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대기업이 수요기업으로 정부 연구개발(R&D) 과제에 참여할 때 중소기업 수준으로 출연금 지원을 받고 현금 부담은 줄어든다. 또 핵심기술을 조기 확보하기 위해 국내에 있는 기술을 도입하는데 총사업비의 30%, 국내에 없는 해외 기술은 50%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도전적인 R&D를 장려하기 위해 목표 달성에 실패해도 성실수행으로 인정되면 연구개발 참여제한에서 제외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소재·부품 분야 11개 주요 공공연구기관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소재·부품 분야 핵심기술을 조기 확보하고 대외 의존형 산업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산업기술 R&D 제도 개선내용을 발표했다. 산업부는 R&D 개선안을 8일 개정·고시해 추경예산으로 확보한 소재·부품 기술개발 사업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연구계가 기업과 한 몸처럼 협력·소통해 소재·부품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공급기업이 개발한 소재·부품이 수요기업과 긴밀히 연계될 수 있도록 신뢰성 확보와 실증·양산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산업기술 R&D제도 개선 내용 핵심은 ▲수요-공급기업 협력 기술개발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핵심기술 조기 확보를 위해 정책지정 등 신속한 사업추진 방식 도입 ▲경쟁형 R&D 또는 복수지원 R&D 형태 연구개발 방식으로 인한 연구방식 유연화 ▲도전적 연구개발 장려 및 행정 부담 완화 등이다.
개선안에 따라 총 사업비 10억원 R&D 과제의 경우 기존에는 정부가 3억3천만원(33%), 대기업이 현물포함 6억7천만원(이중 현금은 4억)을 부담해야 했으나 앞으로는 대기업이 수요기업으로 참여하면 정부가 6억7천만원(66%)까지 지원하고 대기업은 3억3천만원(이중 현금은 1억3천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수요기업은 개발제품과 기술에 대한 구매 또는 실시를 희망해 개발과정에서 R&D 결과물의 성능 평가와 검증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또 수요기업이 공급기업과 기술 로드맵을 공유하는 과제는 우선지원(가점부여)하고 공동 개발한 소재·부품을 수요 대기업이 구매하면 기술료 감면, 후속과제 우대가점을 부여하는 등 수요-공급기업 간 협력 모델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핵심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 앞선 기술을 도입하는데 필요한 비용도 총사업비의 50%까지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국내에 있는 기술을 도입할 때는 30%, 국내에 없는 해외 기술을 도입할 때는 50%까지 사용할 수 있다. 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치면 50% 이상도 사용할 수 있다.
하나의 과제를 복수 수행기관이 기술개발을 추진하는 중복과제 방식을 도입하고 기술·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과제 심사시 지나치게 엄격한 유사·중복 잣대 적용을 지양하도록 평가위원회에 평가 지침을 마련해 적용토록 했다. 신속하고 유연한 R&D 추진을 위해 주관기관을 먼저 선정하고 참여기업을 추후 선정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출연금의 10% 범위 내에서 예비비 성격의 사업비 편성을 허용하기로 했다.
기술·환경 변화에 따른 목표조정이 필요할 때도 기존에는 허용 여부를 평가위원회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했으나 앞으로는 수행기관 요청에 따라 결정할 수 있게 했다.
행정부담을 완화해 기술개발 연구자 부담도 경감한다. 도전적인 R&D를 활성화하기 위해 앞으로는 목표 달성에 실패해도 ‘성실수행’으로 인정되면 연구개발 참여제한에서 제외한다. 기존에는 성실수행이라도 2회 이상 누적되면 3년간 정부 R&D 지원에서 제외했다. 매년 관행적으로 실시하는 연차평가 성격의 ‘연구발표회’도 원칙적으로 폐지한다.
정부는 산업기술 R&D 제도개선 사항을 포함해 핵심 소재의 자립 역량 확보를 위한 R&D 투자전략과 R&D 프로세스 혁신 등을 담아 이달 말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성윤모 장관은 간담회를 마치고 ‘화학소재솔루션센터’를 방문해 연구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중소·중견 소재기업의 신소재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최일선 플랫폼으로서 조기에 국내 소재·부품 자립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기업 지원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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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간담회에서 화학연구원과 기계연구원은 소재·부품 R&D 주요성과와 향후 연구계획을 발표했다. 화학연구원은 정부 프로젝트로 폴리이미드를 개발, 상업생산에 성공해 1천400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한 사례를 발표했다. 앞으로 이차전지 소재, 수소차 전해질 소재 등 미래 신산업 핵심소재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기계연구원은 반도체 유해물질 플라즈마 전처리 기술이전 수혜기업이 400억원 매출을 기록한 사례를 발표했다. 앞으로는 특정 국가 독과점 수준이 높은 컴퓨터수치제어(CNC), 로봇용 감속기, 초저온냉동기 등 핵심부품 기술자립화에 집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