발시켜 허리케인 눈에 있는 따뜻한 공기를 끌어올려 그 자리를 차가운 공기로 채우고, 폭발로 압력을 높이면 허리케인이 약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NOAA 연구진들은 이 아이디어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먼저 현재 허리케인을 파괴할 만큼의 강력한 핵폭탄이 없다는 점, 핵으로 허리케인 중심 공기를 이동시켜도 주변 대기압까지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점이다.

■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허리케인

2014년 10월 우주에 촬영한 4등급 허리케인 곤잘로의 모습 (사진 = 씨넷)

NOAA에 따르면, 완전히 세력을 확장한 허리케인은 20분마다 10메가톤의 핵폭발과 같은 양의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는 미국이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원자폭탄보다 666배나 더 큰 수준으로, 거대한 허리케인의 세력을 약화시키려면 시간당 약 2000개의 핵무기들이 계속 떨어져야 한다고 연구진들은 밝혔다.

또, NOAA는 초기 핵폭탄의 고압 충격으로 허리케인 중심 공기가 바깥쪽으로 이동하게 되더라도, 허리케인의 주변 기압은 전과 동일한 저압 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에 핵무기를 계속 폭발시킬 수 없다면 허리케인에서 계속되는 저압 공기를 없앨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카트리나와 같은 시속 250km인 5등급 허리케인을 시속 160km의 2등급 허리케인으로 약화시킨다고 가정했을 때, 직경 40km의 허리케인의 눈에 50억 톤 이상의 공기를 추가해야 하는데 핵무기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연구진들은 밝혔다.

핵 낙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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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AA가 또 우려하는 것은 방사능 낙진에 대한 우려다. 이 방법을 실제로 쓰게 된다면 카리브해의 섬 나라나 멕시코만 경계 국가에 핵 낙진이 퍼질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밝혔다.

낙진에 의해 오염된 토지는 사람들이 살 수 없는 곳이 된다. 실제로 1986년 러시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한 이후, 발전소 주위 약 2414km 근방에 있는 사람들은 해당 지역을 떠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