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암호화폐 거래소 입금정지 부당"...法, 가처분 신청 인용

법인계좌를 통한 입금 계속 진행할 수 있어

컴퓨팅입력 :2019/08/15 15:10    수정: 2019/08/15 15:11

법원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은행의 입금정지조치가 부당하다는 내용의 거래정지조치금지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제50부(주심 고석범 판사)는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소닉, 코인이즈, 벤타스비트가 최근 법원에 낸 거래정지조치금지가처분 신청을 13일 받아들였다. 이번 가처분 신청 인용에 따라 해당 거래소들은 법인계좌를 통한 입금을 계속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코인이즈는 이미 지난해 주거래은행인 NH농협은행을 상대로 입금정지조치금지가처분 신청을 한 바 있다. (☞링크)당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지만 NH농협은행이 이의신청을 했고, 이번 판결로 이의 신청이 기각되면서 원결정이 유지됐다.

비트소닉과 벤타스비트는 이번에 처음 주거래은행인 신한은행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진행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뉴스1)

지난해부터 시행된 금융위원회의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등 자금세탁의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면 금융 거래를 거절할 수 있다. 은행은 이에 근거해 암호화폐 거래소에 입금정지를 통보했다.

현재 실명확인입출금계정서비스를 이용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4곳뿐이다. 따라 나머지 거래소들은 일명 '벌집계좌'라 불리는 법인계좌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법원은 "단지 실명확인입출금 계정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유만으로 자금세탁의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암호화폐 거래소의 영업권을 박탈하는 결과만을 초래할 수 있다"며 "현재 금융위원회의 가이드라인의 법적 효력에도 논란이 있어 법제화를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암호화폐 거래소의 영업 자유나 관련 시장의 위축에 대한 신중한 검토 없이 금융위 가이드라인의 취지만을 강조하는 것 역시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가처분소송을 진행한 법무법인 비전의 김태림 변호사는 "법원이 거래소가 실명확인입출금계정서비스를 이용할 명확한 의사가 있음에도 이를 제공받을 기회조차 주지 않은 현실적 상황이 있음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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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암호화폐 거래소에게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실명확인입출금 계정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이를 제공받고도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해태하는 경우에 강력한 제재를 하는 방식으로 거래소를 관리하는 것이 암호화폐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돕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코인이즈는 은행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입금정지를 취할 권리가 없다는 걸 법원이 확인해달라는 의미의 본안 소송을 진행 중이며, 비트소닉과 벤타스비트도 본안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