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는 2014년 파격적인 결정을 했다. 130년 야구 역사상 처음 비디오 판독을 도입한 것이다. ‘챌린지’라 불린 이 제도는 좀 더 공정한 야구 경기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지난달 끝난 20세이하 월드컵에서도 VAR이라 불린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큰 위력을 발휘했다.
비디오 판독은 몇 년전까지만 해도 말을 꺼내기조차 힘든 제도였다. 인간 능력을 극대화하는 스포츠에 기계가 개입하는 걸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란 말 속에 이런 분위기가 그대로 녹아 들어 있다.
미국 프로야구가 비디오 판독을 받아들이기까진 적지 않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오심으로 선의의 피해를 보는 사례가 속출할 때도 ‘기계의 개입’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우세한 때문이었다.
그런 분위기를 바꾼 건 결정적인 한 사건이었다. 오심 때문에 평생 한 번 하기 힘든 퍼펙트게임을 놓친 사건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10년 6월 3일 디트로이트 선발투수였던 아만도 갈라라가 선수는 클리블랜드와 경기에서 9회 투아웃까지 단 한 명의 주자도 출루시키지 않았다.
마지막 타자 역시 1루수 땅볼을 치면서 130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20번밖에 나오지 않았던 퍼펙트게임이 완성되는 듯했다. 하지만 명백한 아웃 상황을 심판이 ‘세이프’로 판정하면서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
그 경기 이후 ‘비디오 판독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게 됐다. 결국 기계로 인간의 능력을 보완하는 ‘쉽지 않은’ 결정이 내려지게 됐다.
이런 변화를 주도했던 미국 야구계가 최근엔 더 흥미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로봇 심판이 바로 그것이다. 독립리그인 애틀랜틱리그 올스타전에 로봇 심판이 도입된 것이다. 그런데 로봇 심판 운영 방식이 흥미롭다.
포수 뒤에 심판이 서 있는 건 똑 같다. 그런데 심판의 역할은 다르다. 뒷 주머니에 아이폰, 귀에는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을 끼고 있다. 심판은 트랙맨 시스템으로 판정한 결과를 에어팟으로 전달받은 뒤 그대로 적용하는 역할만 한다. 그 동안 야구계가 갖고 있던 상식과는 완전 상반되는 방식이다.
아직은 독립리그, 그것도 올스타 경기에서만 시범 도입했다. 하지만 적용 결과에 따라선 점차 다른 경기로 확대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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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야구계의 이런 실험은 ‘인공지능(AI)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의 모범 사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AI가 인간을 배척하거나,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존재란 발상의 전환 덕분에 가능했기 때문이다.
먼 나라 스포츠계에서 들려온 자그마한 소식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AI에 대한 선진적인 접근이란 측면에서 미국 야구계의 실험은 큰 의미를 갖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