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끝을 더 날카롭게 하겠습니다."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인공지능연구원(AIRI)은 연구원이라는 명칭과 달리 주식회사다. 기존엔 주로 인공지능(AI) 관련 기초기술을 연구, 기업에 이전했다. 앞으로 '색깔'이 바뀐다. 주식회사답게 철저히 기업 마인드로 무장한다. 이에 맞춰 연구 방향도 전환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 돈을 버는 것에 집중한다.
지난 17일 인공지능연구원 2대 원장에 취임한 김영환 원장은 "우리는 3년차 벤처"라며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판교 사무실에서 24일 만난 그는 "우리는 더 이상 연구소가 아니다.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성공하는 회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민간회사가 생존하려면 이것 저것 해서는 안된다면서 "빠른 시간안에 돈을 벌거나 가능성을 보여주겠다"면서 "앞으로 무엇을 할 지 직원들과 논의중인데 여름안에 청사진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산학경험이 풍부한 김 원장은 "KAIST에 있으면서 학생들에게 창업을 강조했는데 벤처CEO가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임기중 회사 가치를 현재의 200억에서 최소 500억 원 이상으로 키워놓겠다는 그는 "AI는 이제 시작이며, 대중화가 열리고 있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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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연구원(AIRI, 에이리)에 대해 말 해달라. 무슨 목적으로 설립됐고 무엇을 하는 곳인가
"2016년 3월에 알파고 사건이 일어났다. 인공지능이 굉장히 중요한 기술이라는 인식이 퍼졌고, 우리도 대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에트리(ETRI,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같은 국책연구소보다 유연성과 속도감이 있는 민간 조직이 더 낫겠다는 판단에 따라 주식회사 형태의 에이리(AIRI)가 만들어졌다. 민간 기업 7곳이 30억씩 출연해 세워졌다. 정부가 연간 1000억 원씩 특별 지원을 해주기로 했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이뤄지지 않았다."
-'주식회사 에이리'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나
"민간회사는 생존이 우선이다. 이것 저것 하면 안된다. 목표를 더 날카롭게해야 한다. 빠른 시간, 2~3년안에 돈을 벌거나 가능성을 보여 새로운 투자를 받겠다. 이게 답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할지는 직원들과 논의중이다. 여름 가기 전에 마무리하겠다."
-어느 신문에 AI 대중화가 열린다고 기고했는데
"AI는 전산학, 소프트웨어, 정보통신, 학계, 연구소, 업계 사람만 고민할 문제가 아니다. 할아버지와 어린이, 아줌마, 농부, 시장 사람도 AI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90년대 중반 KT가 코넷이라는 인터넷서비스를 하면서 인터넷 세상이 열렸다. 20년전이다. 지금은 인터넷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AI는 인터넷보다 더 빠른 속도로 대중화 될 것이다. AI는 이제 시작이고, 지금은 빙산의 일각이다."
-AI가 이제 시작이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AI 강국이 될 수 있을까
"정부와 민간 기업, 일반인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이게 서로 시너지가 나야 한다. 걱정스러운 건 정부다. 민간과 기업은 가만히 놔둬도 알아서 잘 한다. 정부는 신기술이 돈이 되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 충돌이 났을때 공정한 심판 역할을 하고 공정한 룰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선수가 미국 여자프로골프를 휩쓰는 것은 97년 박세리가 US오픈에서 우승하는 걸 봤기 때문이다. 정부가 돈을 쓰고 무얼 지원해서 그런게 아니다. 박세리를 만들고 싶어하는 많은 부모들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알파고와 이세돌간 바둑 대결이 우리나라에서 열린건 정말 축복이였다. 우리는 시장도 있고 고객 기반이 있다. 우리가 잘하는 걸 찾으면 충분히 AI 강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AI 대중화가 인터넷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열리면서 기술 뿐 아니라 교육 등 사회 전반이 바뀐다. 제조업과 한류 등 우리가 가진 강점이 많다. 여기에 고령화 같은 사회 문제를 엮으면 된다. 그러자면 어느 한 부처만으로는 안된다. 범부처 차원의 국가 변화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우리가 잘하는, 우리만의 장점이 있는 걸 해야 한다. 구글과 아마존을 따라가면 안된다."
-임기가 3년이다. 임기중 "이것만은 해놓겠다"는 것이 있나
"3년안에 회사 가치를 최소 500억이나 1000억으로 만들어 놓고 싶다. 매출은 이야기 하기 뭐하다. 우리는 3년차 벤처다. 벤처가 빠른 시기에 매출을 올리기 쉽지 않다. AI기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겠다. 우리는 더 이상 연구소가 아니다.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성공하는 회사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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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에 맞게 연구원의 이름을 바꿀 생각이 있나
"아직은 없다. 고민해 볼 문제이기는 한 것 같다. 연구원이라는 회사 이름 때문에 직원들이 정체성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연구원이 해오던 주요 행사인 '데모 데이'는 계속 하나
"데모데이를 위한 데모데이는 안한다. 칼끝을 더 날카롭게, 목표를 분명히 할 것이다.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할지 나올 것이다. 이에 맞춰 데모데이도 조정한다. 우리가 가는 길은 구글 같은 길이 아니다. 우리는 스타트업이다. 정부 간섭을 받는 것도 아니고, 뭐든 할 수 있다. 레거시가 있는 것도 아니니, 우리 마음대로 문화를 만들면 된다."
