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뉴스 신뢰성' 문제 해결할까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NYT의 흥미로운 시도

데스크 칼럼입력 :2019/07/25 17:05    수정: 2019/07/25 17:2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화두는 ‘가짜뉴스(fake news)’였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유력 언론사 기사를 가장한 ‘짝퉁 뉴스’가 활개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젠 영상까지 진위 여부를 걱정하는 시대가 됐다. 지난 해부터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한 ‘딥페이크(deep fake)’ 때문이다. 벌써부터 2020년 미국 대선의 최대 걱정거리는 ‘딥페이크’가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짝퉁 논란’은 종이신문 시대엔 생각조차 하기 힘들었다. 언론사가 생산한 제품이 원형 그대로 독자 손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빵집에서 빵을 직접 사가는 것과 흡사한 방식이었다.

(사진=뉴스기원 프로젝트)

하지만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이런 문법이 깨졌다. 생산 못지 않게 유통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신문이나 방송뉴스란 ‘묶음 상품’ 판매 방식도 무너졌다. 개별 뉴스가 유통망을 흘러 다니는 시대가 됐다.

그러다보니 진품을 가장한 짝퉁이 중간에 끼어드는 게 한층 수월해졌다. 독자 신뢰도가 높은 언론사일수록 ‘조작된 짝퉁 뉴스’의 공략 대상이 될 확률이 많다. 더 잘 먹히기 때문이다.

조작된 뉴스는 독자 뿐 아니라 언론사에게도 치명적이다. 힘들게 쌓아온 평판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월마트 식품유통망에 블록체인 접목한 것과 같은 시도

당연한 얘기지만, 뉴욕타임스도 이 부분은 고민거리다. 뉴스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 못지 않게, 유통 도중에 뉴스가 변질되는 것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뉴욕타임스가 택한 건 블록체인이다. ‘뉴스의 기원 프로젝트(The News Provenance Project)’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건 명확하다. 뉴스 유통 도중에 변화된 부분들을 독자들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단 것이다.

올 연말부터 본격 가동될 이번 프로젝트는 우선 ‘포토 저널리즘’에 먼저 적용된다. 사진이 가장 쉽게 조작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어떻게 촬영된 작품이며, 중간에 어떤 효과를 넣었는지 등등 세세히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가 제대로 가동되면 어떤 일이 가능할까?

예를 들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 뉴욕타임스 보도 사진을 접했다고 가정해보자. 독자들은 즉시 사진에 첨부된 각종 메타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유통되는 과정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볼 수 있단 의미다.

월마트가 식품 유통망에 블록체인을 활용해 온 건 유명한 사례다. 원산지부터 유통 과정까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런 식품 이력정보는 소비자들이 좀 더 믿고 구입하는 데 중요한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사진=뉴스기원 프로젝트)

뉴욕타임스는 뉴스에 같은 시도를 하겠단 선언인 셈이다. 자신들이 생산한 제품(특히 사진)이 유통 과정에 변질되지 않았다는 걸 보증해주겠다는 의미다. 이번 시도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굉장히 흥미롭다.

첫째. 분산원장과 작업증명이란 블록체인의 장점을 뉴스 유통에 잘 접목한다는 점이다.

둘째. 뉴스마저 유통 과정에 변질될 우려가 있는 시대가 됐단 점이다.

■ 니먼랩 "뉴스 자체의 신뢰성 보증해주는 건 아니지 않느냐"

이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초에는 공개될 뉴욕타임스의 ‘뉴스 기원 프로젝트’가 어떤 모습을 띠게 될 지 궁금해진다.

그런데 니먼랩은 뉴욕타임스의 이 시도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한다.

“블록체인이 뉴욕타임스의 보도 자체가 신뢰할만하다는 걸 보증해주는 건 아니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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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까칠한 문제 제기다. 이를테면 기사에 인용된 인물이 믿을만한지, 기사 속에 있는 익명취재원이 진짜 존재하는 인물인지 보증해주는 건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이다. 결국 블록체인이 보증해주는 건 ‘뉴욕타임스가 생산한 기사 맞아’ 정도 아니냐는 질문이다.

뉴욕타임스의 시도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니먼랩의 문제 제기에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의도된 가짜뉴스’ 못지 않게 ‘(전통 언론을 통해) 매개된 가짜뉴스’ 문제도 심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