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브가 지난 21일 신작 모바일게임 도타 언더로드의 베타테스트를 시작하며 도타2의 유즈맵 모드인 도타 오토체스가 인기를 얻은 후 일어난 오토체스 장르 열기에 합류했다.
도타2 저작권자인 밸브는 도타 오토체스를 개발한 중국 개발사 드로도 스튜디오와 협의를 통해 각자의 게임을 별개로 만들기로 합의를 봤다. 때문에 도타 언더로드는 도타 오토체스와 흡사하면서도 세부적으로는 다른 밸런스를 갖춘 게임으로 완성됐다.
도타 언더로드에는 도타 오토체스에 등장했던 캐릭터가 그대로 등장한다. 도타 오토체스를 즐겼던 이들이 이렇다 할 이질감 없이 게임에 접근할 수 있는 이유다.
도타 언더로드는 도타 오토체스의 기본 진행방식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인 게임이다. 체스판처럼 생긴 맵에 유닛을 배치하거나 구매해 보관하고 매 라운드마다 몰려드는 적을 막아내는 식이다.
이용자는 같은 유닛을 중첩해 배치해서 등급을 올리거나 아이템을 부여해 성능을 강화할 수 있다. 무작위로 주어지는 유닛 중 어느 유닛을 선택해 어느 자리에 배치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전략적인 재미와 캐릭터를 육성하는 재미를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는 특징도 동일하다.
차이가 있다면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의 폭이 도타 오토체스보다 넓다는 점이다. 도타 언더로드에서는 매 라운드마다 몰려드는 적을 처치하면 세 가지 아이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처치에 실패하더라도 하나의 아이템은 획득할 수 있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상위 라운드 진출 여부가 결정되기도 한다.
유닛 사이에 아이템을 마음대로 옮겨서 장착할 수 있다는 점도 도타 오토체스와 다른 점이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보다 효율적인 조합을 이용자가 계속해서 찾아낼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이용자는 게임 진행 중에도 계속해서 전황에 집중하게 된다.
시인성도 강조됐다. 스킬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명확하게 표시되고 대미지 미터기와 힐 미터기를 통한 상태 파악도 구체적으로 할 수 있다. 오토체스 장르에 어느 정도 적응된 이용자나 도타 오토체스를 즐겼던 이는 도타 언더로드를 즐기며 쾌적함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장르를 처음 경험하는 이에게는 무척 불친절한 게임이다. 튜토리얼을 통해 기본적인 게임 진행 방식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지만 도타 언더로드의 튜토리얼은 게임의 전체적인 시스템을 설명하지 않는다.
베타테스트임을 감안해도 게임 내 밸런스가 지나치게 한 쪽으로 치우쳐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근접 유닛보다는 마법사 유닛의 성능이 뛰어나 자연스럽게 마법사 유닛 위주의 조합을 하게 된다. 다수의 경쟁자가 각기 다른 전략과 조합을 통해 상대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목표인 게임이지만 정작 게임 밸런스는 특정 조합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맞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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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타 언더로드는 독창적인 게임은 아니다. 도타 오토체스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게임인데 도타 오토체스 역시 삼국지 디펜스를 참고해 개발된 게임이니 아류작의 아류작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밸브 특유의 재기발랄함을 기대한 이들이라면 도타 언더로드에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완성도 측면에서는 오토체스 장르 게임 중 가장 우위에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다듬어진 게임성과 인터페이스는 도타 언더로드가 특정 게임의 하위 모드가 아닌 독립적 게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밸브가 지금은 후발주자로 오토체스 장르 열기에 편승했으나 나중에는 장르 시장 자체를 선도할 가능성도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