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석 학장 "공기 반 SW 반...훌륭한 인재 많이 나올 것"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교육생 10월 공모...두달간 테스트 후 250명 선발

컴퓨팅입력 :2019/08/26 13:33    수정: 2019/08/26 17:12

"여기 나오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삼성전자 같은 회사에 갈 수 있습니다. 그보다는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스타트업에 들어가 세상을 바꾸는데 기여했으면 합니다."

이민석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이하 '이아') 초대 학장은 "처음 1~2년은 아주 훌륭한 얘들이 많이 올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아'는 민간이 세운 '프랑스 에꼴42'와 달리 우리 정부가 주도해 설립했다. 지난 6월 국민대 이민석 교수를 초대 학장으로 선출했고, 오는 10월 교육생 모집을 시작하는 등 개원 준비를 차근차근 밟고 있다.

'이아'는 '에꼴42'의 교육 프로그램을 근간으로 운영된다. 여기에 '이아'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을 접목, 문제 해결형 우수 소프트웨어(SW) 교육을 양성한다. 프랑스 '에꼴42'처럼 3무(무교수, 무교재, 무학비)로 운영한다. 하지만 '에꼴42'가 총 42레벨로 구성된데 반해 '이아'는 21레벨로 이뤄져 있다.

초대 학장에 선출된 이민석 국민대 교수는 'SW 동네'에서 '유명 인사'다. 2011년 네이버가 만들어 화제를 모은 SW학교 'NHN넥스트' 설립에 깊숙히 간여했고, 2대 학장도 맡았다. 전공은 컴퓨터로 서울대에서 학사와 석사, 박사까지 마쳤다. 대학 졸업후 리눅스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팜팜테크)에서 2년여간 근무했고, 2015년부터 국민대 소프트웨어 학부 교수로 일하다 초대 학장에 선출됐다.

개원 준비에 바쁜 이 학장을 임시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서울 선릉역 인근 공유건물에서 만나 '이아'의 운영 방향 등을 들어봤다. '이아'는 오는 10월 모집 공고와 두달간의 테스트 후 250명을 선발, 내년 2월부터 본격적인 교육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민석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아 초대 학장이 선릉역 근처 임시 사무실에서 지디넷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아래는 이 학장과의 일문일답.

-구체적 개원 일정이 궁금하다. 또 지원 조건은 어떻게 되나

"10월초에 모집 공고를 내고, 11월말까지 한달여간 접수를 받는다. 이어 12월과 내년 1월 각 한달간 총 두 달에 걸쳐 테스트를 하고 최종적으로 250명을 선발한다. 지원 자격에 나이 제한은 없고, 학력 제한은 있다. 고졸 이상만 응시할 수 있다. 사용 공간인 개포동 건물은 현재 리모델링 중이다."

-교육 기간은

"2년이다. 총 21단계(레벨)로 이뤄져 있다. 졸업 개념이 없고, 학위도 주지 않는다. 21단계를 다 마치기전에 13~16 단계에서 대부분 취업하지 않을까 한다. 프랑스도 그렇다. "

-커리큘럼(교육내용)은

"두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하나는 프랑스 '에꼴42'에서 사용하는 학습관리 SW(MLS)를 우리도 그대로 쓴다. '에꼴42' 교육 프로그램이 매우 우수하다. 효율적이고 완성도가 높다. 프로젝트든, 과제든 학생이 스스로 혼자 공부하고 배워야 하는 시스템으로 설계됐다. 대학의 '피어 평가(동료 평가)'처럼 학생들끼리 평가를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에꼴42'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라이선스 비용도 낸다. 라이선스 개념이다 보니 서버 환경 등이 정해져 있고, 좀 빡빡한 면도 있다. 에꼴42 프로그램 외에 우리가 독자적으로 만든 교육 프로그램도 적용한다. 이렇게 투트랙으로 간다."

