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낯선 폐로(閉爐)속 세계의 비밀을 풀어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은 방사화학연구실 임상호·이정묵 박사팀이 우라늄과 지르코늄의 합성 산화물을 이용한 폐(閉) 원자로 속 금속 용융물의 특정 구조 규명에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팀의 성과는 원자력 연구 분야 최상위 논문인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에너지 리서치' 6월 25일자 43권 8호(Volume 28, Issue 8)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연세대학교(멀티스케일 전산연구실 한병찬 교수팀)와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는 국내 방사화학분야의 권위를 자랑하는 연구 기관과 대학교 간의 협력으로도 관심을 받았다.
원자력연구원은 "현재 폐로 상태인 일본 후쿠시마 사고 원전의 후속 조치와 맞물려, 가동 후 원전의 안전한 해체가 원자력 산업 시장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며 "임 박사팀의 연구 성과는 폐 원자로의 유해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원전 가동으로 발생하는 고온의 열에 의해 원자로를 구성하는 핵연료와 피복관, 금속 구조재 간에는 용융현상이 발생한다. 이 같은 용융현상에 따라 수명이 다한 원자로 내벽에는 다수의 금속 용융물이 남게 된다. 따라서 원자로의 해체에 앞서 이들 금속 용융물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곧 안전한 해체 공정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논문에 게재된 연구 성과의 핵심은 용융물에 대한 '새로운 분석 방법론에 따른 구조 규명'이다. 임 박사팀은 원자로 내 금속 용융물과 동일한 물성을 지닌 우라늄-지르코늄 산화물을 대상으로 라만분광법을 적용해 산화물의 특정 구조를 처음으로 확인했다.
라만분광법은 빛이 사물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빛의 일부가 정상적인 진행 방향에서 이탈해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는 이른바 '라만 산란 현상'의 원리를 이용, 분광기의 레이저를 물질을 이루는 분자에 조사해 산란된 빛의 진동 스펙트럼을 측정함으로써 분자의 세부적인 구조를 연구하는 기법이다.
이 같은 발견은 특정 구조가 지르코늄 원자 1개 당 8개의 산소 원자가 콤플렉스 형태로 결합된 것임을 규명한 연세대학교 측의 후속 연구 성과로도 이어졌다고 원자력연구원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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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융물에 대한 새로운 분석 방법론의 성과는 중대사고 발생 원전의 원자로 속 환경에 대한 귀중한 정보제공의 단초가 될 전망이다.
임상호 박사는 "아직까지 중대사고 원자로에 생성되는 용융물에 대한 기초 정보가 부족하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후속 조치를 논의 중인 후쿠시마 원전을 비롯한 중대사고 원자로 용융물 케이스에 대한 정보 획득의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