-새로운 길을 가자면 리더십이 필요한데
"직원들을 끌고 갈 생각은 없다. 같이 의논해 나아갈 방향을 도출하겠다. 연구원들이 20여명 된다. 대기업 출신 50대도 있다. 젊은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우리(기성세대)보다 뛰어나다. 같이 가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싶다. 젊었을때는 카리스마와 추진력이 있는 리더십을 좋아했다. 지금은 아니다. '굿 투 그레이트(Good to Great)'라는 경영서적을 감명있게 읽었다. 같이 일하는 사람의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북돋워 주는 리더가 되고 싶다. 지장, 용장보다 덕장이 되고 싶다."
-인력을 계속 늘리겠다고 했다. 어떤 인재가 왔으면 좋겠나
"직원의 반 이상이 석박사다. 스펙이 중요한게 아니다. 우리 회사에 맞아야 한다. 우리 회사의 목표, 비전, 꿈과 맞아야 한다. 이게 제일 중요하다. 우리 회사 문화에 맞는, 꿈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뽑을 것이다.개발자 뿐 아니라 디자이너, 사업 기획가 이런 사람도 충원한다."
-어떤 회사 문화를 만들고 싶나
"직원들한테 원장이라 부르지 말라고 했다. 대표라 부르라 했다. 명함에는 원장과 대표이사가 병기돼 있다. 직원들끼리는 님이라고 부른다. 우리회사에 맞는 문화를 만들겠다. 예컨대 출근 안하고 일하는 회사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스타트업이다. 시도하고 도전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KAIST에서 '지식처리형' 인공지능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어떤 내용인가
"지능형 정보검색 모델에 관한 것이다. '계층적 개념 그래프'를 이용해 검색 기능을 지능화했다. 개념 그래프를 활용해 연관 단어까지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국내 AI수준을 어떻게 보나
" 민간에서 AI 관심이 상당하다. 이건 굉장한 에너지다. 컴퓨팅 환경이 얼마나 빨리 바뀌나. 아주 우수한 인력도 필요하지만 응용 인력도 필요하다. 요즘 최신 AI 기술은 다 공개돼 있다. 기존 SW 개발자들을 빠른 시간에 AI 개발자로 바꾸는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KT에서 31년간 일했다. 기억에 남는 일은
"하루 하루를 재미있게 살았다. 2000년 초반 비즈메카를 만든게 우선 생각이 난다. 중소기업 대상 ASP(임대 서비스)다. 사용한 만큼 돈을 내게한 서비스였다. 지금의 클라우드와 같은 개념이다. 17년전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한 것이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스토어 같은 개념이다. 계속 투자했다면 아마존 클라우드나 세일즈포스보다 더 컸을텐데 아쉽다. 통신회사다보니 말랑말랑한, 소프트웨어에는 아무래도 약했다. 고집이 있어 버텼다(웃음).
지능형 검색엔진으로 포털 '파란'의 전신인 정보탐정도 만들었다. KT의 1호 박사 교육생이다. 1986년 KT가 처음으로 박사 연수생 과정을 만들었는데, 내가 첫 대상자다. KAIST에서 4년만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당시 박사를 받으려면 보통 7,8년 걸렸는데 이를 악물고 공부해 4년만에 땄다. KT가 허락한 기간이 3년이여서 열심히 공부할 수 밖에 없었다. 연구실장으로 복귀해 당시 최신 건물인 KT 우면동 건물을 자동화하고 SW연구소 인공지능연구실도 만들었다."
-KAIST 교수 시절은 어땠나
"학교로 갈때는 오래있을 거라 생각안했는데 5년간 있었다. 최고위과정 운영하면서 450명의 융합형 인재를 양성했다. 1년에 100명 정도의 리더급 인재를 교육했다. 세상이 이렇게 바뀌는구나 하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나도 공부를 많이했고, 신경을 많이 썼다. 특히 기업에서 온 엔지니어링 전공 학생들에게 경영과 리더십을 알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보람이 컸다."
-취미나 특기는
"가만히 있으면 답답하다. 뭔가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젊은 사람 음악도 계속 듣는다. 지니나 벅스에 가입해 스마트폰이나 차안에서 듣는다. 노래방 18번이 많은데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등이다. 요즘은 잔나비 노래가 좋더라. 독서는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재미있게 본 영화는
" '흐르는강물처럼'이란 영화가 기억에 남는다. 인간 본성을 잘 그린 것 같다."
-좌우명이나 좋아하는 말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없기를....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다. 떳떳하고 당당히. 또 한가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거다. 그냥 얻은 건 해악이 될 수 있다. 돈이든 뭐든."
◆김영환 원장 학력 및 경력
<학력>
▲경북고 ▲경북대 전자공학과 ▲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과(공학석사) ▲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과(공학박사)
<경력>
▲한국통신 입사(1983년 3월) ▲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과 박사과정 교육파견 ▲한국통신 기업솔루션 사업담당 임원(상무보) ▲KT 비즈니스 부문장(전무) ▲KT 대외협력실장(부사장) ▲KT네트웍스 대표 ▲KAIST 전산학부 초빙교수 ▲KAIST 컨버전스 AMP과정 책임교수
<사회활동>
▲한국인터넷사업자협의회(KICF) 회장 ▲개방형컴퓨터통신연구회(OSIA) 이사 ▲한국정보처리학회 부회장 ▲한국정보과학회 부회장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KODIMA) 부회장 ▲한국인지과학회 부회장 ▲한국정보산업연합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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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훈>
체신부장관상, 총무처장관상, 한국통신사장상 등 다수