-독자적으로 만드는 교육 프로그램은 어떤 것인가

"아직 아이디어단계다. 완전히 오픈소스로 만들어 다 공개한다. 다른 대학과 기관에서 가져다 쓸 수 있다. 린(Lean)하게 만들어 빨리 공개하고, 점차 개선할 방침이다. 내년초까지는 공개할 생각이다."

-우리 교육은 자율이 취약한데, 자율을 강조하는 '에꼴42' 프로그램이 잘 정착할 수 있을까.

"그런 우려도 있다. 스스로 공부하는게 잘 될까? 하는 퀘스천을 일부에서 제기한다. 우리도 고민하는 부분이다. 지켜 볼 부분이다."

-'에꼴42'는 세계에 몇개나 있나. 일본도 연말에 개원한다던데

"파리가 본원이자 1호고, 파리 외에 리옹에도 있다. 브뤼셀, 루마니아 등 유럽에 10개가 있고, 미국에도 한개가 있다. 올해 러시아가 개원한다. 연말쯤에 동경에도 하나가 들어선다. 개원 프로세스는 일본이 우리보다 빨랐지만 실제 개원은 우리가 더 빠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내년이 되면 세계 20곳에 '에꼴42'가 운영될 전망이다."

-자율 시스템인데 멘토도 두나

"원래 에꼴42 프로그램은 멘토 없이 돌아가는 것으로 설계됐다. 대신 선배가 후배를 도와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기술적 질문에 답하기 위해 초기에 멘토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또, 우리가 완전히 새로 만드는 교육 프로그램에는 멘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상근 멘토 10명에 비상근 멘토 50명 정도를 둘 계획이다. 억대 연봉 멘토도 생각하고 있다."

-공부 시간은 어떻게 되나.

"일주일에 5일, 40시간을 한다. 출퇴근을 한다. 월 일정액도 받는다.

-어떤 사람들이 지원할 것으로 예상하나

"첫번째 타깃은 고교에서 SW에 관심이 많았는데 대학은 SW와 무관한 곳으로 간 사람들이다. 또 SW가 전공이 아니지만 SW를 빡세게 공부하고 싶은 대학생들, SW 특성화고 졸업생들, 미 취업 상태로 SW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한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민석 학장이 인터뷰 중 활짝 웃고 있다. 이 학장은 새벽 달리기로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교육생들에게 요구하는 건

"학생들이 희생해야 할 건 자기 시간이다. 우리 프로그램은 중간에 그만(드롭)두는 개념이 없다, 나가겠다고 하면 나가는거다. 단계별로 서티(인증서)를 주지 않는다. 스스로 공부해 역량을 올릴 수 있다는 확신을 얻어갈 수 있다. 각 영역을 마치면 꽤 어려운 일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될 것이다."

-질문을 많이 받을 것 같다. 여기에 들어오면 구글, MS, 삼성 같은 회사에 들어갈 수 있나

"많이 받는다.(웃음). 가능한 학생이 있을 것이다. 처음 1~2년은 아주 훌륭한 학생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정말로 잘하는 친구를 배출하고 싶고, 몇명은 누가봐도 멋지게 잘할 거다. 세계적 SW기업은 학벌로 가는게 아니다. 개인역량이다. 'SW동네'에서는 학벌을 따지지 않는다. 열심히 공부하면 역량이 좋아져 구글도 가고 MS도 가고 할 것이다."

