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노린 日 수출규제…삼성·SK 해법찾기 분주

선제대응→공급망 확보 주력…장기적으론 소재 국산화 강화 기대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9/07/16 17:23    수정: 2019/07/17 11:35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규제 조치라는 돌발변수를 만나 해법 찾기에 분주하다. 일본 정부가 앞서 수출규제 품목으로 발표한 EUV 포토레지스트와 고순도 불화수소는 일본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탓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선제대응으로 ▲해외 공장을 통한 우회 수입 ▲대체 수입처 발굴 등의 공급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양사는 중장기적 대응책으로 국내 기업들과 대일 의존도가 높은 소재를 국산화하기 위한 연구·개발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화성 EUV 생산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국산 식각(에칭) 가스를 사용하려면 공정 변경과 테스트에 최소 수개월 이상이 필요하다”며 “초기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수율 하락도 불가피하기 때문에 국내 반도체 업계는 우선적으로 우회 루트를 통해 해외의 고순도 식각 가스 수입처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으로 정한 EUV(Extreme Ultra Violet·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과 고순도 불화수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초격차 기술로 앞세운 초미세공정에 핵심이 되는 필수소재다.

EUV 포토레지스트는 193nm(nanometer·10억분의 1미터) 미만 파장의 빛에 최적화돼 10nm 미만 초미세공정 중 반도체의 원재료인 웨이퍼 위에 회로를 새기는 EUV 노광공정에, 고순도 불화수소는 회로가 새겨진 웨이퍼에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에칭(식각)공정에 사용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간 고순도 불화수소를 일본의 스텔라 케미파(Stella Chemifa), 다이킨 인더스트리즈(Daikin Industries), 모리타화학공업(Morita Chemical Industries)으로부터 주로 공급받아왔다.

EUV 포토레지스트는 일본의 JSR, 동경응화공업(Tokyo Ohka Kogyo), 신에츠화학(Shin-Etsu Chemical) 등이 핵심 공급업체다.

EUV는 삼성전자가 오는 2030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및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 목표를 내건 반도체비전 2030 계획의 필수조건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14nm 크기의 FinFet(핀펫·물고기 지느러미와 비슷한 입체구조) 공정을 무기로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에 도전장을 내민 데 이어 지난 4월 EUV 공정 기반의 7nm 제품을 출하 계획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1위 추격을 알린 바 있다.

SK하이닉스도 그간 EUV 공정을 활용한 10nm 미만 D램 양산을 준비해왔다. 지난해 말 EUV 전용 공장인 M16 착공계획을 밝혔으며, 이 공장은 2020년 10월 완공될 예정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의 이번 수출규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준비 중인 초격차 전략에 재를 뿌리는 조치로 내부에서는 장기적인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라며 “EUV 핵심소재는 당장 일본 기업 외 마땅한 공급처가 없어 기존 불화아르곤(ArF) 장비를 활용한 멀티패터닝 공정을 더욱 고도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세계 최고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는 이번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2일 일본 출장에서 귀국한 후 곧바로 긴급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주문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단기적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장기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소재 국산화를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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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EUV 포토레지스트와 관련해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하반기 7nm, D램은 내년 하반기부터 EUV 공정이 도입될 예정으로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한다”며 “초고순도 불화수소도 일부 품목은 국산화가 진행 중이고, 일본 업체인 Stella Chemifa와 Mofita도 중국과 한국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중장기 소재 조달 차질 가능성은 자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본 정부가 추가 수출규제를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일본이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 시 추가로 수입이 까다로워지는 상황으로 이 경우 국내 반도체 업체는 지정학적 리스크 분산을 위해 일본에서 인위적으로 조달했던 품목부터 일본 조달 비중을 축소하고, 한국 비중을 늘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