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본격화된 일본 정부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로 한일 양국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며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일본과 유럽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는 카메라는 자동차 등 다른 소비재와 달리 한국산 대체품이 없다. 이들 카메라를 수입·판매하는 국내 법인들은 침묵 속에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 소비자 단체 "카메라·자동차 등 日 제품 불매"
한국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는 9일 국내 80여 개 단위 협동조합이 연합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1일 일본의 첨단 소재 수출 규제를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로 규정하고 일본 여행 자제와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들이 불매 대상으로 꼽은 제품이나 브랜드는 토요타, 혼다, 유니클로, ABC마트 등이다. 특히 카메라 부문에서는 캐논, 니콘, 소니, 올림푸스, 후지필름 등 국내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모든 브랜드가 이름을 올렸다.
■ 국내 카메라 제조사 전무, 렌즈 제조사만 남아
현재 국내 카메라 시장은 완전히 일본과 유럽 제조사 중심으로 재편됐다. 이 중 니콘과 캐논, 소니 등 일본산 제품의 비중이 70%를 넘는다.
과거 콤팩트 카메라·미러리스 카메라를 생산하던 삼성전자는 2015년 3월 미러리스 카메라 'NX500' 출시 이후 2017년 초 카메라 사업 철수를 공식화 했다. 이후 카메라 개발 인력 중 일부는 스마트폰 부문으로, 렌즈 관련 인력은 삼양옵틱스 등 국내외 렌즈 제조사로 이동했다.
카메라 렌즈 생산 업체는 삼양옵틱스가 유일하다. 삼양옵틱스는 창원에 공장을 두고 캐논, 니콘, 소니 카메라용 렌즈를 국내 생산중이다.
카메라용 대형 이미지 센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과거 삼성전자가 APS-C 규격 CMOS 센서를 생산해 NX 시리즈 미러리스 카메라에 탑재한 적이 있지만 현재는 스마트폰용 카메라 센서인 '아이소셀'(ISOCELL)만 생산중이다.
캐논과 소니는 카메라용 대형 센서를 직접 생산해 카메라에 탑재한다. 니콘은 소니를 통해 센서를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성수기 악재에도 대처할 방법 없다"
주요 카메라 회사 국내 법인 관계자들은 성수기로 꼽히는 7-8월에 발생한 악재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회사 관계자는 "기업 방침 상 정치와 종교에서 철저히 중립을 지켜왔고 사회공헌 활동도 꾸준히 진행해 왔지만 사안이 특수한 만큼 대처할 방도가 없다"고 설명했다. 제품 결함이나 서비스 불만 등이 아닌 양국간 정치적 갈등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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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각 회사들은 소비자 단체 등이 벌이고 있는 불매운동을 포함해 국내 시장 동향을 주의깊게 살피고 있다. 양국간 문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등 원만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올 하반기 예정했던 소비자 대상 행사도 축소나 연기, 보류 등을 다각도로 고려중이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2010년도 이후 양국 관계가 좋았던 기간이 사실 많지 않다. 한국 내 여론을 일본 본사에 충실히 전달하는 한편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펼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