- 2년 공부하면 명문대 컴퓨터 공학과 학생들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가능한 이야기다. SW동네에서는 너 어느 학교 나왔니? 하는 걸 안물어 본지 오래다. 인더스트리(업계)에서도 학교를 안 물어보는 걸로 알고 있다. 실제 별 영향이 없다. 물론 학습속도가 빠른 친구들이 있다. 이 친구들은 백그라운드에 수학과 물리가 있다. 물리를 잘 한 얘들이 SW개발도 잘한다. 짧은 시간에 빨리 성장한다. 기초가 잘 돼 있기 때문이다. 내 경험에 비춰보면, 학교 레벨이랑 SW 잘하는 거랑 상관 관계가 별로 없다. 서울대 얘들이나 다른대 얘들이나 개발 관점에서 보면 비슷하다. 그런데 서울대 얘들은 수학과 물리를 많이 했고 잘해서 유리한 면이 있다. 처음 공부해 학습하는 속도가 빠르다. 하지만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별 차이가 없다. SW는 특히 더 그런 것(학벌 차이가 없는) 같다. 학교는 스탠더드 평가일 뿐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최고 SW 교육 사업은 'SW 마에스트로'다. 'SW 마에스트로'와 차이점은 뭔가

" 마에스트로는 고교 재학생도 뽑는다. 우리는 고교 졸업생만 응시할 수 있다. 또 마에스트로는 팀으로 묶어, 팀에 멘토를 붙여주고, 팀단위로 활동과 평가를 한다. 프로젝트 목표와 성과 방식이 팀으로 이뤄진다. 우리 프로그램은 서로가 멘토가 된다. 경쟁보다 협업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팀끼리 경쟁을 하지 않는다. 전체가 협력을 해야 한다. 내가 한 결과를 피어(평가)를 하는데 랜덤(아무에게)으로 준다.

서로 남의 코드를 보고 보여주면서 같이 배운다. 교육 시스템 자체가 협업을 기반으로 설계돼 있다. 사용 공간 시설도 마찬가지다."

-원장 선임 이후 페이스북에 "모든 교육은 철학에서 시작해 돈으로 끝난다"고 썼다. '이아'의 철학은 무엇인가

"스스로 공부해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초반에 성공사례를 만들겠다고 했다. 성공의 기준이 무엇인가

"프로그램에 들어온 학생 중 비교적 짦은 기간에 많이 배워서 대기업에 들어가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 보다는 세상에 없는 스타트업을 만들거나, 스타트업에 들어가 스타트업이 성공하도록 돕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 스타트업 동네에 개발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스타트업에 들어가 스타트업의 밸류(가치)를 높여줬으면 좋겠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취업 중 어디가 더 성공 포인트냐고 물으면 당연히 후자다. 삼성은 역량이 있으면 언제나 갈 수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더 젊을때 가야 더 잘 한다."

-효율과 효과를 동시에 추구한다고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 SW 생태계가 심각하다. 짧은 기간 동안 우리가 많은 걸 해보고 회사들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발자들은 생태계 안에서 커가야 한다.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매출이 몇 천억 하는 중견기업들이 다 제조업인데, SW를 가지고 새로운 혁신을 할 여지가 많다. 이 작업을 누군가 해줘야 한다, 그래야 SW인더스트리가 좋아지고, SW라는 영역이 이런 거구나 하고 투자를 할 수 있다. 이런 매뉴얼을 만들어줘야한다. SW 회사는 이런거라는, 이 정도를 해야한다는, 인사시스템은 어떻게 바꿔야 한다는, SW가 도구가 아니라 너의 회사를 완전히 바꾸어주는 핵심 역량이 된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 생태계와 교육 시스템은 분리되야 하지만 연동도 해야 한다. 생태계가 주력이 되고 교육시스템이 사이드로 가야 교육시스템이 산다. 앞으로 교육 혁신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낱낱이 공개하겠다."

-우리나라 SW교육에 대한 생각은

"우리나라 교육에 문제가 있는데, 고3때까지 빡시게 공부했지만 재미는 없었다. 초중고때 훌륭한 선생님을 만난 기억도 없다. 선생님들이 학생이 할일을 잘 정리해 알려줬으면 좋겠다. SW 교육기관들이 많이 있다. 다들 열심히 한다. 그런데 메저(측정)가 안된다. 철학과 돈에서 돈 부분이 잘 안된다. 돈을 썼으면 메저가, 성과가 나와야 하는데, 메저가 안되니 민간이 투자하기 힘들다. 우리가 하고 싶은 건, 교육이라는 행위는 이런 거야, 이런 노력이 들어가고, 이런 얘들이 들어가서 역량이 이렇게 측정이 되고, 비포와 에프터가 이렇게 되고, 이런 예측 가능한 교육 시스템을 만드는게 중요하다. 우리는 이런 것들을 다 오픈소스로 만들고, 실험해 데이터로 만들거다. 이 정도 들어가면 이 정도를 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예측할 수 있게."

