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을 수출절차 간소화 대상 국가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다음달 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26일 "일본 정부가 다음달 2일 열리는 각의에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빼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상정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현재 휴가중이어서 그의 복귀 시점에 맞춰 각의를 열고 개정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조율중이란 것이다.
일본 정부는 '외환 및 외국물자법' 하위 시행령인 '수출무역관리령'을 통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 레지스트, 에칭 가스(고순도 불화 수소) 등 첨단 소재 수출을 관리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일 이 시행령에서 수출 심사를 최대 3년간 면제하는 신뢰 가능한 국가인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했다.
경제산업성은 지난 1일부터 24일까지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 모집을 진행했다. 의견수렴에서 찬성 의견이 전체의 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산업성은 의견 접수 결과를 다음달 1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견 접수 결과는 각의 결정에 참고된다.
한국이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소재 및 부품 등 1천여개 대상 품목을 수입하려는 한국 기업은 일본 정부의 개벌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 정부는 군사 목적 전용 우려를 이유로 일부 품목의 수출을 제한할 수도 있다.
개정안은 각의에서 의결된 뒤 일왕이 공포하는 등 절차를 거쳐 공포 시점으로부터 21일 이후부터 시행된다. 이르면 8월 넷째 주부터 한국이 백색국가에서 제외될 수 있다.
■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일본 고노 외무상과 20분간 통화
이같은 일본의 움직임 속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 측에 다각도로 의견을 전하는 한편, 국제사회 여론전을 이어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6일 오전 고노 타로 일본 외무대신과 통화하고 일본 정부의 수출제한 조치 및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상호 관심 사안 등에 대해 20분간 의견을 교환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강경화 장관은 일본 정부의 우리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의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시행 추진 등 상황을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하지 말 것을 일본 측에 요구했다.
고노 외무상은 일측 조치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은 25일 북측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지금이 대화프로세스의 본격적인 재가동에 있어 중요한 시기인 만큼, 동 발사에 대한 대응을 포함,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 관련 한미일간 긴밀한 공조가 긴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들은 한일 관계가 어려울수록 각급의 외교채널을 통한 대화와 소통을 지속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조속히 다자회의 등 각종 계기를 활용해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해 나가기로 했다.
한일 외교 장관이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강화 후 직접 의견을 교환한 것은 처음이다.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미국 정관재계 인사에 협력 요청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일본 정부에 수출 규제 철회를 요구하는 공식 의견서를 발송한데 이어, 미국을 방문중인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을 통해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알리며 국제사회 여론전을 이어갔다.
산업부에 따르면, 유명희 본부장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철회를 위한 미국의 행동을 요청했다.
유 본부장은 로스 장관에게 "일본 측 조치가 조속히 철회돌 수 있도록 미국 입장에서 필요한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로스 장관은 일본의 조치가 미국 산업과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고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본부장은 이밖에 ▲엘리언 엥겔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 마이클 맥컬 하원 외교위 간사 등 의회인사를 만났으며 ▲한국과 일본 정부에 서한을 보낸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전미제조업협회(NAM) 등 미국 업계 ▲헤리티지재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 싱크탱크 ▲아시아 소사이어티 주관 전문가간담회를 계기로 인연을 맺은 통상전문가, 외교정책전문가 등 20여명의 경제통상관련 단체와 전문가를 광범위하게 접촉했다.
유 본부장은 일본의 조치가 기술적 우위와 무역의존도를 정치적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로 활용함으로써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신뢰와 국제무역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선례임을 강조하고, 이 조치는 한일 양국뿐 아니라 미국 수요?공급기업 등 관련 산업과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주지시켰다. 그는 일본정부의 조치 발표 이후 반도체 D램 가격이 20% 이상 인상되는 등 이미 영향이 나타나고 있음을 설명했다.
또한, 일본 측의 조치가 한미일 공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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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미국 의회?업계 인사 및 전문가들은 경제와 안보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우려하며 한국정부의 입장에 대해 이해와 공감을 표시했다. 이들은 문제해결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유명희 본부장은 일본 수출규제조치 관련 향후 대응에 대해 “국내적으로는 우리 기업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대외적으로는 조속히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일측과 대화노력을 이어나가고, RCEP 장관회의를 포함한 다자?양자협의를 계기로 일측 조치의 부당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