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韓 '배터리 소재'도 덮친다

對日 의존도 높은 '파우치필름·분리막' 수입에 제동

디지털경제입력 :2019/08/02 13:41    수정: 2019/08/02 15:31

일본이 2일 한국을 수출 심사 우대국 명단인 '백색국가(신뢰 가능 국가)'에서 배제키로 결정하면서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전기차 배터리 소재도 규제 영향권에 들어갔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이차전지 생산에 타격이 불가피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한국을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시행 시점은 연서, 공포 절차가 모두 끝난 이달 하순께로 점쳐진다.

백색국가에서 한국이 제외됨에 따라 이미 일본이 규제 중인 일부 반도체 소재에 더해 배터리 소재 역시 개별 허가대상으로 바뀔 전망이다.

아베 일본 총리.

■ 日, 반도체 이어 배터리 소재 수출도 규제

문제는 앞서 규제 대상으로 지목된 반도체 소재 만큼 배터리 소재 역시 대일(對日) 의존도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가 개별 허가대상으로 전환되면 국내 업계는 어마어마한 수량의 제품을 수입할 때마다 계약별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일본 측이 수출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거나,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은 또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제품은 배터리 소재들을 감싸는 은박호일 형태의 포장재인 '배터리 파우치필름'이다. 현재 이차전지에 공급되는 알루미늄 파우치 시장은 일본 DNP·쇼와덴코 양사가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다.

소형배터리에만 이를 사용하는 삼성SDI를 제외하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이들 업체로부터 파우치필름 전량을 수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율촌화학이 최근 생산기술을 확보했지만, 일본산 필름의 품질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일부 중소기업이 생산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그러나 양산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고, 또 중국 등 타국산은 일본 제품과 비교해 품질이 저하된다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국내 배터리 3사. (사진=각 사)

수입의존도 높은 핵심 소재도 겨냥…업계 고심

4대 배터리 핵심 소재(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가운데 대일 의존도가 가장 높은 분리막도 규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분리막은 배터리에서 전기를 만드는 양극재와 음극재를 분리해 이온만 통과시키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양극재와 음극재의 일본 수입 비중이 15%가 채 안되는 수준인 데 반해, 분리막은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비중이 80%에 이른다.

한국화학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일본 아사히카세이(17%), 도레이(15%), 스미토모(6%) 등 상위 5개 업체가 글로벌 시장 점유율 50%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의 점유율은 10%가 채 안된다. 자체 생산·공급 능력이 없는 LG화학은 한 달 전부터 일본제 분리막을 줄이고 국산과 중국산 물량을 늘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분야로 확대됨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계도 대응책 짜기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달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수출 규제가) 배터리 소재까지 확장될 가능성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며 "일본 수출 규제가 배터리 분야까지 이어지면 지역 다각화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내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SK이노베이션 역시 지난 달 26일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배터리 소재로의 규제 확대 가능성을 염두하고 면밀히 상황을 보고 있다"면서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삼성SDI이 요청하면 자사 배터리 분리막을 공급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공급능력이 있는 SK이노베이션을 제외한 LG화학과 삼성SDI는 각각 일본 도레이와 아사히카세이로부터 분리막을 공급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