인터뷰 중인 이민석 학장. 이 학장은

-30년 이상을 SW와 함께 살아왔다. 또 이 동네에서 SW 고수로 평가받고 있다. SW는 무엇인가

"예전에는 SW가 그냥 툴(도구)이였다. 지금은 아니다. SW 그 자체가 밸류다. 또 그 자체다. '공기반 SW반'이다. SW가 없으면 살 수 없게 됐다는 의미다. 좋다고 생각하는 예술과 과학에 부채감을 갖듯이 SW에도 그래야 한다. SW가 세상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SW가 너무 훅하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훅하고 들어왔다. 예술, 인문, 과학이 가치를 만들어주는데, 이제는 SW가 그 가치를 만들어주고, SW가 그 가치의 자리로 올라갔다. 페북을 보라. 페북을 도구로 여기지 않는다. 그 자체다.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콘텐츠가 SW에 의해 구현되고, SW가 그 자체다. SW가 없으면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한게 없어지는 거다. 그래서 공기반 SW반이다. SW가 원하든 원치 안하든 존재가 된 거다. 필요할때 가져다 쓰는게 아닌."

-NHN이 만든 SW학교는 왜 실험으로 끝났나

"넥스트는 SW 교육면에서 아주 괜찮은 실험이였다. 실험으로 끝난 이유는 명백하다. 이사장이 잘 못 들어왔다. SW를 모르고, SW의 가치를 모르는 제약업계 사람이 이사장으로 왔다. 지난해 막말로 사회에 파문을 일으킨 사람이다. 원래의 '넥스트' 철학대로 뽑은 학생은 두차례, 2년에 불과하다. 넥스트가 실험에 그쳐 아쉽지만, 그래도 그때 졸업한 학생들이 지금 시중에서 엄청 잘하고 있다."

-넥스트에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첫째, 제대로 된 교수들이 제대로 가르치면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교수 역할이 중요하다걸 넥스트를 운영하면서 알게 됐다. 프로젝트 기반과 코드리뷰가 중요하다는 것도 실감했다. 개발자들이 성장하는 건 코드리뷰고, 개발자들이 현장에서 배운대로 교육을 해야한다는 걸 넥스트가 보여줬다. 티칭이라는 행위는 자칫 효율을 낮출 수 있다. 얘들이 혼자 공부하게 하고, 이를 코드를 잘 하는 사람이 봐주고, 모자라는 건 도와주고, 또 회사들이 해결할 문제를 가져다 하자, 이런 걸 배웠다."

-우리나라의 SW 경쟁력을 평가하면

"지금 SW는 우리 삶의 일부다. 현대는 자동차를 만드는 SW회사고 삼성은 전화기를 만드는 SW회사다.

회사가 무엇을 만들 건 다 SW회사인거다. 회사 성장에 가장 중요한 소재가 SW가 됐다. SW를 불화수소처럼 아주 중요한 소재 산업으로 여겨야 하는 시대가 됐따. SW가 개인 역량일 수 있고, 개인이 만든 모듈이나 프레임일 수 있는데, SW를 잘하면, 어떤 일이 발생하냐면, SW는 모듈이고 이 모듈이 회사의 경쟁력이니, SW를 잘하면 '올 킬'이다."

-국산OS를 갖고 있는 나라가 드물다. 티맥스 OS에 대한 생각은

"티맥스는 방법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티맥스 어프로치를 좋아하지 않는다. 커뮤니티를 하겠다고 하는데 아직 미약하다. 오픈소스로 가면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훨씬 더 파워풀하게 갈 수 있을 것이다. 티맥스에 얼마나 훌륭한 개발자들이 많나. 개발자들이 동의하는 SW가 중요하다. 티맥스가 좋은 회사이긴 하지만 지금하고 있는 어프로치는 동의하지 않는다."

-국내 SW기업에 조언을 한다면

"클라우드나 사스(SaaS)로 다 갈것 같다. 기업들이 SW를 서비스 관점에서 새로 설계해야 한다. 지금처럼 SW가 한통으로 돼 있으면 바꾸기 힘들다. 시장에 뒤쳐진다. 모듈로, 서비스로 방식을 바꿔야 한다.

혼자 다 만들지 말고, 다른 회사가 만든 서비스를 사다 붙이고, 서비스 단위도 줄이고, 정부도 큰 회사도 이렇게 다 바꿔야 한다. 세상이 새로운 가치를 원하고 있다. 작은 SW기업도 이렇게 가야한다. 제대로 된 CTO라면 이거 말고 다른 대안이 없다."

-취미나 특기가 궁금하다

"특기는 딱히 없다. 학부(82학번)때 아마추어 무선(HAM) 동아리 활동을 했다. 중고등학교때는 땜질하고, 회로 만드는 걸 좋아했다. 학교보다 세운상가를 더 많이 갔다. 라디오 만들고 무전기 만드는게 너무 좋았다. 고등학교(신일고)때 운이 좋아 대입 시험을 잘 봤다. 전국에서 100등 안에 들었다. 내가 대학 들어갈때만 해도 서울대에 컴퓨터과가 없었다. 공대로 들어갔다. 1학년을 마치고 자연스럽게 컴퓨터를 전공으로 선택했다. 회로 만드는 건 석사때까지도 했다. 현재 딱히 취미는 없다. 예전엔 새로 나오는 걸 써보는 걸 좋아했다. 어느날, 안써봐도 되겠고 알겠더라."

-건강관리는 어떻게

"아침에 '억지로' 달리기를 한다. 일주일에 서너번 정도. 30분 달리고 30분 걷는다. 2000년부터 했다. 당시 리눅스 스마트폰 만드는 회사 다닐때 인데, 출장을 많이 다녔는데, 회사 부사장이 "운동은 취미로 하는게 아니고 일로 해야 한다. 안죽으려면"이라고 했다. 그때부터 새벽에 달리고 있다. 처음엔 마라톤도 조금 했는데, 다리가 아파 마라톤은 그만 뒀다. 새벽 5시 50분에 알람을 맞춰 놓고 일어난다. 와이프가 "오늘은 가지 말지"하면 그 말이 너무 너무 고맙다.(웃음)"

-나를 바꾼 책을 꼽으면

"IT랑 상관없는데, '사자(死者)의 서(書)'라는 책이 있다. 티벳 고승이 쓴 책인데, 사람이 죽은후 49일간 어떤 일이 발생하는 지 적은 책이다. 시처럼 돼 있고, 이를 신학자 등이 해석한 책이다. 대학원생일때 읽었다. 그전에는 고전도, 인문학책도 거의 안 읽었다. 이 책을 본 후 사는게 바뀌었다. 사는게 별거 아니구나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에 스트레스 받는 일이 줄었고, 삶이 편해졌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 사람 중 하나다. 회사 다닐때 터널에서 죽을 뻔한 경험을 겪은 것도 내 삶에 영향을 미쳤다. 당시 터널을 지나는데, 일방 터널인데, 차가 휙하고 내 앞을 지나갔다, 간신히 나를 비켜서 지나갔고, 그날 진짜 죽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얼른 보험도 들었다.(웃음). 그날 이후 아웅다웅하며 살 필요가 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죽음인데, 편하게 살자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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